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는 부모에게서 그대로 물려받는다는 ‘멘델의 법칙’이 160년 넘게 생물학의 기본 원리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미국 연구진이 일부 유전 특성은 이 법칙을 따르지 않고, 심지어 부모에게 없던 특징이 갑자기 자손에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DNA 법칙이 완벽하지 않았다”… 뜻밖의 유전 방식 발견
연구진은 생쥐 3세대에 걸친 대규모 연구를 통해, 일부 형질이 DNA 자체가 아니라 ‘후성유전’ 변화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후성유전은 DNA 염기서열은 그대로 둔 채, 유전자 작동 방식만 바꾸는 화학적 변화다.
쉽게 말해, 부모가 가진 유전자 자체가 아니라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흔적”이 자식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기존에 알려진 후성유전 패턴들을 추적한 결과, 약 7%가 멘델의 법칙대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부는 부모에게서 온 흔적처럼 보였지만, 일부는 아예 부모에게 존재하지 않던 변화가 자손에게 새롭게 나타났다.
실제로 연구진은 특정 유전자에 아무 변화가 없던 부모 생쥐에게서, 자손은 갑자기 화학적 표식이 생긴 사례도 확인했다. 연구 책임자인 앤드루 파인버그 박사는 “마치 아무 데서도 나타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가 환경 압력에 더 빠르게 적응하도록 돕는 새로운 유전 방식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DNA 자체가 바뀌는 돌연변이보다 훨씬 빠르게 새로운 특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식습관·스트레스도 유전에 더 큰 영향 줄 수 있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은 포유류에서 처음 확인된 ‘파라뮤테이션(paramutation)’ 현상이다. 이는 한 유전자의 화학적 표식이 다른 유전자 복사본에도 영향을 주는 매우 드문 유전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 현상이 정자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에서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사람에서는 이 유전자의 이상이 불임과 관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연구진은 이런 후성유전 변화가 환경과 깊게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이전 연구들에서는 식습관, 스트레스, 외상 경험 등이 후성유전 변화와 관련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즉, 우리가 겪는 환경이 단순히 현재 몸 상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DNA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까지 흔적을 남길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인간 유전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만약 확인된다면, 유전 질환을 이해하는 방식뿐 아니라 “환경이 자녀 세대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생각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Daily, “Scientists discover inherited traits that break Mendel’s Laws of gene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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