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이용한 가장 오래된 중간잡종 동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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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생물학적으로 종(種 species)이 다르면 서로 교배(交配) 해도 자손이 태어날 수 없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사자와 호랑이, 말과 당나귀를 교배하면 ‘라이거’, ‘노새’라 부르는 후손이 태어난다. 이런 중간잡종 동물은 생식능력(生殖能力)이 없기 때문에 1대로 끝난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4,500년 전에 ‘쿤가’(kunga)라 불리는 잡종동물을 군사용으로도 이용하고 있었다.

라이거와 타이건

수컷 사자(lion)와 암컷 호랑이(tiger) 사이에서 태어난 중간잡종 동물을 라이거(liger 범사자)라 부르며, 수컷 호랑이와 암컷 사자 사이에 태어난 것은 타이건(tigon)이라 한다. 라이거이든 타이건이든 이들은 양쪽 어미의 외형과 닮은 곳이 많다. 라이거는 암컷도 있고 수컷도 있으며, 암수의 생김새는 다소 차이가 있다.

종이 아주 달라 보이는 사자와 호랑이 사이에 잡종이 태어날 수 있는 것은, 염색체 수(38개)가 같으면서 유전적 계통이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 라이거끼리 교잡(交雜) 하면 자손이 태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수호랑이와 암라이거 사이, 수사자와 암라이거 사이에는 새끼가 태어날 수 있으며, 각각을 타이-라이거(ti-liger), 라이-라이거(li-liger)라 부른다.

최초의 라이거는 1798년에 인도에서 인위적(人爲的)으로 태어났으며, 이후 여러 나라 동물원에서 라이거가 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에버랜드에서 교잡에 성공하여 1989년에 암수 라이거가 태어났다. 에버랜드가 공개했던 이 사진을 보면, 왼쪽이 암컷 라이거이고 오른쪽이 수컷 라이거이다.

말과 당나귀 차이

말(馬)과 당나귀(donkey)는 모두 말과(科)에 속하지만 종이 다르다. 당나귀는 아프리카 야생종과 아시아 야생종이 있으며, 아프리카에서는 5,000-6,000년 전부터 그들을 가축화하여 짐을 나르거나 타고 다니거나, 때로는 식용으로도 이용했다. 당나귀는 말보다 작고 느리지만 환경에 대한 저항력과 지구력(持久力)이 강하여, 자동차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어디서나 귀중히 여기던 가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조시대 말까지 당나귀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했으며, 보부상(褓負商)들은 당나귀에 상품을 실어 운반했다. 원래 나귀라고 불렀으나 당나라에서 도입한 종이 체격이 좋았기 때문에 그들을 당나귀라 불렀다고 한다. 큰 종류는 키가 140-150cm이고, 체중은 350-450kg 정도였다.

옛사람들에게 귀중한 교통수단이었던 당나귀는 얼룩말과도 다른 종이다. 얼룩말은 길들이기 어려워 가축화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당나귀를 보기 어렵지만, 세계적으로 약 4,000만 마리(1997년 통계)가 사육(주로 후진국)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의 보급으로 당나귀 수가 급감하고 있다.

당나귀 등에 짐을 가득 실은 이 이집트 벽화는 기원전 1298-1235년에 그려진 것이다.

콜롬비아 오지의 산길에서는 당나귀가 중요한 운반수단이다. 아프리카, 중동 사막지대, 코카수스, 아시아 사막지대 등에서 잘 이용되고 있다.

당나귀와 말 사이에 태어난 노새

종(種)이 다른 동물을 교배시키는 것을 이종교배(異種交配)라 하고, 거기서 태어난 동물은 잡종동물(hybrid)이라 한다. 기원전부터 시리아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말과 당나귀를 교배하여 그 새끼를 가축으로 키워 운반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이종교배 때, 수탕나귀와 암말을 교배한 것은 노새(mule)라 하고, 암탕나귀와 수말 사이에 태어난 것은 버새(hinny)라 부른다. 당나귀와 말은 염색체 수가 31쌍(62개)과 32쌍(64개)으로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자손은 생식능력을 상실한다. 사람들이 노새와 버새 중에 노새를 주로 키웠던 이유는 교배가 쉽고, 짐을 더 많이 운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새는 우편물을 운반하는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몽고 지역에 야생하는 몽고말은 소수가 남아 보호를 받고 있다.

가장 오래된 잡종동물

2,000년대 초, 시리아 북부에 있는 고대 도시 움엘마라 근처에서 말과 비슷한 모습의 동물 뼈 화석이 다수 발견되었다. 이를 조사한 연구자들은, 이들은 기원전 2,600년 전의 동물 뼈이며, 분명히 말 종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 대신 그것은 ‘쿤가’라고 불린 당시의 잡종동물이라고 짐작했다.

고대 바빌로니아 수메르 지방의 벽화. 당시의 잡종동물인 쿤가가 병거(兵車)를 끌고 있는 모습이다.

시리아 북쪽 지방에서 발견된 4,500년 전의 쿤가(당나귀와 말의 교배 자손) 화석이다.

쿤가의 비밀은 프랑스 자크모노 연구소의 유명한 여성 고생물유전학자 가이글(Eva-Maria Geigle) 박사에 의해 밝혀졌다. 가이글과 동료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발견된 화석의 유전자를 현대의 말, 아시아의 당나귀 그리고 1929년에 이 지역에서 멸종해버린 야생말 헤미페(hemippe)의 유전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그들은 그 뼈가 잡종동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즉 당나귀 암컷과 멸종한 야생말 헤미페 수컷을 교잡하여 만든 쿤가임을 밝혀냈다.

가이글의 이번 연구로 인류는 적어도 4,500년 전부터 잡종동물을 운반수단으로 이용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고대 화석과 사라진 옛 생물들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과학을 고생물유전학(palaeogenomics)이라 한다. 가이글의 이번 논문은 2022년 <Science Advances> 1월 호에 발표되었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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