미국이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Opioid) 오남용 문제로 심각한 사회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1990년대 후반, 제약사들이 오피오이드를 ‘안전한 진통제’로 홍보하며 과다 처방이 이루어졌고, 많은 환자가 의존성을 가지게 되면서 중독과 사망 사례가 급증했다. 의료용 오피오이드에 중독된 사람들이 더 강력한 대체제로 헤로인과 펜타닐(Fentanyl)과 같은 불법 마약으로 전환하면서, 사망자는 해마다 증가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펜타닐(Fentanyl) 중독은 더욱 심화됐다.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100배 강력한 합성 오피오이드로, 극소량만으로도 치명적인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불법 제조업자들은 펜타닐을 헤로인, 코카인, 심지어 위조된 처방약(옥시콘틴, 자낙스 등)에 혼합하여 유통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펜타닐을 섭취하고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75,000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10대~20녀 청소년과 대학생 사이에서 가짜 처방약을 통한 펜타닐 오남용이 증가하면서, 젊은 층의 사망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경제적 비용도 막대하다. 미국 정부는 오피오이드 위기로 인해 매년 약 1조 달러(약 1,300조 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정하며, 이는 의료비 증가, 노동력 감소, 마약 관련 범죄 및 교정 비용, 복지 지원 비용 등을 포함한 수치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25년 만에 비마약성 진통제가 FDA 승인을 받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마약성 혁신신약 진통제 저나백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비오피오이드(non-opioid) 진통제 ‘수제트리진(Suzetrigine)’을 승인해 주목을 끌고 있다. 버텍스는 비마약성진통제 신약 ‘저나백스’(Journavx·성분명 수제트리진)은 성인의 중등도 및 중증의 급성 통증 치료용으로 개발됐다.
저나백스는 우리 몸의 말단에서 통증을 전달하는 이온채널인 NaV1.8 채널에 대한 선택적 억제제다. 뇌에서는 발현되지 않고 말단(말초)에서만 발현되기 때문에 말초와 뇌를 가리지 않고 작용하는 마약성 진통제와 달리 뇌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저나백스가 중독에 대한 위험성이 없으면서도 통증을 선택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버텍스는 저나백스를 말초신경병성 통증(PNP) 치료제로도 쓸 수 있도록 적응증 확대에 나섰다. 당뇨병성 말초 신경병증 치료제로 임상 개발 중이며, 요추 천골 신경병증 환자를 대상으로도 임상에 나서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 대안은 패러다임의 변화
한편 미국은 마약성 진통제 의료용 오피오이드 처방을 규제하고, 대체 치료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CDC는 의료진이 오피오이드를 쉽게 처방하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정했으며, 비오피오이드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나르칸(Narcan, 날록손 Naloxone)’과 같은 응급 해독제 보급도 확대 중이다. 날록손은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인한 호흡 억제를 빠르게 회복시키는 해독제로, 경찰, 응급 구조대, 일반 시민들에게 보급되어 사망률을 줄이려 노력 중이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불법 펜타닐 제조 및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멕시코, 중국과 협력, 온라인에서의 불법 마약 거래를 차단하고 가짜 처방약 제조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오피오이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비오피오이드 기반의 새로운 통증 치료 패러다임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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