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가 높아지면 일부 벌의 몸 색깔이 실제로 바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치 기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무드 링’처럼, 이 벌들은 건조할 때는 푸른빛을 띠다가 공기 중 수분이 많아지면 구리빛 녹색으로 변했다.

[사진=호르헤 데 라 크루스]
습도 따라 색 바꾸는 신기한 벌 발견
미국 연구진은 ‘가는 줄무늬 땀벌’ 표본 약 24개를 분석한 결과, 습도 변화에 따라 몸 색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습도가 10% 이하로 낮을 때 벌은 선명한 청록색을 띠었지만, 습도가 95% 수준으로 높아지면 연한 구리빛 녹색으로 변했다.
연구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에서 진화생물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호르헤 데 라 크루스가 박물관 벌 표본을 보존 처리하던 중 우연히 시작됐다. 박물관에서는 곤충 표본을 촬영하거나 고정하기 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습한 공간에 두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벌의 색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이후 연구진은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교 생태학자 매들린 오스트월드와 함께 조사를 확대했다. 박물관 표본뿐 아니라 시민과학 플랫폼 아이내추럴리스트에 올라온 살아 있는 벌 사진 1천 장 이상도 분석했다. 실제 자연 상태에서도 습한 환경일수록 벌 색이 더 붉고 구릿빛을 띠는 경향이 확인됐다.

[사진=마이크 데이비드슨]
왜 색이 변할까…몸 구조가 부풀어 오른다
연구진은 벌 몸을 감싸는 외골격의 미세 층 구조가 습도에 따라 팽창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벌의 금속성 반짝임은 색소 때문이 아니라 매우 얇은 층들이 빛을 반사하고 흩뜨리면서 생긴다. 공기 중 수분이 많아지면 층 사이 간격이 넓어져 더 긴 파장의 붉은빛 계열이 반사된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벌만의 특징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했다. 나비나 딱정벌레처럼 반짝이는 외형을 가진 많은 곤충 역시 비슷하게 습도에 따라 색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22일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 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생물의 색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환경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며 “동물이 자연환경에서 실제 어떤 색을 띠는지 직접 관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성치훈 기자 /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 News Explores, “Like living mood rings, these bees change color when it turns hu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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