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에서 생성된 강철보다 강한 인공 거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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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거미가 힘들이지 않고 꽁무니(거미줄샘)에서 질김 섬유를, 끈끈이까지 바른 상태로 한없이 풀어내면서 커다랗게 그물을 치는 모습을 보면 놀라울 뿐이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거미줄의 성분에 대한 연구를 해왔으며, 특별히 인공적으로 거미줄처럼 강인한 섬유를 만들어보려는 연구를 해왔다. 인공거미줄에 대한 연구는 얼마큼 진전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거미줄 생산법은 거미들이 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최근 거미줄(실크)을 생성하는 ’거미줄 유전자‘를 대장균(Escherichia coli 줄여서 E. coli)이라 불리는 박테리아의 염색체에 결합하여, 박테리아가 거미줄 성분을 생산하도록 하는 유전공학적 방법이 성공했다. (본사 블로그에서 <인공거미줄>을 검색하면, <거미가 만드는 강철보다 질기고 강한 섬유>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미국 남부에서부터 열대 남아메리카 일대의 숲에는 무당거미류에 속하는 바나나거미(banana spider, golden orb weaver, 학명 Trichonephila clavipes)가 산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가 다리까지 합쳐 4.8-5.1cm이고, 수컷은 암컷보다 3분의 1 정도로 작다. 거대한 거미줄을 잘 치는 선수로 유명한 바나나거미는 거미줄에 대해 전문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관심을 특히 많이 끄는 종이다.

대형 거미줄을 잘 설치하기로 유명한 바바나거미의 유전자지도는 이미 상세히 알려져 있다. 그들의 유전자 중에 거미줄 생성과 관련되는 것이 28개라는 것도 밝혀져 있다.

거미줄처럼 강인한 섬유는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병원에서는 큰 상처를 꿰맬 때 사용하는 봉합사(縫合絲 surgical thread)로 사용될 수 있다. 현재 의료용으로 이용하는 봉합사는 종류가 많다. 이들은 상처가 아물었을 때 조직 속에서 자연히 분해되어 없어지는 흡수성 봉합사와 그렇지 못한 비흡수성 봉합사로 나눌 수 있다.

실크 단백질을 생산하는 대장균

2021년 7월 27일자 학술지 <ACS Nano>에는 미국 워싱턴대학 <환경나노화학연구소>의 전영신 박사를 비롯한 6명의 생명공학자들이 ‘바나나거미의 유전자를 대장균의 유전자에 조합하여 대장균이 거미줄 성분을 생산토록 하는 데 성공한’ 다음과 같은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Microbially Synthesized Polymeric Amyloid Fiber Promotes β-Nanocrystal Formation and Displays Gigapascal Tensile Strength, Jingyao Li, Yaguang Zhu, Han Yu, Bin Dai, Young-Shin Jun, and Fuzhong Zhang

이 논문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거미가 꽁무니의 거미줄돌기(spinneret)에서 배출하는 끈끈한 액체(거미줄)는 스피드로인(spidroin)이라 불리는 단백질이다. 스피드로인은 나노크리스탈이라는 치밀한 구조를 가진 분자가 연달아 붙어 있는데, 나노크리스탈이 많을수록 강인한 실크가 된다.

그러므로 거미의 실크를 인공으로 생산하려면 먼저 나노크리스탈을 합성해야 된다. 과학자들은 거미줄샘에서 어떤 화학적 과정을 거쳐 나노크리스탈이 생성되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워싱턴대학의 몇 연구자들은 약 2년 전에 나노크리스탈이 아밀로이드(amyloid)라는 단백질임을 알게 되었다. 이때 그들은 새로 발견한 나노크리스탈에 ‘아밀로이드 단백질 폴리머’라는 이름을 붙였다. 폴리머(polymer)란 동일한 구조를 가진 분자가 수없이 연결되어 있는 화합물을 말한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무당거미 종류의 거미줄돌기에서 실크가 배출되고 있다. 거미는 종류에 따라 2-8개의 거미줄돌기를 가졌으며, 각 돌기에서 조금씩 다른 성분의 실크가 나와 1개의 긴 가닥으로 완성된다.

논문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설명한 해설 그림이다.

나노화학연구소의 연구자들은 박테리아(대장균)를 이용하여, 즉 대장균의 유전자(DNA)에 바나나거미의 거미줄유전자를 조합시켜, 박테리아가 거미줄 단백질을 분비하도록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유전자가 조합된 대장균이 분비한 단백질을 건조시키자 흰색의 고체가 되었다. 그러나 이 상태로는 거미줄이 될 수 없었다. 그들은 이 물질을 특별한 용액에 녹인 다음, 지극히 좁은 구멍 속으로 빠져나오게 하여 긴 실크가 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바나나거미의 DNA가 조합된 대장균들이 분비한 거미줄 단백질을 건조시키자, 사진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연구자들은 이 흰색의 단백질을 가루로 만든 다음, 특별한 용액에 녹여 좁은 구멍으로 통과시켜 실크를 뽑아냈다.

대장균이 분비한 단백질로부터 뽑아낸 실크가 감겨 있다. 연구자들은 이 섬유의 강도를 실험한 결과 바나나거미의 실크와 다름없이 강인했다.

이 실험의 성공으로, 대장균의 유전자를 조합한 생명공학적 방법이 지금까지 연구된 다른 인공합성법보다 쉽고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대장균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실크 단백질을 생산했다.”고 말했다.

X선 회절 방법으로 실크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분석한 전영신 박사는 자연산 거미의 실크단백질은 나노크리스탈이 96개 단위로 이어진 폴리머인데, 변형 대장균은 128개의 크리스탈이 이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합성한 인공 거미 실크를 5,000배로 확대해본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박테리아를 이용한 거미줄의 인공합성에 성공한 과학자들은 앞으로 이 실크를 이용하여 인공근육을 만드는 연구에 도전하려 한다.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인공합성한 거미줄을 이용하여 수술용 봉합사도 만들고 인공근육도 제조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 YS

강영호 기자 (문의 및 제휴 :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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