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꿀벌을 키우는 양봉가들은 벌통에 장수말벌(Asian giant hornet)이 접근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꿀벌통을 습격한 장수말벌 10여 마리는 30분 만에 2-30,000마리의 꿀벌을 죽이기도 하며, 꿀벌통 안으로 들어가 그 속의 애벌레와 꿀을 먹기도 하지만 자기들의 애벌레를 키우는 먹이로도 사용한다.
말벌에는 종류가 많다. 야외에 나갔다가 그들에게 쏘이기라도 하면 장시간 심하게 아프기도 하지만, 물린 자리가 부어오르고 가려워 여러 날 고생해야 한다. 심지어 말벌의 독에 앨러지가 심한 사람은 실신하여 응급실로 실려 가기도 한다. 일반 야생벌에 대해서는 본사 블로그에서 <말벌>을 입력하여 찾아보자.

지구상에 사는 벌의 종류는 모두 16,000여종이다. 많은 야생벌은 혼자 또는 무리를 지어 산다. 인류가 자연에서 꿀을 채취한 역사는 약 15,000년이고, 꿀벌을 가축처럼 키우기 시작한 때는 약 4,500년 전이었다. 수만 마리가 모여 사회생활을 하는 꿀벌은 꽃가루를 수정을 해주는 인간에게 가장 귀중한 곤충이다. 그러므로 어떤 이유이든 꿀벌이 위협을 받으면 인류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된다.
북아메리카로 건너간 장수말벌
최근까지 북아메리카 대륙에는 아시아의 장수말벌이 살지 않았다. 그런데 2019년 가을에 미국 워싱턴 주에서 장수말벌이 발견되자, 이들이 양봉사업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게 되었다.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에 주로 사는 장수말벌(giant hornet, 학명 Vespa soror)은 몸길이가 최대 4.5cm까지도 자라는 벌이다. 이 대형 야생벌은 단독으로 또는 떼를 지어 꿀벌을 공격한다. 외피가 단단한 장수말벌은 꿀벌이 떼지어 공격해도 꿈쩍하지 않는다.

장수말벌의 침은 길이가 6mm나 된다. 그들의 침에는 돌기가 없어 빠지지 않고 몇 번이고 찌를 수 있다. 침에서 분비되는 독소(mastoparan)는 신경성 물질이다. 겨울 동안 죽지 않고 지낸 여왕벌은 혼자 작은 벌집을 지어 40마리 정도의 일벌을 키운다. 이들이 자라면 500여개의 방을 만들고 그 속에서 100여 마리의 일벌을 키운다. 장수말벌은 다른 곤충도 공격하여 체액을 빨아먹고 꿀벌을 습격하기도 한다.

꿀벌이 장수말벌을 물리치는 방법은 처절하다. 말벌의 턱(입)은 꿀벌의 목을 단번에 자를 정도이다. 이런 말벌을 퇴치하기 위해 꿀벌이 진화(進化)시킨 독특한 방법은 수백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어 완전히 둘러싸는 것이다. 사진처럼 꿀벌이 포위하면 내부의 온도가 거의 46℃까지 오른다. 많은 꿀벌이 희생되지만 말벌은 이 ‘열(熱)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아시아의 꿀벌들은 위 영상처럼 ‘열 공격’으로라도 말벌에 저항하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 키우는 꿀벌 종류는 이러한 방어를 하지 못한다.(위키피디어 사진)
장수말벌에 대한 뉴스가 연달아 나오던 시기에 곤충학자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매사추세츠주 웰리스리 대학의 여성 곤충학자 마틸라(Heather Mattila) 교수와 동료들은 베트남을 오가면서 7년 동안 꿀벌과 말벌 사이의 관계를 연구해왔다. 베트남에서 그들은 그곳의 벌통 출입구 주변이 모두 검은색으로 더렵혀져 있는 것을 주목(注目)했다. 드디어 그들은 그것이 닭, 돼지, 소 등의 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 새로운 사실을 학술지 <PLOS>에 발표했다. PLOS (Public Library of Science)는 2003년에 창간된 비영리 과학·기술·의학 학술지이다.

꿀벌통 출입구 주변 전체가 동물의 똥으로 얼룩져 있다.
웰리스와 동료들은 똥의 역할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 장수말벌의 체액(體液)을 적신 종이를 벌통 입구 근처에 놓아두었다. 그러자 꿀벌들은 똥을 가져와 종이를 덮기 시작했다. 이러한 꿀벌의 행동은 향기로운 벌통에서 고약한 냄새가 풍기도록 하여 말벌의 접근을 방지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다음으로 그들은 장수말벌이 아닌, 꿀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작은 말벌 종류들의 체액을 적신 종이를 출입구에 놓아보았다. 그러자 꿀벌들은 다른 종류의 말벌 체액에 대해서는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꿀벌들은 장수말벌의 체취를 판단할 수 있었고, 또한 장수말벌만이 그들의 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꿀벌이 보여주는 이러한 행동의 발견은 꿀벌에 대한 연구에서 매우 획기적인 것이다. 웰리스에게는 알아내야 할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장수말벌이 싫어하는 화학물질의 성분은 무엇인가? 장수말벌이 침공해올 때 꿀벌은 동료들에게 어떻게 경보(警報)를 하는가?”등에 대한 해답이다.

꿀벌의 입 구조이다. 벌의 입은 가위처럼 생긴 한 쌍의 턱(mandble)과 긴 흡입관(proboscis)을 사용하여 씹기도 하고 빨아먹기도 한다.
장수말벌의 사촌인 자객말벌(Murder hornet, Vespa mandarinia)도 모르는 사이에 아시아로부터 들어와 워싱턴주와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에 퍼져 있다. 그러나 이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꿀벌의 생존방법을 새롭게 발견한 곤충학자 마틸라는 꿀벌의 보호를 위해 여러 가지 의문을 빨리 연구하고 싶어 한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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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말벌을 쫓아버리는 꿀벌의 지혜”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