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톡 쏘는 청량감과 시원한 느낌, 달달한 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탄산음료. 이처럼 즉각적인 상쾌함을 가져다주는 탄산음료가 장기적으로는 이와 정반대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탄산음료는 가장 대중적인 기호 식품이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지만, 과도한 당 성분으로 비만을 유발하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의 위험 인자가 된다고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제로 칼로리 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제로 칼로리든 전통적 탄산음료든 많이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마찬가지. 사실 탄산음료는 몸에만 나쁜 게 아니라 마음에도 좋지 않다.
우리나라보다 탄산음료 섭취량이 많은 서구 국가에서는 탄산음료나 가당음료(SSB, sugar sweetened beverage)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에서 우울증 위험도가 높다는 연구가 많이 발표됐다. 예를 들어 워싱턴 대학의 소피아 프레이지 교수 연구팀이 미국 내 66,0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1번 정도 가당음료를 마시는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우울증상이나 불안 같은 정신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2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21년 학술지 만성 질환 예방 (Preventing Chronic Disease (PCD))에 발표됐다.

참고로 가당음료는 탄산이 들어가지 않아도 설탕이나 액상 과당이 많이 들어간 주스 같은 음료로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료수가 여기에 속한다. 가당음료에 들어간 액상 과당은 혈당을 크게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반복적으로 과량 섭취 시 여러 가지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액상과당의 정식 명칭은 고과당 옥수수 시럽(High-fructose corn syrup, 콘 시럽)인데, 이름처럼 옥수수 전분처럼 저렴한 녹말가루를 효소로 분해해 과당으로 만든 것이다. 과당은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설탕보다 당도가 높고 물에 쉽게 녹기 때문에 탄산음료는 물론이고 각종 가공식품에 첨가되는 식품 첨가제다.
물론 과당 자체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당류이고 건강에 무해한 물질이지만, 본래 자연 상태에서는 과일 등을 통해 가끔 섭취하는 물질이었지 지금처럼 온갖 음식에 다 들어가는 물질은 아니었다. 여기다 탄산음료의 경우 아예 액체 상태로 먹다 보니 과일을 먹을 때 보다 흡수가 매우 빠르다. 이 역시 자연 상태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과당이 들어간 탄산음료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100% 이해되진 않고 있지만, 다양한 기전으로 뇌와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물 대신 탄산음료를 섭취할 경우 추가적으로 섭취하는 열량이 매우 많아져 비만을 유발할 뿐 아니라 당뇨 위험도를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된다. 당뇨나 비만 둘 다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다.
그리고 비만이나 당뇨가 생기지 않더라도 과당 자체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는 새끼 때 고농도의 과당을 섭취한 쥐들이 커서도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고농도의 과당 섭취가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조절 기능에 영향을 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패스트푸드와 비슷한 고농도의 과당과 중간 이상의 지방 섭취가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꾸고 이것이 우울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거도 발견됐다.

서구화된 식생활, 탄산음료 소비 늘려
과도한 과당 섭취와 우울증의 연관성은 상대적으로 탄산음료 섭취와 패스트푸드 섭취가 많은 서구권의 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서구식 식생활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탄산음료와 가공식품 섭취가 늘어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닌 일이 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2015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3667명의 중국 성인에서 우울 증상은 가당음료 섭취와 비례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인의 경우 아직은 미국, 유럽, 남미 국가 등과 비교해서 탄산음료 섭취량이 적은 편이다. 2018년 기준으로 세계 주요국의 가당음료 섭취량을 조사한 연구에서 한국의 섭취량은 남성에서 1주일에 1.1회 (1회는 8온스 혹은 248ml로 음료수 한 캔 분량) 여성에서 0.7회로 5.4회와 4.3회인 미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았다. 심지어 멕시코의 경우에는 남녀에서 주당 9.6회와 8.3회로 미국보다도 크게 높았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25개 국가 중 한국의 소비량은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다음으로 적은 편이었다.
한국 역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탄산음료 섭취량이 늘어 나고 최근 식생활이 서구화되며 더 높은 연령대에서도 이런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순 없다.
필자와 동료들은 이렇게 한국인처럼 탄산음료 섭취량이 적은 인구집단에서도 탄산음료가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는지 알기 위해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건강 검진 데이터를 활용해 87,115명의 한국인 성인 남녀에서 탄산음료 200ml 한 캔 분량으로 전혀 마시지 않는 경우와 주당 1회, 1-3회, 3-5회, 5회 이상 마시는 경우 우울 증상의 위험도를 조사한 것이다.
일주일에 1회 마시는 사람도 우울도 12%↑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일주일에 1회 정도 마신다고 응답한 사람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과 비교해 우울 증상의 위험도가 12%나 높아졌다. 일주일에 5회 이상 (평균 하루 1회) 마시는 그룹에서는 위험도가 45%나 높게 나타났다. 생각보다 적은 용량에서도 탄산음료가 우울증의 위험도를 높였던 것이다. 참고로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 (BMI)나 인슐린 저항성, 당뇨나 전당뇨 등 다양한 요소를 보정한 후에도 둘 사이의 연관성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 연구는 2023년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됐다.
생각보다 적은 용량으로도 우울증상의 위험도가 올라간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기전과 함께 탄산음료 자체가 좋지 않은 식생활 습관의 지표가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패스트푸드나 과자류를 많이 먹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않고 혼자서 식사하는 사람이거나 정서적으로 단절된 사람일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탄산음료나 더 넓은 범위인 가당음료 자체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많이 미치는 만큼 과당에 의한 직접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탄산음료를 끊는다고 우울증이 사라지거나 마음이 행복해지진 않는다. 우리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일은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할 뿐 아니라 결국 마음도 건강하게 하는 일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여기서 소개한 여러 연구 결과들은 이런 일상의 지혜에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끔씩 즐기는 탄산음료나 삶의 청량제가 될 수 있겠지만, 물처럼 마시는 것은 내 몸과 마음을 위해 피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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