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에서 배출되는 수천 가지 화학물질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량은 계속 증가만 하고 있다. 페트병, 플라스틱 식기, 비닐 주머니, 합성섬유 모두가 플라스틱(합성수지)으로 분류되는 합성 화학물질이다. 전자과학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더라도 온갖 전자제품들을 편리하게 이용하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플라스틱에 대한 화학지식이 없어도 그것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등장하면서 발생하게 된 큰 환경문제의 하나가 마이크로 플라스틱의 피해이다. 마이크로 플라스틱 공해는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입자 그 자체이다. 그런데 자연에 버려지거나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태양의 자외선에 의해 조금씩 분해된다. 최근 자외선의 영향으로 플라스틱이 변질될 때 수천 가지 화학물질이 생겨나며, 그들 중에는 인체는 물론 다른 생명체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바다나 호수에 떠도는 플라스틱에서는 수천 가지 화학물질이 빠져 나온다. 플라스틱은 자외선이나 마모(磨耗)에 의해 작은 조각(마이크로 플라스틱)으로 부서지면서, 그 과정에 온갖 화학물질을 내놓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플라스틱 용기에는 식수나 음식물만 아니라 온갖 약품(농약 포함)과 화학제품 등이 담겨 있다. 이런 것들이 그대로 버려지면 심각한 공해물질까지 자연 속에 쏟아놓게 된다. (본사 블로그에서 <마이크로 플라스틱> 참조)

‘플라스틱 과학’은 복잡한 화학이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때는 용도에 따라 색소, 고온에 견디도록 하는 내열성(耐熱性) 물질, 단단하도록 하는 강화제(强化劑), 부드럽게 하는 유연제(柔軟劑) 등을 첨가하고 있고, 이들의 겉면에는 화려한 인쇄 광고가 있다. 이런 첨가제들은 플라스틱 자체 분자와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않고 혼재(混在)한 상태로 있다. 그러므로 플라스틱 제품이 물에 들어가거나 분해되면 이들은 분리되어 나오게 된다. 이런 현상을 환경학에서 침출(浸出 leaching)이라 한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의 생물학자 와그너(Martin Wagner) 교수는 “플라스틱이 분해될 때 침출되는 온갖 화학물질들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그러나 실험 결과 다양한 종류의 화학물질이 발견된다.”고 말하면서, 그가 행한 실험 결과를 2021년 9월 7일자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 했다.

와그너 교수의 실험

그는 독일 괘테 대학의 짐머만(Lisa Zimmermann) 교수와 공동으로 이 실험을 했다. 그들은 비닐 봉지, 플라스틱 백, 플라스틱 과일쟁반, 플라스틱 병, 커피잔 뚜껑, 과자류 포장지, 요거트병, 플라스틱 신발 이렇게 8가지 플라스틱 종류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들은 각각을 잘게 조각내어 증류수에 담근 다음, 그룹으로 나누어 40℃에서 5일, 7일, 10일 동안 기간을 다르게 하여 우려내도록(침출되도록) 했다. 이때 그들은 실험 재료의 절반은 어두운 곳에, 나머지는 태양이 비치는 곳에 두었다.

그 후 그들은 어두운 곳에 둔 것과 태양에 노출한 용기 속의 물에 침출된 화학물질들의 성분(환경호르몬 포함)과 그 양을 질량분광기(mass spectrometer)로 조사했다. 그 결과 모든 용기에서 플라스틱 침출물이 발견되었는데, 어두운 속에 둔 용기에서는 수십 종의 화학물질이 발견되었고, 태양에 노출시킨 용기에서는 수백 종, 어떤 것에서는 1,000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이 나왔다.

플라스틱에서 침출된 화학물질 중에는 위험성이 알려진 것도 있고, 아직 알지 못하는 것도 있다. 문제는 이 실험 결과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즉 쓰레기로 버린 플라스틱들이 들판이나 바다에 있으면서 마이크로 플라스틱으로 부셔져 가는 동안에,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침출되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중요한 사실은, 태양의 자외선이 작용할 때, 더 많은 종류와 양의 화학물질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포장용으로 다량 소모되는 비닐주머니의 성분은 폴리에틸렌이다. 이런 봉지를 잘게 자른 것을 물에 담가 두자, 암소(暗所)에 둔 것보다 태양 아래에 둔 것에서 더 많은 종류와 양(약 2배)의 화학물질이 발견되었다. 어떤 플라스틱 봉지에서는 263종의 물질이 나왔고, 태양에 노출시킨 어떤 것에서는 1,300가지나 되는 화학물질이 발견되었다. 특히 태양 아래에 두는 시간이 길수록 더 많은 물질이 침출되었다. 식수가 담긴 페트병을 햇빛 비치는 곳에 장시간 진열해두거나, 승용차 안에 둘 때, 노출 시간이 길면 화학물질들이 침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첨단 화학공장의 모습이다. 플라스틱은 종류가 많다.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에 따라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페트병이나 비닐백은 화학적으로 재생할 수 있다. 이런 플라스틱을 열가소성(熱可塑性) 플라스틱(thermoplastic)이라 하는데, 이들은 열을 가하여 녹여서 다른 모습으로 재생(가소可塑)할 수 있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틸렌, 폴리비닐클로라이드가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열경화성(熱硬化性) 플라스틱(thermoset plastic)은 재생이 불가능하다. 자동차 타이어 같은 열경화성 플라스틱에 열을 가한다면 녹지 않고 타서 가루와 기체로 되어버린다.

이번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더 많은 연구과제가 생겨났다. 쓰레기가 된 온갖 플라스틱에서 침출되는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음식에 섞여들면, 토양이나 물에 혼입되면, 인체와 다른 생명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햇빛은 왜 더 많은 종류의 화학물질이 침출되도록 할까? 이런 의문에 대한 대답을 알기 전에, 사람들이 우선 실행해야 할 일은 가능한 한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지구의 환경을 위해, 자신의 건강을 위해. – YS

손동민 기자 (문의 및 제휴 : hello@sciencewave.kr)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