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상어는 무려 400년 가까이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장수 척추동물이다. 놀랍게도 이렇게 오래 살아도 망막이 거의 망가지지 않고 시력 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인간의 노화성 시력 저하를 막을 새로운 단서를 줄 가능성이 제기됐다.
400년 사는 그린란드상어, 망막은 멀쩡했다
그린란드상어는 차갑고 어두운 북극 바다 깊은 곳에서 산다. 눈은 흐릿해 보이고 안구에 기생충이 붙어 있는 경우도 많아 오랫동안 사실상 앞을 잘 보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 연구진이 눈 조직을 직접 조사한 결과는 달랐다. 망막에서는 뚜렷한 세포 죽음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보는 데 필요한 단백질도 여전히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특히 이 단백질이 파란빛에 민감하도록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바다 깊은 곳까지 상대적으로 잘 들어오는 빛이 푸른 계열이기 때문에, 상어의 눈이 매우 어두운 환경에 맞게 적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의 시작도 흥미로웠다. 도로타 스코브론스카-크라브치크 교수는 그린란드상어 영상을 보다가 상어가 빛을 따라 눈동자를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했다. 정말 앞을 보지 못한다면 굳이 빛을 따라 눈을 움직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직접 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이 분석한 눈 가운데 일부는 약 200년을 산 상어에서 나온 것이었다. 일반적인 실험용 생쥐의 눈과 비교하면 야구공만큼 거대해 분석 방법부터 새로 맞춰야 했다.
비밀은 망가진 DNA를 고치는 능력일까
연구진은 그린란드상어가 오랜 세월 동안 눈을 지킬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강력한 DNA 복구 능력을 주목하고 있다. 세포의 DNA는 살아가는 동안 계속 손상을 받는데, 이를 제대로 고치지 못하면 세포 기능이 떨어지고 노화가 진행될 수 있다.
그린란드상어는 이런 손상을 오랜 시간 효과적으로 고쳐 눈 조직이 수백 년 동안 기능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 정확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단순히 오래 사는 것뿐 아니라 눈 같은 섬세한 기관까지 함께 오래 유지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번 발견은 인간에게도 의미가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황반변성이나 녹내장처럼 시력을 떨어뜨리는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그린란드상어가 수백 년 동안 망막 세포를 보호하는 방법을 이해하면 언젠가는 인간의 눈 노화를 늦추는 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린란드상어의 눈은 ‘오래 산다는 것’과 ‘오랫동안 건강하게 기능한다는 것’이 반드시 다른 문제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백 년 된 상어의 눈 속에는 인간이 아직 모르는 노화 방지의 원리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Daily, “This shark can live 400 years. Its eyes barely seem to 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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