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녹색 잎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숲속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수목이 가득한 공간을 지나간다고 생각할 뿐, 밟고 있는 땅(흙) 속에 사는 보이지 않는 균류들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알고 보면, 숲을 이루는 수목의 뿌리 곁에는 엄청난 양의 균류가 식물과 함께 공생하고 있다. 뿌리와 균류 사이에 일어나는 놀라운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생태계를 알아본다.
버섯, 곰팡이, 이스트(효모) 이들을 균류 또는 균계(菌界)라고 부른다. 이들은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가 없으며, 다른 살아있는 생물체에 기생(奇生)하거나, 죽은 생명체를 부패시키면서 사는 부생생물(腐生生物)이다. 일반인들은 버섯을 채소시장에서 구입하기 때문에 식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은 동물, 식물, 미생물과 별도로 균류로 분류한다.
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면, 아래 땅속에는 그 나무만큼의 뿌리도 뻗어 있다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만일 숲 아래의 흙에 다시 그만큼의 균류가 살지 않는다면, 거기서는 수목들이 제대로 자라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곰팡이와 버섯 같은 균류가 토양에 증식하면서 이산화탄소(CO2)를 방출하는 동시에, 죽은 식물체(낙엽 등)를 분해시켜 질소, 인, 칼륨 등의 영양분을 뿌리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숲의 토양에 균류가 함께 살지 않는다면, 식물은 이산화탄소와 영양소가 부족하여 제대로 번성하지 못하게 된다, 반면에 균류는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과 가지(사목死木)를 분해시키면서 증식하는 동시에 그들의 생존에 필요한 산소와 식량을 식물로부터 공급받는 것이다.

나무와 풀이 무성한 숲의 토양에는 대량의 뿌리가 어지럽게 뻗어 있으며, 뿌리 주변의 흙에는 균류의 균사(菌絲 팡이실)가 무진장 증식하고 있다. 균류는 식물에게 이산화탄소와 비료를 제공하고, 식물은 균류에게 죽은 식물체(낙엽 등)와 함께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준다.

버섯재배자들은 볏집 등을 발효시킨 배지(培地) 위에서 양송이버섯을 재배한다. 계란 모습으로 나온 하얀 버섯은 균체 전체의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은 배지에 있다. 식용버섯들은 빛이 없는 곳에서 생존하는 귀중한 식품자원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프리대학(Free University)의 토비 키어스(Toby Kiers)는 균류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여성 진화생물학자이다. 그녀의 설명이다. “균류라고 하면 사람들은 버섯만 생각한다. 그러나 숲에서 보게 되는 버섯은 균류가 잠시 지상에 드러낸 극히 일부분의 모습이고, 대부분은 땅속에 있는 균사(菌絲 mycelium, 복수 mycelia)라고 부르는 실 모습으로 존재한다. 티스푼으로 숲의 흙을 1스푼 뜬다면, 거기에는 전체 길이가 10km에 이르는 균사가 있을 것이다.”

지구상에는 수만 종의 버섯, 곰팡이, 이스트가 산다. 버섯은 포자(홀씨)를 대량 만드는 번식체로서, 포자를 멀리까지 퍼뜨리기 위해 지상에 나타난 모습이다. 버섯을 포자형성체 또는 자실체(字實體)라 부른다.

균류는 사진과 같은 균사(팡이실)를 끝없이 뻗어 증식한다. 그들은 죽은 생명체(유기물)를 분해시켜 영양을 얻고, 이 과정에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고, 식물의 뿌리에 비료를 공급한다.
식물체가 생장하려면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와 물 외에 질소, 인, 칼륨 등의 무기 영양소도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식물이 필요로 하는 무기 영양분은 토양 속에 무진장 증식하는 균사가 낙엽과 죽은 나무를 분해시켜 계속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대자연에서는 4억년 전부터 식물과 균류 사이에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놀라운 공생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식물과 균류 사이의 관계는 그들이 사는 일정 구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적인 네트웍으로 이루어진다. 즉 북한산의 숲에서 나온 산소가 한라산까지 가기도 하고, 한라산의 균류가 방출한 이산화탄소가 북한산까지 올 수 있는 것이다. 또 균류가 만든 무기 영양소는 빗물에 씻겨 강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도 간다. 이런 관계를 더 크게 보면, 식물과 균류 사이에는 전 지구적인 넷워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토비 키어스가 촬영한 이 동영상은 땅속에서 균사가 영양분을 찾아 사방으로 가지를 치면서 뻗어가는 모습이다. 균사는 뻗어가면서 자신의 몸과 다시 만나기도 한다. 균류는 다른 종의 균류와 생존경쟁도 하고, 경쟁에서 이기면 살아남고 패하면 소멸한다.

낙엽이 쌓인 숲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수정난풀(Monotropa uniflora, ghost plant)은 노루발과에 속하는 희귀식물이다. 이 식물은 엽록소가 없기 때문에 기생(寄生)생활을 한다. 즉 이 식물은 낙엽에 증식하는 어떤 곰팡이로부터 필요한 영양분을 얻는다. 자생력이 없는 이 식물이 자라도록 돕는 균류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수정처럼 맑은 난초’ 비슷하다고 하여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전한다.
21세기의 인류가 직면하게 된 가장 두려운 난제(難題)는 이산화탄소 증가에 의한 대규모 기후변화이다. 숲을 이루는 수목이 이산화탄소의 저장고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숲의 수목이 무성하도록 돕는 최고의 협력자가 균류라는 것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키어스를 비롯한 다수의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숲의 균류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식물체를 분해하여 광합성에 필요한 원료를 공급하는지, 수목과 균류 사이에 어떤 방법으로 복잡한 협력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더 자세히 규명하려는 연구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하고 있다. – YS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