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사는 청소년 대부분은 수세식 변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 화장실에서 빠져나간 냄새 나는 오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깨끗하게 처리되는지, 정화(淨化) 과정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국제보건기구(WHO)가 2020년에 발표한 보고에 의하면, 세계의 인구 중에(2021년 12월 현재 약 79억) 44억이 배설물(排泄物)을 처리할 수세식 화장실(변소)과 하수처리 시설이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선진국이라고 하면 대형 건축물, 넓은 도로, 많은 자동차, 첨단 무기와 전자기구들을 사용하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부강한 선진국을 찾으려면, 그 나라의 하수처리 시설(하수처리장, 폐수처리장)이 얼마나 훌륭한 환경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보아야 할 것이다.
하수처리 시설은 대부분 도심에서 뚝 떨어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는다. 부엌의 설거지대(sink)와 욕조에서 빠져나간 물, 변기에서 흘러나간 분뇨는 거미줄처럼 가설된 지하 하수관로를 따라 하수처리장의 거대한 저수탱크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활동하는 곳에서 발생한 온갖 오물과 음식 찌꺼기를 물과 함께 흘려보내 한곳에 모아두고 정화(淨化) 처리하는 과정(하수처리 과정)을 영어로는 슈어 시스템(sewer system, sewage treatment system)이라 한다.

간이 버리는 일반적인 쓰레기는 종이, 플라스틱 등 고체상태의 물질이다. 반면에 부엌, 세탁기, 욕조, 화장실에서는 액체상태의 오수(汚水)를 배출한다. 오수가 흘러나가는 하수관로는 빗물과 지하수를 함께 배수하기도 하지만, 필요에 따라 오수관과 하수관을 구분하여 설치하기도 한다.
하수가 처리되는 중요 과정
생활하수를 깨끗하게 변화시키는 환경사업소를 하수종합처리장(물재생센터)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사업소는 전국적으로 수백 개가 설치(주로 하천의 하류에)되어 있다. 하수관로를 따라 환경사업소로 들어온 오물은 크게 나누어 5가지 단계를 거치면서 정화된다.
1단계 – 침사지(沈砂池) : 하수관을 따라 흘러온 폐수를 일정 기간 안정 상태로 저장하는 대형 저류(貯留) 시설이다. 이곳에서는 생화학적으로 처리가 불가능한(부패되지 않는) 흙, 모래, 쓰레기 등의 무기물질을 걸러낸다.
2단계 – 침전지(沈澱池) : 오수 속의 찌꺼기를 가라앉히는 탱크이다. 침사지를 거쳐나온 물에는 대량의 유기물이 현탁(懸濁) 상태로 존재한다. 이 물을 침전지에 일정 시간 가두어두면 상당량의 오물들이 바닥에 침전한다. 이렇게 퇴적한 물질을 영어로 슬러지(sludge)라 한다.

전지의 바닥에 가라앉은 오물을 모은 것을 슬러지라 한다. 슬러지는 별도의 처리 과정을 거쳐 분해한다.
3단계 – 포기조(泡起槽) ; ‘거품(기포)이 발생하는 탱크’라는 뜻이다. 침전지를 거쳐나온 물에는 대량의 유기물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물에 인위적으로 산소를 공급하면서 일정 시간 두면, 미생물이 증식하여 대부분의 유기물을 분해시킨다, 이 과정에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기체(기포)가 발생하며, 이를 ‘미생물에 의한 생화학적 분해’라고 말한다.

포기조에서는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발생한다.
4단계- 최종 침전지 : 포기조에서 정화된 물을 4단계 침전지에 가두어두면(체류滯留), 부패하지 않고 남았던 물질들이 마지막으로 침전한다. 또 이곳에서는 중금속과 인(P), 황(S) 등의 유독물질을 화학적인 방법으로 제거한다.

