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3.16조 톤이라고 알려져 있다. 매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4천억 톤이고, 인위적으로 더 발생시키는 양은 약 3천억 톤이다. 그러므로 인위적 증가량만큼 매년 감소시킨다면, 모든 생명체를 살려온 이산화탄소의 누명이 벗겨질 것이다.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0.03%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과 바다의 ‘석회 생명체’들이 건강하게 증식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석회 생명체들 중에 이산화탄소를 대량 감소시키는 조개류(패각류)의 공헌에 대해 알아본다.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석회화 동물
바다에는 수중의 탄산칼슘으로 단단한 껍데기를 형성하여 자신의 몸을 감싸고 살아가는 무리들이 많이 있다. 조개가 껍데기를 꽉 닫아버리면 다른 포식자가 먹을 수가 없다. 만일 그들에게 껍데기가 없다면 바닷새, 게, 불가사리, 물고기 등 그들을 노리는 포식자들에게 쉽게 먹히고 말 것이다.
소라와 고둥 종류는 그들의 부드러운 몸을 껍데기 안에 감추고, 그 입구는 아감딱지로 막아 적을 피한다. 한편 그들의 껍데기는 바닷물이 빠졌을 때 몸이 건조하는 것을 잘 방어해주는 역할도 한다. 바닷가의 바위에 붙어사는 굴, 따개비, 삿갓조개 등을 보면 껍데기가 그들의 생명 보호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패각류(貝殼類)라 부르는 연체동물의 껍데기는 탄산칼슘이 주성분이다. 탄산칼슘은 전체 성분의 44%가 이산화탄소이다. 그러므로 이들 패류의 껍데기를 수거하여 변하지 않게 저장한다면 이산화탄소를 그만큼 감축하게 된다.

조개, 소라, 전복, 굴 무리 전체를 패각류라 부른다. 이들은 분류학상 연체동물에 속한다. 패각류의 껍데기 성분은 석회암과 동일하며, 그들 무게의 44%는 이산화탄소이다.
동물학에서 연체동물이라 하면 약 85,000종(학자에 따라 120,000종)이 알려져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전복, 소라, 고둥, 삿갓조개, 달팽이, 굴 등은 연체동물 중에 복족류(腹足類)라는 이름으로 세분(細分)한다. 복족류는 몸체 아래에 근육질의 복족(腹足 foot)을 가지고 있다. 조개가 껍데기 밖으로 내미는 하얀 근육 같은 것, 달팽이가 기어갈 때 움직이는 뱃바닥의 근육이 바로 복족이다. 이들은 먹이를 찾아 복족으로 느리게 이동하지만 5억 년을 성공적으로 살아왔다.
연체동물은 복족과 함께 외투막(外套膜 mantle)이라 부르는 조직이 발달해 있다. 껍데기 안쪽에서 내장을 감싸고 있는 외투 같은 조직이 외투막이다. 외투막은 물속의 이산화탄소와 칼슘 성분을 결합시켜 탄산칼슘으로 만들고, 이를 껍데기 밖으로 내밀어 몸이 성장할 때마다 점점 껍데기를 확장한다.

파충류와 새(조류)의 알껍질과 게, 새우, 가재, 크릴의 껍데기 역시 탄산칼슘이 주성분이다.
그들의 껍데기 성분은 탄산칼슘을 중심으로 갑기질(甲基質 conchiolin)이라는 고분자 단백질과 다당류로 되어 있다. 오징어는 껍데기가 없어도 복족류로 분류되는데, 오징어 내장을 둘러싼 자루 모양(식용 부분) 전체가 외투막에 해당한다.
전복, 소라, 고둥, 삿갓조개 같은 복족류는 껍데기가 1개로 이루어져 있고, 소라는 껍데기가 나선형으로 감겨있어 권패류(卷貝類)라 부르기도 한다. 대합조개나 홍합처럼 2개의 껍데기를 마주 덮고 있는 것은 이매패(二枚貝)라 한다.
패각류에 속하는 종류는 세계적으로 30,000종 가까이 알려져 있다. 그들 중에는 크기가 몇 mm에 불과한 것이 있는가 하면, 남태평양과 열대 바다에는 폭 120cm에 무게가 200kg(최대 250kg)이나 되는 왕조개(giant clam)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샤크만(Shark Bay)의 조개해변(shell beach)이다. 이곳은 약 60km에 이르는 해안이 7-10m 깊이까지 조개껍데기로 가득하다. 조개해변에 간직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막대하다. 그러나 노출(露出)된 패각은 태양의 자외선, 파도, 해수 속의 산성물질에 의해 조금씩 분해되어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게 된다.
패각류는 인류의 단백질 양식
원시시대부터 인류는 바닷가에 살기 좋아했다. 해변에는 간단한 도구로 잡을 수 있는 해산물이 많았고, 이들은 여자와 어린이도 채취하기 쉬웠다. 경상남도 김해의 회현리에서 발견된 ‘조개 무덤’(패총貝塚)은 가야시대 사람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 더미이다. 이런 패총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며, 그곳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도구까지 함께 출토된다.
바다에 버린 패각은 파도에 의해 물리적으로 마모(磨耗) 파쇄(破碎) 되기도 하고, 해수 속의 산성물질에 의해 서서히 분해되지만, 육상에서 흙으로 덮여 있던 패총 속의 패각은 1.000년이 지나도 거의 변치 않고 장기간 보존되어 온 것이다.

