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식 식단, 건선 증상 75% 완화…항염 효과로 직접적 개선 확인

• 지중해식 식단군의 47.4%가 16주 후 건선 증상 75% 개선
• 체중 변화 없이 항염 효과로 피부 염증 완화
• 건선 개선 효과를 임상시험으로 처음 입증

전 세계 약 6천만 명이 앓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 ‘건선(psoriasis)’에 지중해식 식단이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기존 연구들이 체중 감량에 따른 간접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연구는 식단 자체의 항염 및 대사 개선 작용이 피부 염증 반응을 직접적으로 완화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 연구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피부과 전문 병원에서 2024년 2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진행된 무작위 임상시험(MEDIPSO, Impact of the Mediterranean Diet on Patients With Psoriasis)이다. 연구진은 경증에서 중등도 건선으로 진단받은 성인 38명을 대상으로, 지중해식 식단군과 대조군으로 나누어 16주 동안 식단 개입을 실시했다.

지중해식 식단군은 영양사 지도를 통해 실제 식단 구성을 조정했으며, 대조군은 일반적인 저지방 식이 권고만 받았다. 그 결과, 지중해식 식단을 따른 참가자의 47.4%가 건선 중증도 지수(PASI, Psoriasis Area and Severity Index) 기준으로 75% 이상의 개선(PASI 75)을 보였다. 반면 대조군에서는 이와 같은 개선이 한 사례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증상 완화가 체중 변화 없이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식단의 항염 및 심혈관대사 개선 효과가 건선 병태의 핵심인 면역 과활성에 직접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칼로리 제한보다는 식단 구성의 질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건선은 면역계의 T세포가 피부세포를 외부 침입자로 오인해 공격함으로써 발생한다. 이때 피부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해 표피층이 두꺼워지고, 염증성 홍반과 각질이 생긴다. 지중해식 식단은 이러한 면역 염증 반응의 근원을 완화하는 데 관여한다.

특히 과일·채소·통곡물·견과류·생선·올리브유를 중심으로 한 식단은 β-카로틴, 비타민 C·E 등 항산화 영양소와 폴리페놀 같은 식물성 화합물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 성분들은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염증 매개체(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억제하며, 혈관 내피 기능을 개선해 전신 염증 수준을 낮춘다. 이러한 변화는 피부 증상뿐 아니라 수면 질, 불안 수준, 삶의 질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중해식 식단과 건선 간의 연관성은 과거 관찰 연구에서도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연구들은 상관관계만 제시했을 뿐, 실제 인과 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했다. 이번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은 그 한계를 보완하며, 지중해식 식단이 건선 증상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근거를 제시한 첫 연구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식단 요법이 기존의 약물 치료나 광선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병행 요법으로서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항염증 식단은 건선뿐 아니라 대사증후군, 심혈관 질환 등 동반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부가적 이점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MA Dermatology’에 2025년 10월자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Javier Perez-Bootello et al, Mediterranean Diet and Patients With Psoriasis, JAMA Dermatology (2025). DOI: 10.1001/jamadermatol.2025.3410

저널: JAMA Dermat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