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기린처럼 큰 동물은 신경 신호 속도 지연을 어떻게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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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주변 자극에 빠르게 반응하는 능력은 동물의 생존에 꼭 필요하지만 기린이나 고래처럼 몸이 큰 동물은 신경 신호가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어떻게 반응 속도를 유지하며 살아갈까?

[AI로 생성한 혹등고래 이미지.]

신경 신호는 원래 느릴 수밖에 없다

사람과 동물은 모두 신경세포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 신경 신호는 전기 형태로 전달되며,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신경에서는 초 당 약 100미터 정도의 속도로 이동한다.

사람의 경우 신경 길이가 대부분 2미터보다 짧기 때문에, 신호는 몇 밀리초 만에 도달한다. 그래서 우리는 뜨거운 물체를 만지면 거의 즉시 손을 뗄 수 있다.

하지만 몸집이 큰 동물은 상황이 다르다. 신경 신호가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길어질수록 반응에는 지연이 생긴다.

연구자들은 작은 동물부터 혹등고래까지 비교한 결과, 신경이 두꺼울수록 신호는 빨라지지만 그만큼 세포의 부피도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빠른 전달과 효율적인 구조 사이에는 항상 균형이 필요하다.

게다가 신호 지연은 단순히 이동 속도 때문만이 아니다. 신경 사이에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이나, 빛 같은 자극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시간이 추가로 걸린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이런 작은 시간 차이를 계속 보정하며 세상을 인식한다.

[AI로 생성한 기린 이미지.]

큰 동물은 몸 곳곳에서 ‘먼저 반응’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했다.

한 가지 방법은 신경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베츠 세포’처럼 축삭이 매우 두꺼운 신경세포는 신호를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사람과 영장류에서는 이동 거리가 길수록 이런 세포가 더 크게 발달한다.

하지만 기린에서는 이런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이 동물들은 빠른 반응 자체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적응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전략은, 신경 신호를 굳이 뇌까지 보내지 않고 중간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척수 안에 ‘중앙 패턴 생성기’라는 작은 제어 구조가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이곳은 반복적인 움직임이나 간단한 반응을 저장하고 있어서, 특정 자극이 들어오면 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반응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 손을 즉시 빼는 반응처럼, 일부 행동은 이미 몸에 ‘자동 반응’으로 저장되어 있다.

이런 구조는 특히 몸이 큰 동물에게 유리하다. 신경 신호가 먼 거리를 오가는 대신, 몸의 중간 지점에서 바로 처리해 지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큰 동물들은 느린 신호 전달이라는 한계를 없애기보다, 그 한계를 고려해 구조와 반응 방식을 바꾸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The Scientist, “How Is Information Transmitted in Large Anim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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