자연사박물관을 견학하면 복족류와 이매패의 화석이 유난히 많고 다양하다. 이것은 그들이 고생대에 얼마나 많이 살았는지 증명한다. 대표적인 화석 조개류로는 지금의 앵무조개와 비슷하게 생긴 ‘암모나이트’가 있다. 복족류와 이매패류의 껍데기는 모양이 교묘하면서 아름답고 색이 다양하여 장식품으로 사랑받으며, 패각을 수집하는 애호가들의 국제단체까지 있다.
굴(oyster)은 세계인이 좋아하는 해산물의 하나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굴은 인공양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굴은 패각류 중에서 껍데기가 두텁고 해변 바위에 많이 붙어살기도 하지만 양식하여 수확하는 양도 엄청나다.
그러므로 굴 껍데기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보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굴을 먹고 나면 그 껍데기를 해변이나 쓰레기장에 버린다. 어떤 패각이라도 방치(放置)하면 자외선, 산성의 빗물 등에 의해 서서히 분해되어 다시 이산화탄소와 칼슘으로 되돌아간다.
CaCO3 → Ca + CO2

굴은 해수면이 오르내리는 바위에 부착(附着)하여 산다. 그들의 형태는 조개껍데기처럼 일정하지 않지만 분류학적으로는 조개와 동일한 이매패에 속한다. 굴 껍데기 모양을 보면 바위에 붙는 쪽은 편편하고 위는 오목 들어가 있다.
굴은 바닷물을 빨아들여 그 속의 플랑크톤과 유기물 입자를 걸러서 먹는데, 양식하는 참굴 한 개체가 하루에 흡입하는 해수의 양이 평균 150리터 이상일 것이라고 한다. 굴이 흡입하고 배출한 해수는 암모니아, 인, 세균, 유기물 입자 등이 걸러지기 때문에 수질개선 작용을 하고 있다.
현재 굴을 양식하는 나라는 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 미국 북동부의 체사피크만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부터 참굴(학명 Crassostrea gigas)의 인공양식(人工養殖)이 시작되었으며, 많은 양을 수출하고 있다.

열대 바다에서는 진주굴을 양식하고 있다. 진주조개가 바로 진주굴이다. 그들 중에 큰 것은 접시만 하다. 진주굴 몸속에 홍합의 껍데기 입자를 핵으로 넣어두면, 그 주변에 탄산칼슘이 축적되어 3-6년 후에 상품화할 수 있는 크기로 자란다.
양식되는 막대한 양의 패각류
조개류, 굴, 전복 등의 인공양식은 약 90%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하고 있으며, 그 중에 3분의 2는 중국이 차지한다. 그러나 양식한 패각류를 대량 소비하는 나라는 유럽, 북미, 일본 등이다. 어류를 양식할 때는 먹이를 계속 공급해야 하지만, 패각류는 플랑크톤을 먹기 때문에 사료를 주지 않는다.
인류는 자연산 조개, 소라, 굴, 전복 등을 대량 채취하기도 하지만, 엄청난 양의 패각류를 인공양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패각류를 들면 굴, 바지락, 가리비, 홍합, 백합, 피조개, 전복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2월에 발표된 통계청의 보고에 의하면, 패각류 중에 굴은 326,000톤, 홍합 51,500톤, 바지락 22,000톤, 전복 18,000톤, 꼬막 8,000톤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이들 패각류가 얼마나 많이 양식되고 있는지 국제적인 통계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2005년에 중국에서만 4,840,000톤의 패각류가 인공양식되었다는 기록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대기 중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약 3.16조 톤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1년 동안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탄소의 양은 약 4천억 톤이고,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양은 약 3,000억톤(2019년)이라고 짐작한다.
오늘의 인류가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3,0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매년 감소시킨다면 기후변화를 최소한 현재 상태라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누명을 쓰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줄이는 1차적인 대책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전력을 원자력으로 생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태양에너지나 풍력에너지를 이용하려면 그 시설의 자재 생산에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 바다의 환경을 잘 보호하여 산호와 기타 석회화 생명체들이 번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적극적인 대안이 있다면, 그것은 패각류를 대규모로 인공양식하여 훌륭한 단백질 식품을 얻는 동시에 패각에 이산화탄소가 저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조건이 따른다. 패각을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바다나 쓰레기장에 그냥 내버리던 패각을 최대한 수집하여 변질되지 않는 ‘현대판 조개무덤’을 만드는 것이다. 그들을 얕은 바다에 버리면 미생물이나 물리화학적으로 분해되어 다시 이산화탄소를 발생한다. 그러나 심해의 바다는 수온이 차고 자외선이 미치지 않으며, 화학적 분해가 일어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쌓은 석회암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패각류를 분쇄하여 화학적으로 가공하면 시멘트와 비슷한 건축자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패각시멘트’가 개발된다면 태백산맥에서 석회암 산을 더 이상 파괴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유엔기후변화협약(FCCC)은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줄이려는 국제기구이다. 협약에 의하면 2009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1톤에 대한 권리 가격을 13유로(1유로는 약 1,350원)라고 정했다. 1,000톤을 배출하면 1,0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되고, 반대이면 그만큼 수익을 얻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FCCC는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현재 정상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45% 줄이려 목표했으나 실현되지 않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FCCC의 논의 대상 중에는 석회화 생명체의 보호와 관리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 같다. 2018-2020년의 우리나라에 대한 탄소배출 할당량은 16억 4300만 톤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양식어업의 선진국이다. 우리가 내버리는 모든 권패류의 패각을 수집하여 저장한다면, 그만큼 탄소배출권을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탄소배출권’ 또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검색하면 다양한 해설을 찾을 수 있다. 3월 초에 올린 <진포터> 유튜브도 참고하기 바란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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