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의 병균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퍼져있어 모르는 사이에 세포나 조직으로 침입한다. 인체가 쉴새 없이 병균의 공격을 받아도 별다른 의식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은 병균을 막아주는 면역세포들이 말없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균을 방어해 주는 강력한 면역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건강을 잃었을 때 실감한다. 면역(免疫 immune) 작용을 하는 가장 중요한 용사가 백혈구라는 것은 상식이다. 백혈구와 관련된 면역의 용사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병균을 어떻게 방어하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인체의 병은 두 가지 이유로 대부분 발생한다. 하나는 뼈가 부러지거나 상처를 입는 물리적 손상에 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균이나 해로운 이물질이 침범하여 발생하는 병이다. 인체는 후자의 침입을 대비하여 방어하는 면역체계(immune system)라는 방어장치를 선천적으로 갖추고 태어난다.
의학에서 면역학(immunology)은 너무나 중요한 분야이며,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 중에는 면역학 연구자가 30명이 넘는다. 학교에서는 면역 관련 문제가 자주 출제되고, 또 이해가 복잡한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여기서 소개하는 그림과 사진을 통해 좀 더 확실하게 이해를 해보자.
면역세포는 인체를 지키는 군대
면역학에서는 병균을 적으로, 면역에 참여하는 세포들을 군대나 특공대 등으로 표현하기 좋아한다. 면역의 용사(勇士)는 어떤 호르몬이나 화학물질이 아니라 몸에서 항시 만들어지고 있는 ‘면역세포’라 불리는 인체의 특수한 세포들이다. 면역세포는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하나는 백혈구와 같은 선천적 면역세포들이고, 다른 하나는 적응적(후천적) 면역세포이다.
면역세포는 자기와 남을 구별(인식)하는 능력이 있으며, 자기의 세포나 물질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면역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에 대해서는 사정없이 면역반응을 하여 침입자를 파괴한다. 선천적 면역세포들은 이런 전투를 혼자서 하지 않고 후천적 면역세포의 도움을 받으면서 협동하여 싸운다.
항원(抗原)이란? – 자기가 아닌 다른 병원균(pathogen)이나 물질을 항원(antigen 면역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원인 제공자)이라 한다.
항체(抗體)란? – 항원을 제거하도록 면역세포에서 생성되는 고분자 단백질을 항체(antibody)라 한다.

혈액을 전자현미경으로 본 모습이다. 도넛 모양은 전부 적혈구이고, 표면이 거칠게 생긴 동그란 입자는 백혈구이다. 그 외 납작하게 생긴 작은 입자들은 혈소판(血小板 platelet)이다. 혈소판은 출혈이 있을 때 혈액 응고 작용을 한다.
혈액 속에는 붉은색 혈구와 흰색 혈구가 있다. 백혈구는 전부가 같지 않고 뉴트로필, T세포, B세포 3가지 형이 있다. 이 중에 가장 많은 백혈구가 뉴트로필이라는 세포이다.
선천적 면역세포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일생 형성되는 면역세포(immune cell)들을 말한다. 선천적 면역세포에는 뉴트로필(nutrophil), 마크로파지(macrophage),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 3가지가 있다. 백혈구 중에서는 뉴트로필만 선천적 면역세포이고 나머지는 적응적 면역세포이다.
1) 뉴트로필
상처가 생기면 상처 주변의 세포에 세균이 침입한다. 세포는 즉시 적이 침입했다는 것을 알리는 화학적 신호를 혈액 속으로 보낸다. 이 신호는 혈관을 따라 온몸에 퍼진다. 뉴트로필은 이 신호를 감지하고 가장 먼저 침입자를 찾아온다. 뉴트로필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풍부하게 형성되고 있는 선천적 면역세포로서, 백혈구의 40-70%가 이들이다. 뉴트로필은 침입자를 만난 순간, 공격과 동시에 시토킨스(cytokines)라는 경보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주변의 다른 뉴트로필들까지 적이 있는 곳으로 몰려오도록 광고도 한다.

