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행동학(動物行動學) 연구에서 박쥐는 가장 인기 있는 동물 중 하나이다. 박쥐가 초음파를 이용하여 먹이를 잡고 보금자리를 알고 찾아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동물이 자기가 목적하는 곳을 바르게 찾아가는 것을 ‘정위’(正位 location)라 하는데, 음파가 반사되어 오는 반향(反響)을 감청(監聽)하여 정위하는 것은 ‘반향정위’(ecolocation)라 한다.
박쥐는 포유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날개를 가졌고, 새보다 잘 비행할 수 있다. 새의 날개는 앞발 한 쌍이 날개로 변한 것이고, 박쥐의 날개는 앞발의 손가락을 길게 만들고, 거기에 피막(皮膜 patagium)을 덮어 커다란 날개로 진화시켰다.
포유동물 중에 종류가 가장 다양한 무리는 쥐 종류이고, 박쥐 무리는 그 다음으로 많아 1,400여종(전체 포유동물 종류의 20%)이나 알려져 있다. 다양한 종류 중에 크기가 가장 작은 것(Kitti’s hog-nosed bat)은 몸길이가 약 3cm(29-34mm), 날개폭 15cm, 몸무게 2-2.6g이다. 반면에 최대의 박쥐(giant golden-crowned flying fox)는 체중이 1.6kg이고 날개폭은 1.7m나 된다.

날개로 변한 박쥐의 앞발 형태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박제(剝製) 표본이다. 팔과 손가락이 길게 변형되고, 거기에 얇은 날개막이 붙어 있다. 박쥐 중에 가장 빠른 것은 시속 160km로 비행할 수 있는 멕시코박쥐(Mexican free-tailed bat)이다.
이처럼 종류가 많은 박쥐는 편의상 큰박쥐(megabats)와 작은박쥐(microbats) 두 부류로 나누고 있다. 큰박쥐로 분류되는 종류는 2018년 현재 197종이고 나머지는 작은박쥐들이다. 큰박쥐로 취급되지만 무게가 겨우 50g에 불과한 것도 있다. 박쥐 종류는 거의 야행성(夜行性)이지만 소수의 큰박쥐 종류는 낮에도 활동한다. (박쥐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본사 블로그에서 ‘박쥐’를 입력하여 참고하기 바란다.)

작은박쥐 종류가 비행할 때는 1분에 심장이 최고 1,000회나 박동(搏動)한다. 이때 에너지 소비가 많기 때문에 체온이 45℃ 이상 높아지기도 한다. 체온이 너무 오르면 에너지 소비가 많아진다. 따라서 박쥐의 반투명한 넓은 날개에 뻗어있는 모세혈관은 체온을 냉각시키는 역할도 한다.
박쥐의 반향정위
작은박쥐들은 눈은 있지만 시력이 빛의 존재만 겨우 느낄 뿐, 감각하지는 못한다. 큰박쥐들은 대부분 약간의 시력이 있으며, 일부 큰박쥐는 상당한 시력과 색깔 판별 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시력이 없는 대신 작은박쥐 종류와 몇 가지 큰박쥐는 초음파를 발생하여 그 반향을 듣고 정위와 사냥을 한다. 초음파는 그들의 목구멍에 있는 근육(윤상갑상근 cricothyroid)을 움직여 발생시킨다.

몸길이 10cm, 무게 7-12g, 날개폭 28cm 정도인 사진의 큰귀박쥐는 북아메리카 대륙 서부에 주로 산다. 나방을 주로 잡아먹는 이 박쥐는 유난히 큰 귀를 가졌다. 나방 종류 중에는 박쥐가 내는 소리(초음파)를 들을 수 있는 종류도 있다. 박쥐와 나방 모두가 생존을 위해 정밀한 음파탐지기가 필요하다.
박쥐를 연구하는 파나마의 섬 연구소
파나마의 내륙 호수 속에 ‘바로 콜로라도’라는 섬이 있다. 열대 밀림으로 덮인 이 섬에는 온갖 동식물이 원시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미국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의 여성 연구원인 게이펠(Geipel)은 이곳에 사는 ‘큰귀박쥐’(Micronycteris microtis)가 어떤 방법으로 반향정위를 하는지 첨단의 전자장비들을 사용하여 연구하고 있다.
그녀가 연구하는 큰귀박쥐는 체중이 5-7g 정도에 불과한 작은박쥐 종류이며, 몸에 비해 유난히 큰 귀를 가졌다. 게이펠은 자연상태에서는 박쥐의 행동을 정밀하게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박쥐 사육장을 설치하고, 그 속에서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하지 못한 연구를 하고 있다.
박쥐는 공중을 이동하는 벌레는 반향탐지로 쉽게 사냥을 할 수 있으나, 나뭇잎에 납작 앉아 있는 작은 먹이는 잎의 표면에서도 소리가 반사되기 때문에 사냥이 어려울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생각해왔다. 그래서 게이펠은 고속도 카메라를 설치하여 잎에 앉아있는 곤충을 사냥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그 결과 박쥐는 잎에 앉은 먹이를 위에서 아래로 공격하지 않고, 언제나 비스듬한 방향에서 날아가 사냥을 했다.

