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별과 은하, 은하단이 형성되기 전, 우주는 어떤 상태였을까? 과학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가능한 한 먼 과거를 관측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단서는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CMB)라는 빛이다.
CMB는 빅뱅 이후 약 38만 년이 지난 시점에 우주 전역에 퍼진 빛이다. 그 이전까지 우주는 너무 뜨거워서 빛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온도가 식고 물질이 안정되면서, 마침내 빛이 우주 공간을 떠돌 수 있게 되었다. 그 첫 빛이 지금까지도 미약하게 남아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다.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아타카마 우주론 망원경(ACT)은 이 오래된 빛을 정밀하게 관측해왔다. 최근 공개된 관측 데이터는 지금까지 중 가장 선명한 CMB의 이미지 중 하나다. 이 이미지는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다. 우주가 어떤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는지, 초기 물질들이 어떻게 모였는지, 지금의 은하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

[자료= ACT Collaboration ESA/Planck Collaboration]
우주 구조의 시작을 들여다보다
CMB는 멀리서 보면 거의 균일한 온도를 가진 빛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세한 온도 차이나 진동 방향(편광)에는 초기 우주의 정보가 정밀하게 기록되어 있다. ACT는 이전보다 5배 높은 해상도로 이 미묘한 차이를 관측했다.
특히 편광 데이터를 분석하면, 초기 우주의 가스가 어디에 더 몰려 있었는지,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밀도가 높았던 곳은 중력이 더 강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물질을 끌어당겨 별과 은하의 씨앗이 되었다.
이번 관측을 통해 연구진은 우주의 나이를 약 138억 년으로 다시 계산했다. 또,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 구성 비율 등에 대한 이해도 더 정밀해졌다. 예를 들어, 전체 우주 질량 중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는 ‘보통 물질’은 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아직 그 실체를 완전히 알 수 없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팽창을 점점 더 빠르게 만들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자료= Lucy Reading Ikkanda / Simons Foundation]
시몬스 관측소, 우주 진화의 실마리를 좇다
ACT는 2022년을 끝으로 관측 임무를 마쳤지만, 그 뒤를 잇는 시몬스 관측소(Simons Observatory)의 준비가 한창이다. 시몬스 관측소는 같은 아타카마 고지대에 위치하며, 더 많은 검출기와 넓은 주파수 범위를 갖춘 최신 망원경을 통해 CMB를 훨씬 더 정밀하게 관측할 예정이다.
ACT가 우주의 ‘밀도 분포’를 정밀하게 그려냈다면, 시몬스 관측소는 이 밀도 차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더 깊이 파고들 계획이다. 이 관측소는 특히 ‘우주 인플레이션’이라는 급격한 초기 팽창 이론을 검증하거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에 접근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의 기원을 관측한다는 과거를 돌아보면서 지금 현재 우리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아타카마 우주론 망원경의 이번 성과는 인류가 우주라는 시간의 퍼즐을 얼마나 멀리, 얼마나 세밀하게 되짚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더 많은 정보: Erminia Calabrese et al, The Atacama Cosmology Telescope: DR6 Constraints on Extended Cosmological Models, arXiv (2025). DOI: 10.48550/arxiv.2503.14454
자료: ar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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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ought on “아타카마 우주 망원경, 우주 최초의 빛을 포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