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무서운 기후변화의 재난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강풍, 폭우, 폭설, 홍수, 가뭄, 벼락, 우박 등의 자연 재난에 대한 보도가 매일 이어진다. 21세기가 시작될 무렵부터 인류는 기후변화에 의한 자연의 재난을 심각하게 경험하면서 미래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가게 되었다. 자연의 재난은 전쟁의 참화(慘禍)보다 더 무섭게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파괴한다. 기후변화를 지금 차단하지 못하면 그 불행은 미래를 살아갈 지금의 청년들에게 더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다.
기후변화의 대표 원인인 이산화탄소(CO2)의 증가를 두려워하면서도 인간은 대규모 전쟁을 벌인다. 소총 탄환에서부터 대형 폭탄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폭발할 때마다 대량의 열과 CO2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사람들은 전쟁이 대자연에 어떤 상처와 피해를 주고 있는지 의식하지 않는듯 하다.
지구를 지켜온 바다의 숲
미역, 김, 다시마, 파래 등은 한국인이 즐겨 먹는 해조류(海藻類)이다. 우리말로는 말이라 부르고, 영어로는 seaweed(바다잡초), seagrass(바다풀, 해초) 또는 kelp(켈프)라 한다. 바다의 하등식물인 이들은 육상의 고등식물과 달리 뿌리, 줄기, 잎의 구분이 없다. 이들은 수중에 뜬 상태로 서로 어울리거나 또는 헛뿌리를 바위 등에 부착한 상태로 광합성을 하면서 자라는 하등식물이다.
2023년 5월 초에는 모자반 종류에 속하는 해조류가 우리나라 이어도 해역과 세계 여러 바다에 대량 증식하여 선박의 스크류에 감겨 항해를 방해하고, 해산물 양식장에 밀려와 피해를 주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해조류가 없는 바다는 생명체가 없는 지구를 만들 것이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청정한 해역으로 둘러싸인 섬나라이다. 이곳의 수도 웰링턴에 있는 빅토리아대학의 러브리무리무(Love Rimurimu) 연구소에서는 마크로시스티스라는 대형 해조류를 인공적으로 대량 증식할 목적으로 깨알 같이 작은 새끼 식물체를 대량 배양하고 있다. 그 생명체는 해저 바위에 헛뿌리(가근假根)를 부착한 상태로 바닷속을 마치 지상의 고층빌딩이나 숲처럼 만드는 새끼들이다. 포자엽(胞子葉)이라 불리는 이 미소한 어린 식물체는 해조류의 홀씨(포자胞子)가 발아하여 세포분열을 막 시작한 어린 식물체이다.

다시마를 보면 헛뿌리가 바위에 부착하고 줄기처럼 보이는 자루 위에 벨트처럼 널따란 엽상체(thallus)가 펼쳐진다. 해조류는 수중에 살기 때문에 물관과 체관(관다발)이 따로 없다. 다시마는 거의 4m 정도로 자란다.
마크로시스티스는 해조류 종류 중에 가장 크게 자라는 동시에 가장 빨리 생장하기로 유명하다. 남태평양의 바다에 많이 자라는 이들은 길이가 50m에 이르기도 하고, 하루에 60cm나 자라기도 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생장하는 식물이다. 마크로시스티스 한 포기가 가지를 형성하면서 충분히 자라면 그것이 차지하는 범위는 축구장 절반 정도나 된다.
그러므로 이 해조류의 엽상체(葉狀體: 미역에서 보듯이 잎과 줄기가 합해진 형태)가 해수 속에서 높이 자란 모습은 마치 정글 지대의 거대한 수림(樹林) 같아 보인다. 과학자들은 이런 식물상을 ‘해조의 숲’(kelp forest)이라 부른다.

마크로시스티스가 가득 자라면 밀림처럼 물속에 숲을 이룬다. 마크로시스티스는 가장 큰 해조류이고, 또 밀집한 숲을 형성하기 때문에 특별히 자이언트 켈프(giant kelp 대해조류)라 불린다. 자이언트 켈프만 아니라 해조류로 분류되는 종류는 단세포이든 다세포이든 모두 물에 녹아있는 영양물질과 CO2를 흡수하여 광합성을 하면서 대량의 산소를 배출한다.

