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에서 팬데믹까지, 미생물이 이끈 역사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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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인류는 미생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진화하고 발전해왔다. 고관수 교수의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는 인류와 미생물이 서로 공생하고 때로는 공격하며, 함께 역사를 만들어온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책이다. 이 책은 미생물이 단순히 질병을 일으키는 생명체가 아니라, 인류 역사의 변곡점마다 결정적 역할을 해온 중요한 주체임을 증명해낸다.

책의 구성은 인류 역사 속 중요한 사건들을 미생물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방식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에 기여한 효모 이야기로 시작해, 콜럼버스의 교환, 산업혁명, 세계대전 같은 역사적 사건 속에서 미생물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그 숨겨진 면모를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 아테네 민주주의의 몰락을 일으킨 아테네 역병이 사실 살모넬라 엔테리카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은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미생물들이 때로는 파괴적 역할을, 때로는 인간에게 유익한 공생적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효모와 맺은 관계를 보면, 발효 과정을 통해 술을 만들고, 빵을 구우면서 그 부산물을 인간 생활의 중요한 요소로 삼아왔다. “효모는 포도 껍질 표면에 살며 포도당을 발효시켜 술을 만들어낸다”는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인류의 진화와 문명에는 미생물의 손길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콜럼버스의 교환에서 미생물의 역할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할 때, 그들이 가져온 천연두와 같은 질병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거의 몰살시켰다. 왜 유럽에서는 평범했던 미생물이 아메리카에서는 파괴적 무기가 되었을까? 이는 미생물의 지리적, 생태적 특성 때문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유럽에서 유입된 미생물에 면역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체계는 이 새로운 적에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미생물이 주는 공포는 과거의 일이 아니다. 현재, 유전자 조작 기술로 인해 인간은 이러한 멸종된 바이러스를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우리의 미래에 새로운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결핵과 산업혁명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은 특히 눈길을 끈다. 결핵은 오랫동안 인류와 공존해온 미생물이지만, 산업혁명 시기에 이르러 대규모로 발생하게 된다. 급격한 도시화와 열악한 위생 상태가 결핵균의 확산을 촉발한 것이다. 저자는 “결핵균은 인간의 역사를 바꾸었다기보다는, 인간이 역사에서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때 결핵균이 불러와졌다”고 설명하며, 질병을 단순히 미생물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않고, 사회적, 환경적 요인과 결합된 현상으로 바라본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미생물과 인류의 상호작용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에 있다. 항생제 내성 문제를 다루는 장에서 저자는 포스트 항생제 시대가 도래했음을 경고한다. 더 이상 항생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세상이 올 수도 있으며, 이는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패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러나 저자는 동시에 마이크로바이옴과 같은 새로운 미생물 연구가 인류의 미래에 중요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내의 미생물 생태계를 의미하며, 이는 단순히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신체적 상태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가 질병을 단순히 외부의 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며, 미생물과의 공존을 통해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책의 후반부는 이러한 미생물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여러 시도들을 소개한다. 특히, 볼바키아라는 미생물을 이용해 모기를 퇴치하는 방법이나, 분변 미생물 이식술을 통해 장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하는 새로운 치료법은 지금까지의 전통적 치료법을 뛰어넘는 혁신적 접근이다. 과거에는 인간이 미생물을 단순히 제거해야 할 적으로만 여겼다면, 이제는 그들과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공생적 관계로 나아가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는 그 제목 그대로, 역사의 중요한 물음들에 미생물이 답을 해준다는 것을 일관되게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책은 미생물이 단순히 인간에게 질병을 전파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류와 함께 진화하고, 때로는 역사를 바꾸며, 미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존재임을 일깨워준다. “미생물은 우리 곁에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것이다”라는 책 속 문장이 모든 것을 대변해준다.

우리가 과거에 알지 못했던, 혹은 간과해왔던 미생물의 영향력은 이 책을 통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역사의 이면에 숨어 있던 미생물들의 활동을 추적하며, 독자는 과거뿐 아니라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과 그 해결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은 팬데믹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과학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지만, 아직도 우리는 미생물과 공존하기 위한 더 많은 지식을 얻어야 하고, 그것을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역사, 과학,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며, 미생물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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