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서구 여러 나라에서 평균 IQ 점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랐다. 이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정말 점점 더 멍청해지고 있는지 불안해했다. 진실은,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떨어지는 건 지능일까, 지능을 재는 방식일까
한때 ‘플린 효과(Flynn effect)’라는 말이 유행했다. 뉴질랜드 출신 철학자이자 지능 연구자 제임스 플린은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과 여러 서구 국가에서 평균 IQ가 10년마다 약 3점씩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과 영국,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 평균 IQ 점수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SNS, 코로나19, AI 의존, 심지어 강한 대마초까지 원인으로 거론하며 “세상이 점점 멍청해진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한 해석은 너무 성급할 수도 있다. IQ 점수의 하락이 곧바로 ‘실제 지능의 하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IQ 테스트는 지능이라는 복잡한 능력을 너무 단순한 방식으로 재단해 왔다. IQ는 객관적 진실이라기보다, 어떤 시대가 중요하다고 여긴 능력에 대한 판단일 수 있다.
실제로 IQ 테스트는 문화적으로 편향될 수 있다. 영국의 흑인 아동들이 과거 특수교육 대상으로 잘못 분류된 사례도 그런 문제를 보여 준다. 시험지에 나온 단어 하나가 특정 문화권 아이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았고, 그 결과가 낮은 지능처럼 해석됐다. 아이들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시험이 그들의 언어와 경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사례를 보면 IQ는 인간의 능력을 투명하게 비추는 창이라기보다, 사회가 만든 좁은 틀에 더 가깝다.
게다가 높은 IQ가 인간의 진짜 지혜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2차 세계대전 후 뉘른베르크 재판에 회부된 나치 고위층 가운데 상당수가 높은 IQ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그들은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가 본 아이히만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는, 무서울 정도로 둔감한 사람이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지능 부족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지 못하는 도덕적 무감각이다. 그렇다면 지능이란 무엇일까. 빠르게 문제를 푸는 능력만으로 인간의 총체적 정신 능력을 말할 수 있을까. 이 글은 그 질문을 다시 던진다.
스크린이 정말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가?
물론 많은 사람들은 디지털 기술을 의심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우리의 정신적 노동을 대신해 주고 있으니, 뇌가 점점 게을러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이 설명은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식기세척기와 세탁기가 육체노동을 덜어 줬다면, 오늘날의 아이폰과 AI는 정신노동을 덜어 주고 있다는 식의 설명도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서는 미국인의 논리, 어휘, 수학 문제 해결, 유추 능력 점수가 떨어졌다는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같은 연구에서 공간 지각 능력은 오히려 상승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두고 ‘진짜 지능’이라고 불러야 할까. 고전 문학에 대한 비평문을 잘 쓰는 능력과 복잡한 3차원 게임 공간을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지능적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예전 시험이 높게 평가한 능력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시대가 바뀌면 가치 있게 여겨지는 사고 능력도 달라진다. 그러니 어떤 영역의 점수 하락만 보고 인간 전체의 지능이 추락했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디지털 기술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지, 아니면 오히려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지는 사용자의 태도에 달려 있을 수 있다. AI가 잘못된 답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가려낼 수 있다면 기술은 인간의 사고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도구가 된다. 반대로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면 사고력은 약해질 수 있다. 결국 문제는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과 관계 맺는 인간의 판단력에 있다.
어쩌면 평균 IQ 하락이라는 이야기가 불안하게 들리는 이유는, 우리가 지능을 너무 쉽게 숫자로 믿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운동 기록처럼 지능도 시계와 자로 재듯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여겨왔지만, 실제 인간의 정신은 훨씬 더 미끄럽고 복잡하다. 어떤 능력을 ‘지능’으로 볼 것인지조차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IQ 점수가 평균적으로 떨어진다고 해서, 우리가 곧바로 조부모 세대보다 더 어리석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게 조금 더 현명한 결론일 지도 모른다. 숫자는 언제나 단순하고, 인간의 정신은 언제나 그보다 복잡하다. 어쩌면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지능의 하락 그 자체보다, 숫자 하나로 인간 전체를 재단하려는 우리의 조급함일지도 모른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e, “IQ scores are falling, but no, we’re not growing more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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