마크로시스티스는 톳이나 모자반처럼 공기주머니(기포낭)가 있어 부유한 상태로 자란다.

마크로시스티스의 홀씨가 발아하여 차츰 잎의 모습(엽상체)을 갖추어가고 있다. 사진의 어린 엽상체 길이는 0.8mm 정도이다.

자이언트 켈프가 높이 자라 엽상체가 수면에 도달하면, 엽상체는 수면을 덮은 상태로 광합성을 한다. 해조류가 무성하게 자라는 곳에는 물고기와 기타 해양동물들도 대량 살게 마련이다. 마크로시스티스의 수명은 3년이다. 그 사이에 홀씨를 대량 만들어 자손을 남긴다.
줄어드는 자이언트 켈프 군락지
해수의 수온이 높아지고 지구온난화가 계속되자, 뉴질랜드 근해의 자이언트 켈프 군락(群落)이 계속 황폐해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된 빅토리아대학의 과학자들은 바다의 생태계의 변화를 밝히는 동시에 이 해조류를 인공적으로 증식시켜 옛 모습으로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CO2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보자. 지표면의 72%를 덮고 있는 바다는 대기 중에 포함된 CO2를 매일 2,200만톤 흡수한다. 이 양은 지상에서 발생하는 전체 CO2의 20-30%를 바다가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다가 이 정도로 CO2를 흡수해주지 않는다면 지구의 기온은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할 것이다.
그리고 해수 속으로 녹아 들어간 CO2는 물에 무진장 용해되어 있는 칼슘과 결합하여 탄산칼슘(CaCO3)으로 변한다. 이 탄산칼슘은 조개, 소라, 새우, 게 등의 껍데기와 물고기의 뼈 성분이 된다. 이런 화학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에 바닷물은 약간 산성화가 된다. 그런데 해조류는 바다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수생생물은 동물이든 식물이든 고온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난 1세기 동안 바다의 수온이 높아지면서 많은 해조류들은 생장이 억제되고 드디어는 무성하던 수중식물의 세계가 차츰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세기 동안 농업생산의 증가, 도시화, 산업의 발달에 따라 육지로부터 막대한 양의 토사와 폐기물이 바다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들이 해저에 퇴적하는 양은 해마다 증가한다. 더구나 최근 몇 년 동안 더 많은 비가 내리면서 퇴적량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지상에서 흘러들어온 흙탕물은 해수의 투명도를 나쁘게 하여 수중식물의 광합성과 생장을 억제한다.

빅토리아대학의 여성 연구원(Yun Yi Kok)이 인공배양한 어린 마크로시스티스의 생장 상태를 조사하고 있다. 이곳의 연구원들은 수온이 마크로시스티스의 생장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조사하는 동시에, 수온이 높은 조건에서도 잘 자라는 신종을 개발하여 증식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연구실에서는 포자에서 발아한 새끼 식물을 돌에 붙여 약 2cm 크기로 생육시킨다. 이렇게 돌에 부착한 수천만 개의 엽상체를 해저에 방생하여 광대한 숲이 되도록 하려 한다. 해조류의 어린 새끼를 돌에 부착시켜 증식시키는 방법을 그린 그레이블(green-gravel: 푸른자갈)이라 한다.

해조류의 어린 묘가 바위에 부착하여 자라기 시작했다. 이곳 연구소에서 인공증식한 마크로시스티스는 6개월 동안에 약 2m 크기로 자랐다.
산업발달은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주었지만, 자연의 생명체들에게는 스트레스를 주게 되었고, 대기층에는 기상의 대변화를 가져와 예기치 않은 재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류가 미래의 안전을 위해 서둘러 해야 할 가장 급한 일은 기온과 수온이 더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모든 방법을 찾아내어 대책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의 변화를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것이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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