뉴트로필의 모양은 약간 구형(球形)이며, 골수(骨髓) 속에서 만들어져 혈액을 따라 순회하면서 침입자(항원)를 찾는다. 그들의 수명은 2-3일 정도이다. 사진은 노란색 뉴트로필(오른쪽)이 왼쪽 막대 모양의 박테리아를 포식(捕食)하는 모습이다. 뉴트로필은 병균을 죽이는 항생물질을 분비하는 동시에, 포획한 세균을 분해(소화)시켜 버린다. 뉴트로필은 호중성(好中性)백혈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상처가 곪을 때 생기는 고름은 전사(戰死)한 백혈구들이다.
2) 마크로파지
뉴트로필의 경보에 빠르게 반응하는 선천적 면역세포이다. 마크로파지는 대식세포(大食細胞)라고 말하는데, ‘병균을 잡아먹는(phage) 큰(macro) 세포’라는 뜻이다. 마크로파지는 식욕이 대단하여 마지막 남은 적까지 포식한다.

사진에서 도넛 모양의 분홍색 혈구는 적혈구이고, 적혈구와 함께 있는 것이 혈소판이다. 적혈구 사이의 커다란 보라색 세포가 마크로파지(대식세포)이고, 오른쪽의 푸른색 둥근 세포는 뉴트로필이다. 혈소판은 세포가 아니고 혈액응고를 돕는 화학물질의 덩어리이다.
3) 수지상세포
수지상세포(樹枝狀細胞)는 세포 모양이 나뭇가지(樹枝)처럼 갈라져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수지상세포는 마크로파지와 동시에 적을 찾아온다. 이들은 파괴된 세균을 먹어 치우는 동시에 다른 면역세포의 활동을 지원한다.
필요에 따라 형성되는 적응적(후천적) 면역세포
대부분의 외래 침입자는 선천적 면역세포들이 다 공격해버린다. 그러나 때때로 악성 세균이나 이물질이 침범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악성 바이러스 중에는 인체 세포 속에 숨어버려 백혈구들이 찾아내지도 못한다. 이런 때는 특공대라고 할 수 있는 적응적(후천적) 면역세포(adaptive immune cell)들이 나타나 적과 싸운다. 대표적인 적응적 면역세포에는 Helper T cell, Killer T cell, B cell, Regulatory T cell 4종이 알려져 있다.
Helper T cell : 백혈구에 속하는 세포이며 림프 또는 림포사이트(lymphocyte)라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숨어있는 적병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여 Killer T cell에게 전달한다.
Killer T cell : 역시 백혈구에 속하며, 의심스러운 적을 파괴한다.
B cell : 이 세포는 항체라 불리는 살균무기를 생산하여 적들을 죽인다. 항체는 Y자 모양의 단백질이다. 이들은 적을 찾아내어 죽이는 동시에, 한번 전투를 벌인 병균(항원)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다가 훗날 비슷한 침입자가 나타나면 즉시 공격한다. 바로 ‘백신 세포’가 되는 것이다.

이해하기 쉽도록 컴퓨터로 표현한 영상이다. 주황색 B 세포가 Y처럼 생긴 흰색의 항체를 대량 생산한다. 이들은 청색으로 나타낸 바이러스의 표면에 달라붙는다. 그러면 다른 면역세포들이 여기에 달려들어 바이러스를 죽인다.
Regulatory T cell(조절 T 세포) : 면역세포들이 적과 너무 심하게 싸울 경우, 몸에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때 조절 T 세포는 면역반응을 억제하여 과잉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조절한다.
위에서 설명한 4종의 면역세포들은 선천적으로 생산되는 면역세포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적응(adaptive)하여 생겨나기 때문에 적응적 면역세포라 불리고 있다. 의학에서 면역에 대한 연구는 가장 중요한 분야이다. 각종 암의 원인도 면역과 관계가 있다. 많은 질병은 면역력이 약한 탓에 잘 걸린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백신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높아져 있다. 백신은 유행병에 걸리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만든 항체이다. 따라서 백신 개발은 바로 의학의 최고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 YS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