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장면 상상을 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상상 과정에서 실제로 볼 때 사용되는 뇌세포 일부가 다시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발견은 우리가 어떻게 ‘마음의 눈’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장면 상상할 때 인간은 직접 볼 때와 같은 뇌를 쓴다
사람은 과거를 떠올리고 미래를 그리며, 길을 찾거나 예술을 만드는 데까지 장면 상상을 사용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어떤 물체를 상상할 때, 그 물체를 실제로 볼 때 쓰였던 뉴런 일부가 다시 작동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전 연구들도 ‘보기’와 ‘장면 상상하기’가 비슷한 뇌 영역을 사용한다는 점은 보여줬다. 하지만 정말 같은 뉴런 하나하나가 쓰이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뇌에 전극이 삽입된 간질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얼굴, 글자, 식물, 동물, 일상 물건 같은 다양한 이미지를 보았고, 연구진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에서 700개 이상의 뉴런 활동을 기록했다.
그중 약 450개 뉴런은 특정 이미지 종류에만 반응했다. 그리고 인공지능 분석 결과, 이 뉴런의 약 80%는 이미지 속 아주 구체적인 특징까지 구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릿속 그림도 실제처럼 만들어진다
이후 일부 참가자들에게 방금 본 이미지를 장면 상상하게 했다. 그 결과, 실제로 볼 때 활성화됐던 뉴런의 약 40%가 머릿속에서 상상을 할 때도 비슷하게 반응했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 참가자들이 떠올린 이미지를 다시 복원하기도 했다. 즉, 뇌 신호만으로 머릿속 그림을 어느 정도 되살려낸 것이다.
이 결과는 인간의 뇌가 ‘생성 모델’처럼 작동한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 한 번 본 정보를 저장해 두었다가, 다시 불러오면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또한 이런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조현병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정신 질환과도 관련될 수 있다. 그래서 이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하면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보기’와 ‘상상하기’가 같은 뉴런을 쓸 것이라고 추측해 왔지만, 이를 직접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엔, 우리가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장면은 완전히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본 것을 다시 불러오는 과정일 가능성이 크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 News, “Seeing and imagining activate some of the same brain cells”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