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의 껍데기가 가진 기하학적 공학적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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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성게는 둥그런 몸이 온통 밤송이 같은 가시로 덮여 있는 하등한 해양동물이다. 바위가 많은 해변에서 놀다가 성게의 가시에 손이나 발이 찔리는 경우가 있다. 예쁜 조개껍데기를 채집하다 보면, 파도와 모래에 마모되어 석회질 몸통만 남은 죽은 성게가 흔히 발견된다. 성게를 극피동물(棘皮動物)이라 부르는 이유는 피부(몸을 둘러싼 석회질의 골판)가 가시(棘)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성게의 껍데기 골판에서 수학적 공학적으로 신비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성게 종류는 세계적으로 950종 정도가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보라성게를 비롯하여 30여 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수심이 얕은 곳만 아니라 5,000m 깊이에서도 발견된다. 크기는 종류에 따라 직경 3-10cm 크기로 자란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성게의 알을 고급 식품으로 취급한다.

성게의 입(mouth)은 몸통 아래에 있고 항문(anus)은 꼭대기에 있다. 그들이 입으로 먹는 것은 식물성 플랑크톤들이다. 성게는 이동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관족(管足 tube feet)이라 부르는 부드러운 여러 개의 발을 이용하여 느리게 유동하며, 또한 가시(spine)를 일제히 움직여 천천히 수영도 한다. 식용하는 알집(gonads)은 상부에 붉은색으로 그려져 있다. 그들은 몸이 단단한 가시로 덮여 있지만 특정 어류와 불가사리, 게, 바다수달 등의 먹이가 되고 있다.

극피동물에는 성게 외에 불가사리, 해삼, 바다백합 그리고 사진의 연잎성게(sand dollar)도 포함된다. 해변에서는 곱게 마모된 연잎성게의 골판도 자주 발견된다.

성게의 몸은 탄산칼슘 성분으로 된 골판으로 덮여 있으며, 가시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골판의 구멍에 마치 절구공이처럼 연결되어 있다. 가시의 밑둥이 자리잡는 절구공이 부분을 소켓관절(socket joint)이라 부른다. 해변에서 채집한 성게의 골판을 보면, 기하학적으로 줄지어 있는 수많은 소켓관절을 볼 수 있다. 각 관절에는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곳이 가시가 연결되어 있던 자리이다. 살아있는 성게의 가시는 짧은 것과 긴 것이 섞여 있으며, 가시 자체는 속이 빈 원통이다. 성게는 수중의 CO2와 Ca 성분을 결합하여 CaCO3(탄산칼슘) 골판과 가시를 만든다. 이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는 니클(Ni)을 촉매로 한다.

중앙의 큰 구멍이 항문이고, 주변의 5개 구멍은 알이 배출되는 산란공(産卵孔)이다.

1개의 알이 난할을 하여 60개의 세포가 된 상태에서 성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나타낸다. 성게의 발생과정은 관찰이 쉽기 때문에 동물발생학 연구에 잘 이용된다.​

성게 골판이 단단한 이유 – 보로노이 패턴

벌집과 잠자리의 날개를 보면 매우 가벼우면서 튼튼한 재질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캄파니아 대학의 여성 생물모방공학자인 페리코네(Valentina Perricone) 교수는 전자현미경으로 성게의 골판을 관찰한 결과, 골판의 미세 구조가 기하학적으로 매우 단단한 ‘보로노이 패턴’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결과를 2022년 8월에 발행된 학술지 <Royal Society Interface>에 발표했다.

페리코네 교수는 성게의 소켓관절 주변의 골판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사진과 같은 형태로 구멍이 산재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조사에 의하면 이 구멍들이 아무렇게나 형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보로노이 패턴(Voronoi pattern)이라는 것을 컴퓨터 영상분석을 통해 알게 되었다.​

수학만 아니라 공학에서는 보로노이 패턴(Voronoi pattern, Voronoi diagram)이라 부르는 기하학적 패턴을 매우 중요하게 취급한다. 우크라이나의 수학자인 보로노이(Georgy Voronoi 1868-1908)가 처음 연구한 이 패턴에 대해 아래 그림을 통해 간단히 알아보자.

​사각형 안에 20개의 다각형 세포(Voronoi cell)가 나뉘어 그려져 있고, 거기에 각각 검은 점이 하나씩 찍혀있다. 중앙 가까이 있는 밝은 연두색의 5각형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이 검은 점(seed라 부름)은 각 모서리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다. 즉 이 연두색 지형이 어떤 도시의 지형이라면, 도시 내 각 지역에서 시민들이 가장 접근하기 가까운 지점이다. 역으로 말하면 도시 전체 어디와도 가장 근거리에 있는 위치이다. 이 점은 기하학적으로 쉽게 그릴 수 있다. 도시계획을 한다면 이 점은 시청이 들어서야 할 위치일 것이다.

성게의 가시가 돋아나는 기저부(基底部)의 구멍(소켓관절) 주변의 골판을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각 세포들이 이와 같은 보로노이 패턴을 하고 있다. 보로노이 패턴의 세포 하나하나는 무질서하게 이웃 세포와 접하면서 공학적으로 매우 단단한 구조가 된다. 즉 성게는 그들의 외골격(골판)을 단단한 탄산칼슘으로 건축하면서, 동시에 각 벽돌(세포)의 모양이 보로노이 패턴이 되도록 함으로써 가벼우면서 튼튼한 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잠자리의 투명한 날개를 보면, 시맥(翅脈)들이 다각형 구조를 하고 있다. 그들의 시맥 역시 보로노이 패턴이다.​

성게의 조상은 4억 5,000만 년 전 오르도비시안기(Ordovician period)에, 잠자리의 선조는 3억 2,500만 년 전에 나타났다. 자연의 신비스러움은 잠자리만 아니라 성게에게서도 발견된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알고 그들의 골판을 그리고 날개를 보로노이 패턴이 되도록 진화시켰을까? 어떤 보잘것없는 생명체이든 그들을 자세히 관찰함으로써 우리는 놀라운 자연의 신비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를 끊임없이 만나게 된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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