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시설이나 요양원은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지지만, 입소자끼리 벌어지는 폭언과 신체적·성적 공격이 예상보다 흔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치매가 있는 노인은 공격을 하는 쪽과 당하는 쪽 모두에 더 많이 포함돼, 시설의 사전 위험 관리와 직원 교육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양시설 입소자 15%가 한 달 안에 다른 입소자에게 공격당했다
미국 연구진은 장기요양시설에서 입소자끼리 벌어지는 공격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조사했다.
그들은 뉴욕주 생활지원시설 14곳에 거주하는 930명을 한 달 동안 추적했다. 그 결과 약 15%가 다른 입소자로부터 언어적·신체적·성적 공격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한 달 동안 입소자 100명 가운데 약 15명이 다른 입소자와 관련된 공격을 경험했다는 의미다.
요양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요양원 입소자 약 5명 중 1명이 매달 다른 입소자와 충돌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게도 두 시설의 비슷한 발생률은 의외였다. 생활지원시설에 사는 노인들은 일반적으로 요양원 입소자보다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이동 능력도 좋으며 개인 공간도 더 많이 확보된다. 이런 조건이라면 입소자 사이의 갈등이 적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 조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가장 흔한 문제는 말다툼이나 폭언 같은 언어적 충돌이었다. 그러나 신체적 공격도 드물지 않아 일반적인 한 달 동안 입소자의 약 4~5%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매가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관련 조사에서는 치매가 있는 입소자가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공격받는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됐다.
치매가 진행되면 판단과 자기 통제를 담당하는 뇌 영역과 공포·위협에 반응하는 영역 사이의 기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자신이 아프거나 두렵고 불편하다는 사실을 말로 제대로 표현하는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 이때 스트레스가 고함을 지르거나 다른 사람을 붙잡고 때리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주변 환경도 영향을 준다. 사람이 몰리는 공동 공간이나 익숙하지 않은 돌봄 직원, 갑작스럽게 달라진 일상 등이 치매 노인에게 혼란과 불안을 일으켜 갈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심각한 사고가 갑자기 아무런 징후 없이 발생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 직원을 때린 적이 있거나, 룸메이트와 문제가 반복돼 방을 여러 차례 옮겼거나, 가족이 위험한 행동을 이미 시설 측에 알렸던 입소자 등에게서는 사고 전에 위험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
사고가 난 뒤 대응하기보다 위험 신호를 먼저 찾아야
연구진은 이런 충돌을 줄이기 위해 요양시설의 직원이 위험 신호를 알아차리고 갈등이 커지기 전에 개입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핵심은 단순히 치매 환자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입소자 개개인의 행동과 환경을 분석해 사고 가능성을 미리 낮추는 것이다.
먼저 각 입소자에게 맞춘 개별 돌봄 계획을 세우고 어떤 상황에서 불안이나 공격 행동이 나타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정 소음이나 사람, 장소, 일상의 변화 등이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를 돌봄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위험이 높은 입소자는 더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다. 필요하면 직원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간호사실 가까운 방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반복적으로 충돌하는 입소자들을 계속 같은 환경에 두는 것도 피해야 한다. 룸메이트나 식사 자리, 공동 공간의 좌석 배치를 다시 검토해 갈등을 일으키는 접촉을 줄일 수 있다.
직원 교육도 중요하다. 일반적인 치매 관리 교육뿐 아니라 흥분하거나 공격적으로 변하는 사람을 진정시키고 갈등을 키우지 않는 방법을 별도로 배울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중요한 사실은 장기요양시설에서 발생하는 노인 간 공격을 단순한 개인적 다툼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치매와 생활환경, 입소자의 과거 행동, 직원의 대응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한 뒤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것보다 위험 신호가 나타나는 단계에서 개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령자와 치매 환자가 함께 생활하는 요양시설이 늘어나는 만큼 입소자 사이의 폭력도 시설 안전관리의 중요한 문제로 다뤄야 한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ology Today, “How to Keep Older Adults in Care Facilities Safe From Ab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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