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메뚜기 떼가 인류를 괴롭힌 바 있다. 수십억 마리가 사막과 대륙을 이동해 다니며 식물이라면 곡식이든 잡초이든 심지어 면직(綿織) 빨래까지 모조리 갉아먹는 대표적인 메뚜기는 사막메뚜기(Schistocerca gregaria)라 불리는 종이다. 그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면 수백 제곱킬로미터의 하늘이 거대한 카펫으로 덮인 듯 태양까지 보이지 않게 된다.
사막메뚜기는 원래 무리를 짓지 않고 혼자서 지내는 독거생활(獨居生活)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 조건이 되면 수가 무섭게 불어나면서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군거생활(群居生活)을 시작한다. 그들이 왜 독거에서 군거로 생존방식을 바꾸는지 과학자들은 아직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사막메뚜기 한 마리의 크기는 새끼손가락보다 작다. 2020년 1월부터 아프리카와 서아시아에서는 수십억 마리의 사막메뚜기가 이동하면서 수천만 명의 인류가 먹을 식량작물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그들의 피해 범위는 2020년 8월말 현재도 확장되고 있다. 메뚜기 떼는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살충제를 뿌리거나 들불을 일으키더라도 그들을 감당할 수 없다.
2020년 8월 13일에 발간된 학술지 <Nature>에는 사막메뚜기를 제거(除去)하는 방법으로 4VA라는 페로몬을 활용하자는 보샬(Leslie B. Vosshall 1965-) 박사의 논문이 실렸다. 즉 올해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이동하는 사막메뚜기는 4VA에 유인(誘引)되므로, 대량생산한 이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메뚜기들을 일정한 곳으로 집결시킨 뒤, 살충제로 한꺼번에 제거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록펠러대학의 곤충 신경생리학자 보샬 박사. 보샬은 곤충의 후각기(嗅覺器)에 대한 연구자로 유명하다. 곤충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민감한 후각기관을 가졌다. 곤충의 안테나에 갖추어진 후각기관(olfactory receptor)은 결혼 상대의 성호르몬(성페로몬) 분자를 감각하여 서로 만난다. 모기는 인간의 냄새를 맡는 후각기관을 가졌다. 특히 후각이 발달된 곤충은 페로몬 분자 1개까지도 감각할 수 있다고 한다.
널리 분포한 이동메뚜기
지구상에 사는 메뚜기 종류는 매우 많다. 그 중에 인류의 식량생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이동메뚜기 종류는 지구상 도처에 살고 있다. 이들은 알에서 깨어나면 혼자서 살아간다. 그런데 왜 그들은 무리를 이루어 군거(群居)생활을 하게 될까? 이 의문에 대해, ‘메뚜기가 분비하는 어떤 페로몬이 그돌로 하여금 떼를 지어 이동하도록 작용할 것’이라는 이론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런 군집을 유발(誘發)하는 페로몬을 군집페로몬(aggregation pheromone)이라 한다.

케냐의 어린이가 사막메뚜기 떼를 향해 막대기를 휘두르고 있다.
‘페로몬’은 같은 종류의 동물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화학물질(화학적 신호) 모두를 말하는데, 페로몬의 범위는 넓다. 개미와 같은 곤충은 동료에게 위험을 알리도록 ‘경보 페로몬’을 체외로 분비(分泌)한다. 암수를 유혹하는 ‘성페로몬’도 있고, 먹이가 있는 곳을 알리는 ‘먹이 추적 페로몬’, 같은 동료끼리 모이도록 하는 ‘집합 페로몬’, 자기의 구역을 알리는 ‘세력권 페로몬’ 등 여러 가지 페로몬이 있다. 각 페로몬은 동물의 종류와 목적에 따라 각기 성분이 다르다. 페로몬에 대한 것은 동물의 행동 연구에 중요한 문제이다.
4VA 페로몬의 발견
보샬과 그의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메뚜기로부터 35종류의 화학물질을 찾아내어, 각 성분의 분자구조를 확인했다. 그 다음, 보샬은 35종의 화학물질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후에, 각 성분이 집합 페로몬으로 작용을 하는지 어떤지 조사했다. 그 결과 4VA(4-vinylanisole) 성분이 집합 페로몬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보샬의 연구에 의하면, 4VA 페로몬은 암수를 구별하지 않았고, 갓 태어난 것이든 어른 메뚜기이든 모두 모이도록 했다. 그리고 4VA의 양이 많을수록 더 많은 수가 집합했다. 이것은 사막메뚜기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즉 집단이 커질수록 더 큰 군(群)을 이루는 원인으로 생각된다.
보샬의 실험에 의하면, 4VA를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독거하는 메뚜기 5마리를 모아두면, 그들은 더 많은 집단으로 확대되어 갔다. 보샬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4VA를 이용하여 다수의 사막메뚜기를 유인하는 소규모 실험을 해보았다. 즉 그들은 메뚜기가 먹는 풀잎에 끈끈이와 함께 4VA를 발라 메뚜기 속에 두었다. 그러자 잠간 사이에 수십 마리가 접근하여 끈끈이에 붙었다.
4VA가 다른 동물이나 식물 또는 인체에 위험이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른다. 다만 4VA는 달콤한 향기가 난다. 사막메뚜기 떼의 피해가 막심(莫甚)하지만 그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방법이 아직 없으므로, 4VA를 이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보샬은 주장한다.
한편, 보샬은 유전공학적으로 사막메뚜기의 후각기관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4VA를 감각하지 못하도록 해보았다. 그 결과 ‘4VA 감각 불능 메뚜기’(anti-4VA)들은 다수를 모아 두어도 무리를 만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막메뚜기 모두를 anti-4VA로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다.
사막메뚜기가 독거할 때는 날개가 초록색이다. 그러다가 다수로 모이면 그들의 체색이 검게 변한다. 보샬은 그 이유도 조사하여 phenylacetonitrile이라는 분자가 생성되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보샬의 이런 연구들은 사막메뚜기의 피해를 과학적으로 줄이는 연구의 시작이라 하겠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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