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턱은 특별한 기능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얼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인 턱은 생존을 위해 선택된 것이 아니라 다른 변화의 ‘부산물’일 수 있다.
인간의 턱은 왜 생겼을까
남성의 젖꼭지나 고래의 골반처럼, 진화에는 겉보기엔 이유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변화 때문에 생긴 구조들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특징을 ‘스팬드럴’이라고 부른다. 즉, 직접 선택된 것이 아니라 다른 변화에 따라 따라온 결과라는 뜻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간의 턱이 씹는 힘을 견디거나, 말을 하기 위한 근육을 돕거나, 짝을 고를 때 신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턱 자체가 애초에 선택된 것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연구팀은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부터 현대 인간까지 이어지는 변화를 분석했다. 두개골과 아래턱의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비교해, 턱이 다른 부분보다 특별히 더 빠르게 진화했는지를 살펴봤다.
턱은 ‘주인공’이 아니라 ‘결과물’
연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얼굴이 작아지고, 앞니가 줄어들고, 뇌가 커지는 등 다른 변화들은 자연선택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간의 턱 자체는 대부분 직접적인 선택의 흔적이 거의 없었다.
대신 턱은 다른 변화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얼굴이 점점 작아지고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되면서, 아래턱 뼈의 구조가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지금처럼 튀어나온 턱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턱은 변화를 이끈 주인공이 아니라 그 변화에 따라 생겨난 ‘승객’ 같은 존재다.
연구를 이끈 노린 폰 크라몬-타우바델은 “특이한 특징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생존을 위해 선택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턱이 특별해 보인다고 해서 꼭 중요한 기능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턱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턱은 아래턱을 지지하고, 씹거나 말할 때 생기는 힘을 분산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턱이 생긴 이유라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뒤에 따라온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Refractor, “Chin evolution: Why humans have this unique body part and what it d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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