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직후 우주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작은 붉은 점(Little Red Dots)’이 마침내 무엇인지 밝혀질 실마리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 천체들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두꺼운 가스층이 감싼 ‘블랙홀 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빅뱅 직후의 수수께끼 ‘작은 붉은 점’ 정체 드러나나
‘작은 붉은 점’은 2022년 여름 James Webb Space Telescope(JWST)가 관측을 시작한 뒤 처음 대량 발견됐다. 이 천체들은 빅뱅 이후 약 6억 년 무렵 우주에서 갑자기 많이 나타났다가, 우주 나이가 20억 년 정도가 되기 전 대부분 사라지는 특징을 보여 천문학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발견이 기존 우주론을 흔들 수 있다고까지 말했지만, 최근 가장 유력한 설명으로 떠오른 것은 ‘블랙홀 별’ 가설이다. 이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엄청난 속도로 물질을 빨아들이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변을 짙고 뜨거운 가스층이 감싸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시간이 지나면 중심 블랙홀이 주변 가스와 먼지를 밀어내면서 일반적인 활동성 은하처럼 보이게 돼 ‘작은 붉은 점’이 사라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GLIMPSE-17775’라는 작은 붉은 점을 분석했다. 이 천체는 빅뱅 약 18억 년 뒤 모습으로 관측됐으며, 은하단 ‘아벨 S1063’의 강한 중력을 이용한 중력렌즈 효과 덕분에 지금까지 가장 깊은 수준의 빛 스펙트럼 분석이 가능했다.
아인슈타인의 예측이 단서가 됐다
아벨 S1063은 거대한 질량으로 시공간을 휘게 만드는 ‘중력렌즈 은하단’이다. 이 효과는 뒤편 천체에서 온 빛을 확대해 마치 거대한 우주 확대경처럼 작동한다. 연구진은 약 30시간 관측 효과를 80시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개념은 과거 Albert Einstein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된 바 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블랙홀 별의 증거로 볼 만한 특징을 여러 개 발견했다. 회전하는 일반 가스 구름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전자 산란 신호가 관측됐고, 강한 방사선이 두꺼운 가스층에 둘러싸여 있을 때 나타나는 형광 현상과 헬륨 흡수 신호도 확인됐다. 특히 초대질량 블랙홀이 빠르게 물질을 먹어 치울 때 나타나는 철 스펙트럼 흔적, 이른바 ‘철의 숲(iron forest)’도 발견됐다.
다만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 것은 아니다. 작은 붉은 점에서 흔히 나타나는 ‘발머 브레이크(Balmer Break)’ 신호가 GLIMPSE-17775에서는 비교적 약하게 보였다. 연구진은 이 천체가 거대한 모은하에 둘러싸여 있어 신호가 희석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구진은 “현재까지 관측 결과는 블랙홀 별 가설과 잘 맞아떨어진다”면서도 “1~2년 안에 작은 붉은 점의 진짜 정체를 최종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치훈 기자 /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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