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년 전 최초의 문어 화석으로 알려졌던 표본이 사실은 전혀 다른 생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신 X선 기반 스캔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본 결과, 이 화석은 문어가 아니라 껍데기를 가진 앵무조개 계열 생물로 드러났고, 그동안의 진화 연대표까지 뒤흔들고 있다.
문어로 착각한 이유, 부패가 만든 ‘가짜 모습’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어’로 기록됐던 폴세피아 마조넨시스는 사실 문어가 아니었다. 이 화석은 약 3억 년 전 죽은 뒤 오랜 시간 부패를 겪은 상태에서 매몰되면서, 원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보존됐다.
연구팀은 싱크로트론 이미징이라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암석 내부를 정밀하게 스캔했다. 이 기술은 태양보다도 밝은 강력한 빛을 이용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방식이다.
그 결과, 암석 속에서 아주 작은 ‘이빨 구조’가 발견됐다. 이는 연체동물에서만 나타나는 치설이라는 기관으로, 먹이를 긁어 먹는 데 사용하는 리본 모양의 구조다. 이 치설에는 한 줄에 최소 11개의 이빨이 있었는데, 이 수치는 문어와는 맞지 않는다. 문어는 보통 7개 또는 9개를 가지는 반면, 앵무조개 계열은 약 13개를 가진다.
결국 이 화석은 문어가 아니라, 현재도 살아 있는 앵무조개에 가까운 고대 생물로 판명됐다. 부패 과정에서 몸이 흐트러지면서 마치 팔이 여러 개 달린 문어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3억 년 된 사건을 현대 과학으로 다시 수사한 것에 비유했다.
문어의 기원, 생각보다 훨씬 ‘최근’이었다
이 발견은 문어의 진화 시점을 완전히 다시 쓰게 만들었다. 기존에는 이 화석을 근거로 문어가 약 3억 년 전 이미 존재했다고 여겨졌지만, 이제 그 기록은 사라지게 됐다.
대신 연구 결과는 문어가 훨씬 뒤인 쥐라기에 등장했음을 지지한다. 또한 문어와 오징어 같은 10개의 팔을 가진 두족류가 갈라진 시점도,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최근인 중생대로 좁혀졌다.
이번 연구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록도 남겼다. 같은 지역에서 발견된 팔레오카드무스 폴리 화석과 비교한 결과, 이 표본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앵무조개 계열의 연조직 보존 사례로 확인됐다. 기존 기록보다 약 2억 2천만 년이나 더 앞선 것이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hys.org, “World’s oldest octopus fossil isn’t an octopus at all, scans rev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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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년 전 ‘최초의 문어’, 알고 보니 앵무조개였다? 학계가 뒤집힌 사연”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