큰귀박쥐가 먹이(여치)를 향해 비스듬한 방향에서 덮치고 있다. 이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게이펠은 온갖 음향장비들을 제작하여 실험에 사용했다. 실험으로, 거울 위에 놓인 물체를 향해 손전등을 정면에서 비추면 물체의 형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경사지게 비춘다면 모습이 드러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박쥐는 잎에 앉은 곤충을 향해 경사진 방향에서 음파를 쏘아 위치와 형태를 탐지했다.
가짜 먹이를 구별하는 신비한 능력
과학자들은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모형) 여치를 만들어 잎에 놓아두고, 박쥐가 그것을 사냥하는지 조사했다. 놀랍게도 박쥐는 모형여치는 절대 잡으려 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박쥐가 살아있는 먹이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더 어려운 실험을 시작했다. 그들은 큰갈색박쥐(big brown bat, Eptesicus fuscus)를 마치 강아지처럼 사육하면서 훈련을 시켰다. 그 결과 이 박쥐는 간단한 실험에 대해서 반응을 했다.
박쥐를 훈련까지 시키면서 조사하는 과학자들의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다. 분명해진 것은 ‘박쥐는 움직이는 먹이만 아니라 반드시 살아있는 것만 구별하여 사냥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신비로운 음파탐지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수업이 끝난 교실 복도는 학생들로 붐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잘 피하면서 지나친다. 박쥐들도 동굴 속에서 나오고 들어가고 할 때는 금방 ‘비행사고’가 날듯이 생각된다. 복도의 어린이들이나 박쥐들이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주변 어린이(또는 박쥐)의 이동 또는 다음 동작을 미리 예견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동물신경생리학자들은 생각한다.

실험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박쥐가 자기 앞을 날아가는 나방을 향해 시선(머리)을 돌리고 있다. 훈련된 행동을 잘 하면 박쥐에게 보상(報償)으로 먹이(곤충)를 준다.
박쥐가 노리는 곤충은 예측불허의 동작을 한다. 그런데도 박쥐는 그들을 초음파만으로 추적하여 사냥에 성공한다. 과학자들은 박쥐의 반향정위에 대한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점점 더 복잡하고 민감한 실험장치들을 고안하고 있다. 한편, 과학자들은 박쥐의 날개 표면을 덮고 있는 ‘미세한 털’의 기능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왜냐 하면, 먹이를 포획하는 순간, 털의 감각으로 먹이의 형태를 파악하여 확실한 위치를 입으로 문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호랑이나방은 초음파를 내어 박쥐가 덤벼들지 않도록 경계음(警戒音)을 낸다. 이 소리를 들은 박쥐는 이 나방에게 독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이런 나방이 발사하는 초음파는 박쥐의 반향정위 감청기능을 방해하는 작용도 한다.
박쥐는 종류에 따라 곤충을 주식(主食)하기도 하고 과일, 꿀, 꽃가루를 먹는 것도 있으며, 물고기나 개구리를 포식하는 것도 있다. 먹이가 없는 겨울이 오면, 그들은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휴면(休眠 torpor)하는데, 그럴 때는 체온이 6-30℃까지 내려간다. 휴면은 포유류 중에 박쥐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생리현상이기 때문에 이 또한 과학자들의 중요한 숙제이다. 박쥐는 곤충(해충)을 포식하기 때문에 매우 귀중한 존재이다. 미국의 조사에 의하면, 박쥐가 1년 동안에 잡아먹는 해충은 살층제 37-530억 달러의 값어치가 있다고 한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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