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끝난 뒤에도 성욕 저하가 지속되는 이유를 설명할 단서가 발견됐다. 일본 연구진은 초파리 실험을 통해 ‘도파민’이 스트레스로 인한 몸과 마음의 행동 저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트레스가 지나간 뒤에도 성욕 저하가 오래가는 이유
일본 도쿄도립대학교 연구진은 스트레스와 성 기능 저하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초파리를 연구했다. 연구진은 작은 공간에 오래 갇힌 수컷 초파리들이 구애 행동을 점점 덜 하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그 변화가 도파민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사람을 포함한 많은 동물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가 변한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끝난 뒤에도 그 영향이 오래 남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사람들은 성욕 저하나 성 기능 문제를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는 지금까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사람과 생화학적 구조가 꽤 비슷한 초파리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초파리는 몸 구조가 단순해 연구하기 쉽지만, 포유류를 포함한 여러 동물과 비슷한 생물학적 길을 공유해 뇌 연구에 자주 쓰이는 대표적인 ‘모델 생물’이다.
연구팀은 수컷 초파리를 좁은 공간에 가두는 ‘좁은 공간 스트레스’를 줬다. 초파리에게 이런 스트레스를 이용해 성 행동 변화를 살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시간이 길수록 구애 행동 억제도 오래 지속됐다. 10분 동안 갇힌 초파리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30분이나 60분 동안 갇힌 초파리는 뚜렷한 구애 행동 감소를 보였다. 특히 7시간 또는 24시간 동안 스트레스를 받은 초파리는 최소 5일 이상 구애 행동 저하가 이어졌다. 연구진은 이것이 단순히 움직임이 줄거나 배가 고파졌기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도파민은 ‘성욕 저하가 얼마나 오래 가는지’를 결정했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의 원인을 찾기 위해 도파민에 주목했다. 도파민은 스트레스 반응과 관련된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다.
연구팀은 유전적 방법이나 약물로 도파민 생성을 줄인 초파리를 비교했다. 흥미롭게도 도파민이 줄어든 초파리도 처음에는 똑같이 구애 행동 감소를 보였다. 즉, 도파민은 “스트레스 때문에 성욕 저하가 발생하는 현상 자체”를 만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도파민이 줄어든 초파리에서는 그 영향이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말해 도파민은 스트레스로 생긴 행동 변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연구진은 이런 작용이 뇌의 ‘버섯체’라는 부위에서 일어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곳은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으로, 특정 도파민 수용체가 스트레스 효과를 오래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사람을 포함한 다른 동물에서도 스트레스가 성 기능과 행동,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