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처음에는 연결이 너무 많은 상태에서 시작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후 불필요한 연결을 제거하면서 점점 더 빠르고 효율적인 구조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는 ‘빈 상태’가 아니라 ‘과잉 연결’로 시작된다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소 연구진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해마가 출생 이후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분석했다. 해마는 우리가 경험한 일을 장기 기억으로 바꾸고, 공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뇌가 처음부터 비어 있는 ‘백지 상태’인지, 아니면 이미 어느 정도 구조가 갖춰진 상태인지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해마 내부의 신경망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태어난 직후 해마의 신경망은 매우 촘촘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연결 방식도 다소 무작위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네트워크는 점점 덜 촘촘해지고, 대신 더 정돈되고 효율적인 구조로 바뀌었다.
즉, 뇌는 ‘비어 있는 상태에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가득 찬 상태에서 불필요한 것을 잘라내며 정교해지는 방식’으로 발달한다는 뜻이다.

[사진=밥 제이콥스, 콜로라도 칼리지 심리학과 양적 신경형태학 실험실]
불필요한 연결을 잘라내며 기억 능력을 높인다
연구진은 해마의 핵심 회로인 CA3 피라미드 뉴런에 집중했다. 이 신경세포는 기억을 저장하고 다시 꺼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뇌가 연결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며 스스로를 바꾸는 ‘가소성’ 능력에 크게 의존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연구진은 출생 직후, 청소년기, 성체 단계의 뇌를 비교했다. 그 결과 초기에는 신경 연결이 과도하게 많지만, 성장하면서 일부 연결이 제거되고 더 효율적인 네트워크로 재구성되는 과정이 확인됐다.
이러한 ‘가지치기’ 과정은 단순한 감소가 아니라 최적화에 가깝다. 불필요한 연결이 사라지면서 신호 전달이 더 빠르고 정확해지고, 기억 형성과 정보 처리 능력이 향상된다.
연구진은 처음에는 연결이 많을수록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각·청각·후각 같은 여러 정보를 하나의 기억으로 통합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필요한 연결만 남기고 정리하면서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결국 뇌는 처음부터 비어 있는 ‘백지’가 아니라, 이미 풍부하게 연결된 상태에서 시작해 점점 더 정밀한 구조로 다듬어지는 시스템에 가깝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Daily, “Brains start with an overabundance of connections, not a blank slate, study fi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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