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뜨거운 물이 냉수보다 더 빨리 언다.”라고 말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영국의 물리학자 오스본(Denis Osborne 1932-2014)은 1960년대 중반에 탄자니아의 다레스살람 대학에서 물리학 과장으로 지내고 있었다. 그때 그곳의 한 고등학교 교장이 그에게 물리학 특강(特講)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동아프리카의 탄자니아 연합공화국. 1961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다. 이 나라의 최대 도시는 다르에스람이다.
강연(講演)이 끝나자, 음펨바(Erasto B. Mpemba)라는 참가 학생이 찾아와 질문을 했다. “같은 부피인 35℃의 물과 100℃의 물을 냉동실에 넣었더니, 뜨거운 100℃의 물이 먼저 얼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받은 오스본 교수는 그 자리에서 대답을 못했다. 연구실로 돌아온 교수는 직접 실험을 해보았다. 놀랍게도 음펨바의 질문은 사실이었다. 그후 오스본 교수는 이 문제를 깊이 연구하여 음펨바와 공동으로 1969년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때 이 현상을 ‘음펨바 효과’라고 불렀다.
음펨바는 1950년에 탄자니아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63년, 그는 학교 실험실에서 급우들과 아이스크림을 만드느라, 우유에 설탕을 녹인 컵을 냉장고에 넣고 얼렸다. 이때 다른 친구들은 식은 컵을 냉장고에 넣었지만, 음펨바는 급한 마음에 뜨거운 상태로 집어넣었다. 그런데 얼마 후 냉장고를 열어보자, 다른 급우들이 넣어둔 식은 컵의 용액은 얼지 않았는데, 자신의 뜨거운 용액이 먼저 얼어 있었던 것이다.
기원전 300년 경에 아리스토펠레스는 “뜨거운 물이 찬물보다 먼저 언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 후에도 몇 차례 비슷한 말을 한 학자들이 있었다.
뜨거운 물이 먼저 어는 음펨바 효과는 모든 경우에 다 일어나지 않고, 특별한 온도 조건에서만 신비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음펨바 효과의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이 다수 있으나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고 있다. 이론 중에는 증발(蒸發 evaporation)과 관계가 있다는 것도 있고, 대류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텍사스 사우던 메소디스트 대학의 화학자 크리머(Dieter Cremer)는 원자 및 분자의 운동과 결합 상태의 변화를 컴퓨터 시물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분석하여 난해(難解)한 설명을 하기도 한다.

겨울 아침, 눈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호숫가나 고산의 나뭇가지에 눈꽃이 무성하게 매달려 있는 아름다운 현상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날 아침, 물이나 지표면에서 증발한 수증기나 안개가 영하의 나뭇가지나 잎에 차례로 붙어 눈꽃처럼 응결(凝結)한 것이다. 고속도로 표면에 안개의 수분이 결빙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열음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검은 눈(black ice)이라 불리며, 매우 위험하다. 겨울 아침, 차유리가 얼어있다면 안개가 얼어붙은 경우가 많다.

온천수 속에 쉬고 있는 일본원숭이의 머리털에 얼음이 가득하다. 온천의 따뜻한 물 분자가 응결한 것이다.

북극 가까운 지방에서 추운 날, 뜨거운 물을 공중으로 뿌리면 수증기가 즉시 얼어 사진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이 현상은 음펨바 효과와 관계가 없다.

음펨바(왼쪽)는 졸업 후 과학자가 되지 않고 UN식량농업기구의 아프리카 삼림 및 야생동물위원회에서 근무했다. 오른쪽은 청소년의 엉뚱한 질문을 흘려듣지 않고 사실을 확인했던 물리학자 오스본 교수이다. 음펨바는 청소년 때 훌륭한 물리학적 현상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물은 0℃에서 고체(얼음)로 변한다. 이것은 순수한 물일 때이고, 물에 소금이나 설탕 등의 어떤 물질이 녹아있거나, 박테리아라도 섞여 있으면 더 낮은 온도에서 얼게 된다. 예를 들어 탄산가스와 설탕이 용해된 음료수는 –8℃ 이하로 내려갔을 때 얼기도 한다.
음펨바 효과를 직접 확실하게 실험해보려면, 35℃의 물과 5℃의 물을 같은 양 컵에 담아 냉장고에서 얼려보면, 35℃의 물이 먼저 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YS
손동민 기자 (문의 및 제휴 :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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