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분류하는 방법 중에는 주식하는 먹이에 따라 초식동물, 육식동물, 이것저것 다 먹는 잡식동물로 나누기도 한다. 식물 역시 탄소동화작용을 하는 광합성식물과 신비롭게도 곤충이나 원생동물 등 육식을 하는 식충식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통발, 끈끈이주걱, 파리지옥풀(Venus flytrap), 니펜시즈(nepenthes 네펜데스)는 잘 알려진 대표적인 식충식물이다. 이들 중에서 파리지옥풀과 니펜시즈 종류는 온실에서 재배하여 판매하기도 한다.
식충식물을 영어로는 predatory plant, carnivorous plant, meat-eating plant 등으로 부르는데, 모두 ‘육식(肉食)하는 식물’이라는 의미이다. 육식식물 중에는 진딧물, 거미, 파리 정도가 아니라 작은 파충류나 포유류까지 먹어버리는 종류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육식식물은 800여 종이나 되는데, 그들은 육식만 하면서 살지 않는다. 생존에 필요한 대부분의 에너지는 광합성작용으로 얻고, 육식은 부족한 영양분인 K, Na, Ca, Mg 등을 보충하는 부식(副食)일 뿐이다. 육식식물은 주로 습지나 바위투성이의 땅처럼 영양분이 부족한 곳에 산다. 몇 종류는 온실과 집에서 기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란다.

흰꽃을 피우는 트리안타(Triantha occidentalis)라는 식물도 곤충을 먹는다는 사실이 2021년 8월에 밝혀졌다. 이 식물은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럼비아 지역에 살며, 꽃이 피어나는 꽃대 주변의 털에 작은 곤충이 붙어버리는 점액을 분비한다. 트리안타는 다른 식충식물과 달리 영양이 풍부한 곳에 살지만 육식을 한다.

트리안타가 왜 육식을 하는지 조사한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의 식물학자 그라함(Sean Graham)은, “그들은 광합성으로 직접 질소를 합성하지 못했다. 부족한 질소 영양분을 얻기 위해 곤충식을 하며, 곤충을 소화하는 효소는 포스파태이스(phosphatase 인산가수분해효소)였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꽃대를 확대해본 사진이다. 미세한 털에서 소화효소가 포함된 점액이 분비된다.

통발(bladderwort, Utricularia)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늪지에도 사는 식충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물에 떠서 살며, 길이 1m 정도까지 자란다. 물고기를 유인하여 잡는 통발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늪식물은 노란색 꽃도 피우며, 줄기에 투명한 작은 방울(주머니, 통발)들이 달려 있다. 물에 사는 작은 곤충이 주머니 입구에 접근하면, 순식간(0.002초)에 물과 함께 주머니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일단 갇힌 곤충은 주머니 입구의 구조 때문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소화효소에 분해되어 통발의 영양이 되고 만다.

끈끈이주걱(sundew)이라 불리는 식충식물 종류는 잎의 돌기 위에 점액을 이슬방울처럼 분비해두고 있다. 벌레들이 이 점액에 붙으면 벗어나지 못하고 서서히 소화된다. 끈끈이주걱 무리는 세계적으로 200여 종 알려져 있다.
두 손바닥처럼 펼치고 있는 파리잡이풀(Venus flytrap)의 올가미는 잎이 변형된 것이다. 가장자리에 뻗어 있는 가시들은 접촉 자극에 민감하여, 파리나 기타 곤충이 들어오면 빠르게 닫아버린다. 올가미를 움직이는 중간 부분의 세포들에서 수분이 급히 빠짐에 따라 풍선이 꺼지듯이 팽압이 감소하여 닫히게 된다.
척추동물도 먹어버리는 식충식물
벌레잡이통풀의 주머니처럼 생긴 함정(陷穽)의 가장자리는 미끄럽기 때문에 지나가던 곤충들이 주로 빠지게 된다. 그러나 열대 아시아에 사는 어떤 종류의 함정에는 달팽이, 척추동물인 작은 개구리, 도롱뇽 새끼, 새, 물고기, 쥐까지 들어가게 된다. 통속에 빠진 그들은 뚜껑이 닫히므로 탈출하지 못하고, 소화효소가 가득한 액체 속에서 서서히 분해되어 통풀의 영양이 되고 만다.

벌레잡이통풀의 영어 일반명은 pitcher plant이고, 학명은 Nepenthes이다. 벌레(또는 작은 파충류나 포유류까지)를 잡는 통처럼 생긴 조직은 잎이 변형된 것이다. 열대 아시아 우림지대에서 주로 발견되며, 벌레를 유인하는 통의 모양이 각기 다른 약 170종이 알려져 있다.

벌레잡이통풀의 일반적인 구조이다. 통(pitcher cup)에는 소화액이 담겨 있으며, 벌레가 빠지면 뚜껑(lid)이 닫혀 탈출하지 못하게 된다. 비가 내릴 때도 뚜껑이 덮힌다. 소화액 속에는 박테리아나 곰팡이가 번식하지 못하는 방부제도 함께 포함되어 있으며, 소화효소 성분은 30여 가지가 알려져 있다.

높이가 8-9cm쯤 되는 통에 길이 3cm쯤 되는 도롱뇽 새끼가 빠져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생태학자인 몰도완(Patrick Moldowan)의 조사에 따르면, 함정에 갇혀버린 도롱뇽들은 3-19일 만에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들이 소화효소 때문에 죽은 것인지, 여러 날 굶어 아사한 것인지, 통 속이 너무 더웠던 때문인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보르네오 섬 숲에 사는 이 벌레잡이통풀에는 특별한 다이빙개미(diving ant)가 함께 사는 것이 2013년에 처음 발견되었다. 다른 곤충들이라면 통의 가장자리에서 미끄러져 저승길로 갈 것이지만 이 개미들은 안전하게 다녔다. 스위스의 생물학자 샤르만(Mathias Scharmann)의 관찰에 의하면, “이 통풀에 고여 있는 물에는 모기의 애벌레들이 안전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다이빙개미들이 와서는 장구벌레만 아니라 빠져있는 다른 곤충들까지 잡아먹어 버렸다. 개미 때문에 벌레잡이통풀은 먹을 것이 없어졌지만, 고인 물에 개미들이 배설해놓은 오물들이 영양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는 동물계에서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식충식물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육식식물들은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살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찾아가 자세히 연구하기 어렵다. 식충식물들이 분비하는 소화효소의 성분이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들의 화학적 성분이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합성되며, 포획한 곤충의 외골격이나 단백질은 어떻게 분해되는지, 소화효소들은 식물조직의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 그들은 어떤 생리작용으로 빠르게 먹이를 가둬버리는지 등, 연구해야 할 숙제가 많다. 최근에는 환경악화로 인해 다수의 육식식물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어, 그들의 신비를 연구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리게 될 것을 과학자들은 염려한다. -YS
김지윤 기자 (문의 및 제휴 :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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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을 하는 식충식물(食蟲植物) 이야기”에 대한 1개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