최종 침전지에서 정화된 처리수를 하천이나 바다로 방류할 때는 잔존(殘存)하는 세균을 없애도록 자외선으로 살균하는 과정도 거친다. 최종침전지를 거친 물은 3급수 정도로 정화되어 있기 때문에 오염에 강한 물고기들이라면 충분히 살 수 있을 정도이며,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있다.
5. 슬러지 처리 : 4단계 과정을 거치는 동안 침전지의 바닥에 쌓인 슬러지에는 미생물에 의해 부패(분해)되지 않은 유기물이 남아 있다. 이들은 혐기성(산소 없이 증식하는) 미생물을 증식시켜 더 분해함으로써 슬러지 양을 감소시킨다. 이 과정에 메탄가스가 대량 발생하는데, 이 가스는 버리지 않고 태워, 그 열로 포기조(3단계)의 온도를 높여(특히 겨울) 생화학적 분해가 더 잘 진행되도록 한다.
슬러지 처리 과정을 보면, 1차로 슬러지를 농축하는 단계가 있고, 2차로 농축된 슬러지에 미생물을 증식시키는 소화과정(消化過程 digester)이 따른다. 마지막으로 슬러지를 원심분리장치에서 탈수하여 고체덩어리(탈수 케익)가 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고체 케익은 일반적으로 지하 깊은 곳에 매몰한다.
하수처리장에서는 폐수 정화(침전, 발효, 무기물 제거 등)를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시설을 보완하고 있다. 복잡한 하수처리 과정에는 대량의 전력이 소비된다. 하수를 마셔도 좋은 1등급수(1급수)로 정화하려면 과정이 더 복잡해지고, 처리비용도 증가한다.

냄새가 없고 마실 수 있는 가장 깨끗한 물은 1급수이다. 오염된 정도에 따라 5급수까지 구분되며, 5급수보다 더 나쁜 물은 ‘급수 외’로 취급한다.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에서는 가정의 폐수가 지하에 설치한 정화조(淨化槽)에 저장되었다가 공동 하수관로를 통해 분뇨처리장으로 흘러가도록 되어 있다. 이런 가정의 정화조는 몇 년마다 청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배설물이 포함된 폐수에는 온갖 미생물이 증식하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잘 처리하지 않으면 설사병이나 전염병이 확산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화장실 폐수가 호수나 강에 그대로 폐기된다면 그 물은 농업용이나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으며, 녹조들이 증식하여 물고기를 비롯한 수생동물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된다. 그래서 여유 있는 선진국 또는 대도시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정화시설을 보다 과학적 시스템으로 설치하려고 노력한다.
반면에 가난한 나라에서는 공동화장실에 쌓이는 인간의 배설물을 건조시켜 연료로 또는 비료로 사용하는 동시에, 분뇨를 먹고 자라는 파리과의 곤충(특히 동애등에 black soldier fly)을 대량 사육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동애등에의 애벌레는 대형이며, 닭과 같은 가축의 훌륭한 단백질 사료가 된다. 또한 동애등에를 배양하고 남은 분뇨는 좋은 비료가 된다.

아프리카 나이로비에서는 실험적으로 인간 배설물에서 동애등에를 대량 증식시켜, 그 애벌레나 성충을 가축사료 및 단백질 식품으로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동애등에는 배설물이 아니더라도 식품 쓰레기 속에서도 잘 증식하므로, 이들을 배양하여 식품 쓰레기를 처리하거나 동물사료로 이용하는 방법이 이미 실현되고 있다.

연료가 부족한 사막나라에서는 인간의 분뇨를 건조시켜 연료로 활용하는 방법까지 연구되고 있다.
고대의 인류는 따로 ‘변소’라는 것이 없이 야생동물들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배설하면서 수백만 년을 살아왔다. 인구가 증가하고 문명이 발전하면서 현대 인류는 위생적인 생활을 하도록 화장실 문화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아직도 24억의 인구는 변소가 없는 환경에서 원시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오늘의 지구인은 어떤 환경에서 살더라도 모두가 위생적인 생활을 하도록 협력해야 하게 되었다. – YS
김지윤 기자 (문의 및 제휴 :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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