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글씨를 쓰는 대신 타이핑으로 공부하고 기억하고 문제를 푸는 시간이 많아졌다. 펜으로 글씨를 쓰면 속도가 느리고 쉽게 지루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손으로 쓸 때와 자판을 두들기며 공부할 때, 인간의 뇌는 어느 쪽을 이해와 암기에 유리하게 기능할까?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의 심리학자 미어(Audrey Meer)와 휠(Ruud Weel) 두 교수는 실험에 자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손으로 쓰는 것이 기억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를 2024년 1월에 발행된 학술지 <Frontiers in Psychology>에 발표했다.

문자가 없던 고대의 인류는 그림문자로 의사를 전달하고 바위에 기록을 남겼다.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문자를 쓰는 것은 생각을 전달하는 일종의 대화이다. 말은 입 밖을 나온 순간 사라지지만 글자와 그림으로 표현한 내용은 오래 남는다. 인류의 문화는 문자와 그림을 손으로 기록하여 보존하게 되면서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문자를 손으로 쓰고 글을 읽어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을 문해력(文解力)이라 한다. 과거에는 문자를 손으로 써야 했다. 그러나 타자기가 나오고 컴퓨터가 필수 도구가 된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손글씨로 편지나 연설문을 기록하는 대신 기계적인 타이핑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 동안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손글씨 쓰기를 권장해 왔다.
– 손으로 글을 쓰면 맞춤법을 바르게 익히고, 스펠링을 정확하게 알며, 배운 것을 더 확실히 암기한다.
– 글을 쓰면서 익히면 개념 파악을 더 확실히 한다.
– 손글씨로 문장을 작성하면 적당한 언어와 용어가 더 잘 떠오른다.
– 손으로 쓰면서 익히면 수학 공식, 수학 풀이, 학술용어를 더 확실히 이해한다.
– 손으로 쓰면 전화번호, 생일, 집 주소, 이메일 주소 등 중요한 숫자들을 더 잘 기억한다.
– 글을 많이 쓰면 글씨가 아름다워지고 기록이 빨라진다.
글씨를 쓸 때 뇌파 활동 더 증가
노르웨이 대학의 두 교수는 자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쓰기와 타이핑 어느 쪽이 뇌파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지 조사했다. 결과는 글쓰기를 할 때가 타이핑 때보다 훨씬 활발했다.

교수는 영상에서처럼 실험 학생의 머리에 256개의 전극을 접촉해 두고, 각 부분의 뇌파를 분석했다. 컴퓨터 화면에 단어를 올린 뒤, 그것을 필기체로 쓰게 했을 때와 타이핑을 할 때의 뇌파 변화를 조사했다. 단어를 손으로 쓰도록 하자, ‘운동과 기억 기능’을 가진 뇌파 활동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타이핑할 때는 뇌파 활동이 쓸 때보다 저조했다.
뇌파 실험을 한 과학자들은 말한다. “암기에는 글쓰기가 유리하다. 반면에 타이핑은 쉽고 빠르고 실용적이다. 기억을 효과적으로 저장하려면 노트에 쓰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공부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손글씨로 쓰는 것이 기억에 유리하다.”
전자계산기를 사용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암산 기능이 저하되었다.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서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잊어버렸고, 네비게이션이 나오면서 길을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글을 손으로 쓰는 노력까지 게을리 하면, 학습 능력이 감소되고 고마움이나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짧은 편지도 종이에 육필로 쓰지 못하게 될 것 같다. 근년에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그런 날을 대비하여 인류는 인간의 신체와 중요한 뇌활동이 퇴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YS
<참고 문헌>
Journal: A. van der Meer and F.R. van der Weel. Handwriting but not typewriting leads to widespread brain connectivity: a high-density EEG study with implications for the classroom. Frontiers in Psychology. Published online January 26, 2024.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