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가 친절해서, 매력적이어서, 혹은 성격이 좋아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의문을 제기해 왔다. 정말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까. 한 가지 흥미로운 사고 실험은 이 질문을 아주 낯설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던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완벽한 복제 인간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사랑하는 사람의 완벽한 복제가 나타난다면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보자. 잭과 비카는 함께 살던 연인이다. 어느 여름, 두 사람은 파리 여행을 떠났다가 비행기 사고를 당한다. 잭은 그 사고로 목숨을 잃고, 비카는 살아남지만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진다. 시간이 흘러 그녀가 고향인 휴스턴으로 돌아왔을 때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잭과 완전히 똑같은 ‘복제 인간’이다.
이 복제 인간은 외모뿐 아니라 기억과 성격까지 동일하다. 몸의 점, 와인을 고르는 취향, 비카를 사랑하는 감정까지 모두 같다. 심지어 비행기 사고의 기억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비카는 이 복제 인간을 이전의 잭과 똑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을 ‘복붙’하듯이 그대로 옮겨 갈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아니오’라고 답한다. 아무리 모든 특징이 같더라도 복제 인간을 원래의 연인과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사고 실험은 바로 그 지점에서 중요한 사실을 나타낸다. 사랑은 단순히 어떤 성격이나 특징을 좋아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똑같이 닮았지만 같은 존재는 아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잭과 ‘복제 잭’은 모든 면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동일하다고 해서 같은 존재는 아니다. 철학에서는 이런 차이를 존재론적 차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두 개의 흰 머그컵을 생각해 보자. 같은 날 같은 공장에서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다면 두 컵은 거의 완벽하게 똑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같은 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컵일 뿐이다.
사랑도 비슷하다. 사랑은 특정한 존재를 향해 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함께 지나왔는지, 어떤 시간과 기억을 공유했는지가 사랑의 방향을 만든다. 그래서 복제 인간이 원래 사람과 완벽히 닮았더라도, 그 존재가 달라지는 순간 사랑의 대상도 달라진다.
좋아하던 컵이 깨졌을 때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똑같은 컵을 새로 꺼내 쓸 수는 있다. 그 컵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깨진 컵을 향한 사랑과 완전히 같은 감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컵에 대한 애정은 이전 컵의 기억 위에서 만들어지는 또 다른 감정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비카가 시간이 지나 복제 인간을 사랑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고로 죽은 잭을 향했던 사랑과 동일한 사랑은 아니다. 그 감정은 새로운 관계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사랑일 뿐이다.
사랑은 이유로써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 사고 실험은 사랑의 본질에 대해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철학에서는 사랑을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설명해 왔다. 하나는 ‘합리적 사랑’이라는 관점이다. 이 관점에서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이 친절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은 사랑이 본질적으로 비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어떤 이유로 완전히 정당화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합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복제 인간의 사고 실험은 이 두 번째 관점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만약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가 그의 성격이나 외모 같은 특징 때문이라면, 그 특징이 완전히 똑같은 복제 인간도 동일하게 사랑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직관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복제 인간을 같은 방식으로 사랑할 수 없다고 느낀다.
이 사실은 사랑이 단순한 이유의 목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사랑은 특정한 존재, 특정한 시간,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형성되는 감정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사랑은 논리로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인간 삶에서 가장 강력한 경험 가운데 하나로 남는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e, “On loving a clone, or why love can’t be rationally justified”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