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십 년 사이 지구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미의 허리케인과 아시아의 태풍은 한층 강력해지고, 더 잦게 등장하고 있다. ‘태풍’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이며, 같은 현상이 북대서양에서 발생하면 ‘허리케인’으로 불린다.
2023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달리아’, 2022년 일본과 한국에 큰 피해를 준 태풍 ‘힌남노’처럼, 한 번의 열대폭풍이 수십억 달러의 피해와 수천 명의 이재민을 남기고 있다. 특히 따뜻한 바다 위에서 형성되는 이 거대한 폭풍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되면서 이전보다 빠르게 발달하고, 강력한 비바람과 해일을 동반한 채 육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폭풍의 시대’가 본격화되자, 과학자들은 아예 자연의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조작해 태풍이 만들어지는 단계에서부터 그 성장을 차단하는 새로운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호주국립대학교(ANU)의 연구진은 공기 중 미세 입자를 활용해, 태풍의 에너지 구조를 교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해상도 컴퓨터 모델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대응이 완성된 태풍의 경로를 바꾸거나 피해를 줄이는 것이었다면, 이번 기술은 ‘태풍의 씨앗’ 단계에서부터 발생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입자의 크기와 형태로 태풍의 에너지를 교란
호주국립대(ANU) 연구팀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아주 작은 입자(에어로졸)를 이용해, 태풍의 발생 메커니즘 자체를 교란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입자의 크기에 따라 효과가 달랐는데, 지름 0.05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의 초미세 입자는 초기에는 오히려 상승기류를 강화시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표면 근처에 찬 공기 덩어리인 ‘콜드풀(cold pool)’을 만들어 태풍이 필요한 따뜻하고 습한 공기의 유입을 막아버렸다. 반면, 비교적 큰 입자(1~4μm)는 초기부터 강우를 유도해 태풍의 회전을 늦췄지만, 이후엔 차가운 공기의 분포가 약해 다시 세력이 커질 수 있었다. 결국 초미세 입자가 더 효과적인 차단 수단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전 적용의 조건과 한계
이 기술은 태풍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전, 즉 씨앗(embryo) 단계에서 개입해야 효과가 있다. 연구진은 반경 200km, 높이 300m 규모의 초기 태풍에 시간당 약 4톤의 초미세 입자를 살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여러 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짧은 시간 안에 광범위하게 뿌리는 방식이 필요하다. 프린슬리 교수는 “실험은 육지를 위협하지 않는 인도양 해역 등에서 이뤄져야 하며, 자연 소멸과의 구분이나 생태 영향 검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실리콘밸리 기후 기술 스타트업 아에올루스(Aeolus)와 함께 상용화 가능성도 모색 중이다. 기존의 실패 사례들처럼 단순히 강우를 유도하거나 바다에 냉수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역부족이었다. 이와 달리 이번 연구는 태풍의 물리적 형성 과정을 정밀하게 겨냥해 방해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의 대응 여건과 과제
한국은 북서태평양에서 형성되는 태풍의 주요 경로에 위치해 있으며, 해마다 여름철 반복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최근에는 강도 높은 태풍이 한반도까지 북상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발생 빈도와 경로 예측의 불확실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에어로졸 살포 기술을 국내에 적용하려면 몇 가지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고도 항공 플랫폼과 정밀 살포 장비, 운영 경험 등이 부족하고, 관련 기술 개발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법적·제도적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기상 개입 기술의 도입에는 기술적 검증 외에도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대부분의 태풍이 해외 해역에서 발생하는 만큼, 주변국과의 협력 없이 단독 실행은 사실상 어렵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동아시아 지역 내 공동 감시와 운용 체계를 전제로 한 접근이 필요하다.
참고 논문: The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Atmospheres.
자료: The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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