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물에서 사는 포유동물이다. 그들은 아가미 대신 ‘분수공’이라는 숨구멍 구조를 통해 폐로 공기를 호흡한다. 지구에는 지금 88종의 고래가 생존하고 있으며, 이들 중에 가장 큰 고래가 흰긴수염고래(청고래, 푸른고래, 대왕고래, blue whale)이다. 20세기 이후 이들 최대 고래 종류가 급격히 감소했다. 최대의 고래는 무엇을 하루에 얼마나 포식하고 살까? 그들은 먹기만 하고, 인류에게는 무익한 동물일까?
대왕고래는 지구상 최대 동물
고래 종류는 이빨고래와 수염고래 2개 무리로 크게 분류한다. 향유고래와 범고래, 돌고래 등이 포함되는 이빨고래류는 물고기, 오징어, 바다사자, 펭귄, 심지어 작은 고래까지 이빨로 사냥하여 먹는다. 한편, 수염고래 종류(16종)는 이빨 대신 입천장의 수염판에 빗살처럼 촘촘하게 자란 뻣뻣하고 가느다란 수염으로 물속의 크릴새우나 작은 동물을 여과하여 포식한다.
대왕고래는 지구상의 동물 중에 가장 크고, 중생대에 살았던 어떤 공룡보다 더 무겁다. 예를 들어 공룡 중에 가장 크다고 알려진 아르겐티노사우루스는 길이가 30—40m 이고, 무게는 90-100t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견된 대왕고래 중에 최대 고래는 길이가 33.6m, 무게 190t이었다. 이것은 대형 코끼리 40마리 무게에 해당한다.

수염고래와 함께 크릴새우도 감소
대왕고래를 비롯한 수염고래 무리의 주식은 바다에 대량 증식하는 새우와 가까운 갑각류인 크릴새우(krill)이다. 20세기 말이 되었을 때 포경선의 지나친 포획으로 모든 바다 특히 남극 가까운 바다에서는 수염고래들의 수가 급감했다. 어떤 수염고래 종류는 수가 99%나 감소했다. 이런 사정이 되자, 어떤 과학자는 수염고래들이 크릴을 포식하지 않기 때문에 남극 바다에서는 크릴이 무척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수염고래가 감소하자 예상과 달리 크릴도 80%나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자 크릴를 주식하며 살아가는 다른 물고기와 바닷새들도 먹이가 없어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크릴은 수염고래류를 비롯하여 펭귄, 바다사자, 바닷새, 오징어, 기타 많은 물고기의 주식이 되고 있다. 크릴은 낮에는 깊은 곳으로 내려가 지내고 밤이 오면 수면 가까이 올라와 낮동안 광합성을 하며 증식한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다. 크릴 종류는 모든 바다에 살며 전체 종류는 85종 정도 알려져 있다. 크릴 중에 어선들이 가장 많이 어획하는 종류는 남극크릴, 태평양크릴, 북방크릴이다. 크릴은 전체적으로 볼 때 생물체의 양(생물량)이 가장 많은 생명체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생물량이 최다인 생물은 식물(전체 생물량의 82%)이고, 그 다음은 생물량의 13%를 차지하는 박테리아이다.

우리나라 원양어선은 남극 바다에서 크릴을 대량 어획하고 있다. 대부분은 수출하지만 국내로 반입한 크릴은 각종 양식어들의 사료로 사용되고, 그 외에 애완동물의 사료, 낚시인들의 밑밥과 미끼로 이용되고 있다.
크릴이 감소하게 된 이유
남극 바다의 크릴이 감소하면서 바닷새와 물고기까지 감소하자, 미국 버몬드 대학교의 해양환경 과학자 로먼(Joe Roman) 팀은 그 이유를 조사했다. 그 결과 수염고래들이 먹는 식사량이 전에 알고 있던 것보다 3배나 많았고, 동시에 그들이 배설하는 똥의 양이 엄청나다는 것을 밝혔다. 수염고래가 배설하는 대량의 배설물에는 무기 영양분이 많았고, 크릴의 먹이가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이 배설물로부터 철분과 같은 영양분을 보충하고 있었다.
수염고래 특히 최대형인 대왕고래의 하루 식사량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조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스탠퍼드 대학의 해양생물학자 새보카(Matthew Savoca) 팀은 죽은 수염고래들의 위장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3가지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첫째는 “그들이 무엇을 먹어 배를 채우는가?” 였고, 둘째는 “그들의 먹이는 얼마나 큰 사이즈인가?”였으며, 셋째는 “그들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양을 먹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새보카 팀은 장기간에 걸쳐 7종의 고래 321마리의 위장을 조사했다. 이와 동시에 연구 팀은 드론 보트에서 고래가 먹이를 먹는 장면을 105회나 촬영했으며, 그때마다 음파탐지기를 사용하여 고래가 크릴을 포식하는 크릴 집단 크기와 밀도를 조사했다. 새보카 팀은 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먼저 대왕고래의 하루 식사량은 크릴 16t으로 추정되었으며, 이 양의 크릴은 1,000만-2,000만 kcal의 영양가를 가졌고, 이는 빅맥 30,000개를 먹는 양에 해당한다고 했다. 빅맥 1개의 칼로리는 약 550kcal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고래들이 매일 이처럼 많이 포식할 수는 없다. 그들은 계절에 따라 장거리를 이주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먹이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다. 중요한 문제는 그들이 대량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양가 풍부한 배설물을 그만큼 바다에 뿌려놓는다는 것이다. 그들의 배설물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영양분의 순환(nutrient cycle)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즉 흙 속에 무기 영양분이 녹아 있어야 식물이 자라듯이,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 역시 중요한 무기 영양이 해수 속에 포함되어 있어야 잘 증식할 수 있는 것이다. 20세기 이후 무리한 포경으로 고래의 수만 아니라 크릴의 양까지 많이 줄어들었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의하면, 고래들이 가장 잘 번성하던 시절에는 고래들이 매년 약 4억 3,000만 톤의 크릴을 포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래가 대량 먹어야 하는 크릴이 감소하면,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 이유는 크릴이 증식하면 그들의 껍데기를 비롯한 몸에 이산화탄소 성분이 그만큼 더 많이 포함(저장)되기 때문이다. 추정에 의하면 크릴이 충분히 증식하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2억 1,500만t 저장하게 된다고 한다. 이 정도의 이산화탄소 양은 자동차 1억 7,000만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 수염고래의 수가 감소하자, 그들이 배설하는 분비물의 양이 감소했고, 분비물이 감소하자 그 분비물에서 영양을 취하던 광합성 플랑크톤이 줄어들었다. 플랑크톤이 감소하자 이들을 먹고사는 크릴이 증식하지 못했다. 크릴이 없으면 고래가 살아갈 식량이 없어진다. 바로 자연에서 일어나는 ‘영양분의 순환’ 현상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에 더하여, 기온상승และ 기상이변을 예방하는 보다 좋은 방법은 화석연료 사용 감소보다 바다와 육지의 생태계를 과거 시대로 복원해야 하는, 다시 말해 대왕고래가 과거처럼 살게 되는 바다를 되찾는 것이라 생각된다. (국제포경규제위원회는 고래잡이를 제한하는 국제포경규제협약을 1946년에 체결했고, 1986년에는 과학적 조사 목적 외에는 상업적 포경을 전면 금지하기로 협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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