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지는 것은 당연한 자연현상이다. 위 안이 비었거나,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거나, 영양상태가 나쁘면 시장해진다. 뱃속이 비면 두통이 나기도 하고, 과민(過敏) 해지며, 집중(集中)이 잘 안되기도 한다. 하지만 먹지 않고 며칠이 지나도 배가 고프지 않다면 그의 건강은 위험해질 것이다. 배고픔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자연적인 신호이다. 배고픔 현상은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먹은 음식에 따라, 기분의 변화에 따라, 복용하는 약물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배고픔(hunger)의 반대말은 포만감(satiety)이다. 뇌와 연결된 신경은 피부, 근육, 눈, 코, 귀, 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 심장, 방광, 대장 등의 장기에도 뻗어 있다. 각 곳의 신경은 위험 상황을 느끼면 곧 뇌에 자극을 보내 위험에 대처하도록 한다. 배고픔(공복통 hunger pang, hunger pain)을 느끼도록 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나? 허기(虛飢)는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가?
위장의 벽은 튼튼한 근육으로 둘러싸여 있고, 벽 내부는 많은 주름이 있다. 음식이 들어오면, 위벽에 있는 샘에서 소화액이 분비되고, 위벽은 수축운동을 시작하여 음식이 소화액과 골고루 섞이면서 잘게 부서져 화학적 분해가 되도록 한다. 위 속의 음식이 죽처럼 되면, 위와 작은창자 사이를 막고 있던 유문(幽門)이 열리면서 소화된 것이 작은창자로 내려간다. 이렇게 하여 위 안이 비면, 얼마 지나지 않아 위장은 다시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한다.
항상 배가 고프다면
일반적으로 식사를 하고 적어도 2시간 정도 지나야 배가 고파진다. 뱃속이 비었다는 신호이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도 나고 몸에서 기운이 빠진다. 그런데 배불리 식사하고 2시간도 안 되어 금방 출출하고 시장해지는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정신적 공복(emotional hunger)이라 한다.
정신적 공복이 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3대 에너지인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질이 부족하여 포만감(飽滿感)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양이 풍부한 육식을 하고 나면 포만감이 오래간다. 밥이나 빵처럼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먹고 나면, 탄수화물은 빨리 포도당 상태로 분해되어 혈액 속으로 들어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혈액 속의 포도당은 소비되어 차츰 농도가 줄어든다.
공복을 알리는 호르몬 ‘그렐린’
공복통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다. 공복통이 오는 원인은 텅 빈 위장 벽의 근육이 수축하기 때문에 독특한 통감(痛感)이 되어 나타난다. 공복 때만 나타나는 이 통감에는 특별한 호르몬이 작용한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그렐린(ghrelin)이라 불리는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난 것이다. 일명 ‘공복 호르몬’(hunger hormone)이라 불리는 그렐린은 배가 고플 때는 혈액 속에 고농도로 포함되고, 배가 부르면 감소한다. 즉 혈액 속의 그렐린 농도가 높아지면, 위장의 근육이 수축하여 시장기를 느끼게 한다.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은 1999년에 그 이름이 처음 알려졌다.

혈액 속에 그렐린 호르몬이 증가하면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식사 후에는 렙틴(leptin)이라는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그렐린의 농도가 감소한다. 그렐린과 반대되는 역할을 하는 렙틴은 작은창자의 지방세포(adipose cell)에서 만들어진다.

렙틴을 분비하지 못하는 왼쪽의 쥐는 항상 배가 고프다. 결국 과식을 계속하여 오른쪽의 정상 쥐보다 비대해졌다.
시장기가 빨리 오는 이유들
1. 잠이 부족한 날 시장기가 더 느껴지는 때가 있다. 이것은 잠이 모자랄 때 그렐린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2. 국수와 쌀밥은 정제(精製)된 탄수화물로 가득하다. 이런 음식은 소화가 잘 되어 시장기가 빨리 찾아온다. 그러나 섬유질이 많은 채소와 과일을 먹으면 포만감이 있으면서 소화가 늦어진다. 또 지방질이 풍부한 음식은 소화에 시간이 걸려 포만감이 오래간다.
3. 힘든 일을 하거나 운동량이 많으면 몸의 대사 활동이 왕성해져 에너지를 빨리 소비하여 배고파진다. 한 실험에 의하면, 성인 10인이 하루에 45분 동안 쉬지 않고 노동을 하게 하자, 일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37% 증가했다고 한다.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통감의 하나가 공복감이다. 배가 많이 고프면 먹을 것만 보인다.
4. 혈액 속의 포도당은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에게 전달되어 영양(에너지)이 된다. 만일 혈액 속에 포도당이 계속 다량 포함되어 있다면(당뇨환자) 막상 세포에 보내야 할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에 있으므로 배가 더 고파진다.
5. 임신을 하면 태아(胎兒)의 성장에 영양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자주 시장해지고 식욕도 좋아진다.
6.. 특수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을 때 그 부작용으로 자주 배고파지는 경우가 있다.

오늘의 한국인은 대부분 공복통을 거의 모르고 살아간다. 체중을 조절하느라 의도적으로 힘들게 배고픔을 감내(堪耐)하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전쟁 등으로 굶주리는 인구가 더욱 증가하여 현재 약 80억 인구 중에 1억 5,500만 명이 기아(饑餓) 상태에 있다고 전한다.
재미난 영화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경기장에서 스포츠 경기를 관전하면서 간식을 먹고 있으면, 눈앞의 전경에 빨려 들어 얼마나 먹었는지 의식하지 못해 과식하는 경우가 많다. 공복과 과식을 조절하면서 살아가는 저마다의 방법이 필요하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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