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에 따라 지구는 얼마나 뜨거워질 수 있을까. 답을 찾으려면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봐야 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지구는 이미 여러 차례 ‘지옥 같은 온난화’와 ‘행성 전체가 얼어붙는 빙하기’를 겪었고, 지금 인간이 만드는 기후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새로운 위험 구간으로 향하고 있다는 경고다.
지구는 원래 뜨거운 행성이었다
우리는 흔히 지금 지구 온난화에 따라 지구가 뜨거워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인류는 매우 드문 ‘차가운 시대’에 진화한 존재다. 현재 지구는 극지방에 얼음이 존재하는 ‘빙실(icehouse) 시대’인데, 지구 46억 년 역사 대부분은 오히려 훨씬 더 뜨거웠다.
지구가 처음 생긴 약 46억 년 전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화성과 비슷한 크기의 천체 ‘테이아’가 어린 지구와 충돌하면서 엄청난 열이 발생했고, 행성 표면은 용암 바다로 뒤덮였다. 하늘에는 암석 증기가 떠다녔고, 달도 이 충돌 잔해에서 생겨났다.
이후 지구가 서서히 식으며 물이 생기고 바다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태양은 지금보다 약했다. 그럼에도 지구가 얼어붙지 않았던 이유는 대기 속 이산화탄소와 메탄 때문이었다. 이 온실가스가 담요처럼 열을 붙잡아 지구를 따뜻하게 유지했다.
이때부터 지구에는 ‘탄소 순환’이라는 자연 조절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기온이 오르면 암석이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해 온난화를 늦추고, 기온이 내려가면 흡수가 줄어 다시 따뜻해지는 방식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지구의 ‘온도 조절기’라고 부른다.
덕분에 초기 지구는 생명이 살 수 있는 온도로 안정됐고, 가장 오래된 생명 흔적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
지구는 한때 극단적 기후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이 조절 장치가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약 24억 년 전부터 지구는 ‘스노볼 어스(Snowball Earth)’라는 극단적 빙하기를 겪었다. 얼음이 적도까지 뒤덮으며 행성 거의 전체가 얼어붙었고, 기온은 영하 50도까지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과학자들은 초기 광합성 생물이 산소를 대량 방출하면서 메탄을 분해해버렸고, 지구를 따뜻하게 유지하던 온실 효과가 무너지며 이런 대빙하기가 시작됐을 가능성을 본다.
그러나 화산은 계속 이산화탄소를 뿜어냈다. 수천만 년 동안 축적된 온실가스가 결국 얼음을 녹였고, 지구는 다시 뜨거워졌다.
가장 무서운 사례는 약 2억5천만 년 전 페름기 말 대멸종이다. 당시 시베리아 지역에서 초대형 화산 폭발이 약 100만 년 동안 이어지며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됐다.
평균 기온은 지질학적으로 눈 깜짝할 시간인 약 6만 년 사이 최대 10도 상승했다. 바다는 산소가 부족해 생물이 질식했고, 독성 가스가 퍼졌으며 산성비까지 내렸다. 열대 지역 낮 기온은 최고 73도까지 치솟아 단백질이 파괴될 정도였다.
결국 육상 생물 약 70%, 해양 생물 약 95%가 사라졌다. 지구 역사상 최악의 대멸종이었다.
하지만 뜨거운 시대가 항상 대재앙은 아니었다. 공룡 시대인 백악기에는 평균기온이 약 36도였고 극지방조차 얼음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대멸종은 일어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핵심 차이를 ‘속도’에서 찾는다. 페름기에는 기온이 급격히 뛰었지만, 백악기의 더위는 아주 오랜 시간 천천히 진행됐다. 생태계가 적응할 시간이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약 5천5백만 년 전 지구는 오늘날 대륙과 생태계가 만들어진 이후 가장 뜨거운 시기 중 하나를 겪었다. 하지만 이후 히말라야 산맥 형성과 암석 풍화 덕분에 이산화탄소가 줄며 지구는 다시 식기 시작했다.
그런데 인간이 단 200년 만에 이 흐름을 뒤집었다.
석탄 발전과 자동차, 산업 활동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약 280ppm에서 현재 426ppm까지 급증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평균 기온도 이미 약 1.47도 상승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100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600ppm에 이를 수 있고 일부 전망에서는 1천ppm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최대 4도 높아질 수ust 있다.
문제는 인간은 도시와 인프라를 통째로 극지방으로 옮길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세기 말에는 수십억 명이 인간 생존 한계를 넘는 폭염과 습도를 정기적으로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다만 연구진은 아직 선택지가 남아 있다고 말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는 결국 회복하겠지만, 그 과정은 수백만 년이 걸린다. 인간 문명은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 News Explores, “How hot could Earth 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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