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목적지를 찾아갈 때 사방의 물체와 지형을 확인하면서 간다. 아프리카 북부의 나라 튀니지는 사하라사막과 접한 사막국이다. 광대한 사막에서는 매우 드물지만 비가 내리면 잠시 얕은 소금호수가 되었다가, 비가 그치면 하얀 소금밭으로 변하는 소금 평야(salt pan, salt flat)가 곳곳에 있다. 이런 소금 평야에서는 사람의 눈으로 구별이 되는 지형이나 물체(랜드마크 landmark)가 전혀 없다. 전체가 평평한 하얀 소금 가루뿐이다.
튀니지에는 개미 과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2종의 사막개미(Cataglyphis fortis, C. bicolar)가 살고 있다. 먹을 것도 전혀 없어 보이고,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소금 평야 아래에 개미들이 구멍을 파고 사는 것이다.
개미, 나비, 벌처럼 사람과 친숙한 곤충은 다수의 과학자들이 장기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거의 없을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튀니지의 사막개미(Cataglyphis fortis)는 이런 곳에서 멀리까지 나가 먹이(죽은 곤충)를 채집하여 랜드마크가 전혀 없는 길을 어김없이 찾아 집으로 온다.
지형지물(地形地物)에 아무런 특징이 없는 소금평야에서 집을 찾아오는 사막개미의 귀소(歸巢) 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곤충학자 베너(Rudiger Wehner 1940-)는 50년이나 이 사막을 찾아왔다. 베너는 사막개미에 대한 그의 연구를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튀니지 사막에 형성되어 있는 광대한 소금평야의 전경이다. 표면온도가 60℃ 이상 되기도 하는 뜨겁고 건조한 이런 환경에도 다수의 생명체가 생존하며, 거기에는 사막개미까지 ‘귀소의 신비’를 감추고 살아간다. 소금평야의 특징은 사방 어디를 보아도 구별이 될만한 물체나 지형이 없는 자연의 염전(鹽田)이라는 것이다.
사막개미는 뜨거운 소금밭 밑에 구멍을 파고, 죽은 곤충류를 먹이로 하며 살아간다. 사막은 먹이가 귀한 환경이기 때문에 채집을 나선 개미는 집에서 110m나 떨어진 곳까지 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개미들은 이동하는 길에 자신의 페로몬을 뿌려 그 냄새를 추적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막에서는 열기 때문에 페로몬이 금방 휘발하므로 이용되지 못한다.

튀니지 사막에 사는 카타글리피스는 몸길이가 1cm도 되지 않는다.

사막개미는 길을 찾을 때, 태양을 볼 때, 냄새를 맡을 때 복부(gaster)를 높이 들어 올린다. 이 개미 사진에 잘 보이지 않으나 푸른 형광 점이 찍혀있는 것은, 그들의 행동을 관찰할 때 개미를 서로 구분하기 위해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베너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막개미는 페로몬을 분비하지 않고, 장거리 네비게이션 시스템(long distance navigation system)을 발달시켜 집을 찾아온다고 했다. 즉 개미들은 태양의 위치를 판단하고, 그들이 걸어온 걸음 수를 기억하여 집으로 온다는 이론이었다. 하지만 개미가 집에서 너무 멀리 있으면 네비게이션 시스템으로 방향을 알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사막개미는 채집한 먹이를 입에 물고 앞으로 가기보다 사진처럼 끌고 뒷걸음으로 간다. 무거운 짐은 밀기보다 끌어야 힘이 적게 든다. 뒷걸음질로 가자면 앞이 보이지 않아 바르게 방향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사막개미가 귀소하는 새로운 방법 발견
2023년 6월에 발행된 학술지 <Current Biology>에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신경동물생리학자 크나덴(Markus Knaden)을 비롯한 동료들의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크나덴의 연구에 의하면, 튀니지의 사막개미는 집을 쉽게 찾아오기 위해 자기 집 곁에 망루(望樓) 같은 높다란 탑을 세운다는 것이었다.

왼쪽은 사막개미들이 소금평야 가운데에 세운 ‘개미탑’의 모습이다. 탑의 높이는 40cm나 된다. 이 탑이 서 있는 곳은 광활한 소금평야의 중심부이다. 오른쪽은 소금호수가 끝나는 가장자리 지역에 사는 같은 종류의 개미가 지은 땅 구멍이다. 구멍 주변에 사람 눈으로 특징을 찾기 어려운 지형물을 만들고 있다.
크나덴 팀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개미들이 먼곳에서 먹이를 끌고 오다가, 집에서 2-3m 떨어진 곳까지 오면, 모두가 개미탑을 주시(注視)한다는 것을 목격(目擊)한 때문이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실험으로, 개미탑을 치워버린 후 개미들이 어떻게 집을 찾는지 지켜보았다. 그러자 지형물(개미탑)을 확인하지 못한 개미들은 집을 잘 찾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크나덴 팀은 소금사막의 가장자리에 사는 개미도 살펴보았다. 소금평야가 끝나는 변두리에 사는 개미들 역시 개미탑을 세웠다. 그러나 그들은 탑을 치워버려도 지형물이 있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자기 집을 찾아갔다.
크나덴 팀은 더욱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았다. 그들은 개미집 16개를 선택하여, 그들의 집 주변에 있는 개미탑을 전부 제거해버린 다음, 그중 8개의 개미집 옆에 길이가 50cm 되는 검은 쇠막대를 세워놓았고, 나머지 8개의 집은 쇠막대 없이 그대로 두었다.
3일 후에 개미집을 찾아갔을 때, 기둥을 세우지 않은 8개 개미 가족 중에 7개 가족은 그 사이에 개미탑을 다시 지어 놓고 있었다. 반면에 기둥을 세워둔 8개의 개미 가족 중 6개 가족은 탑을 세우지 않았고, 2개가 볼품없는 미완성 탑을 만든 상태에 있었다. 이 실험은 개미들이 쇠막대를 그들의 이정표로 삼으면서, 굳이 새로 탑을 세우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크나덴 팀의 조사에 의하면, 개미탑을 세우는 일은 태어난 후 한 번도 먹이를 찾아 나간 경험이 없는 젊은 개미들이 하고 있었다. 이런 행동은 젊은 개미들이 먹이 채집을 나서기 전에 귀소 능력을 갖추는 필수 훈련 과정으로 생각되었다.

지구상에는 몸길이 0.75mm에서부터 52mm에 이르는 것까지 약 13,800종의 개미가 살고 있다. 이들 중에 가장 빠르게 달리는 종류는 같은 사하라사막에 사는 사하라실버개미(Saharan silver ant, Cataglyphis bombycina)이다. 이들의 주행 속도는 초속 85.5cm로, 이는 자기 몸길이보다 100배나 긴 거리이다.
지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 먹이도 귀하고 랜드마크도 없는 소금평야를 삶터로 삼아 살아가는 사막개미의 귀소 행동은 아직도 많은 신비를 가지고 있다. 다수의 과학자들은 보잘것없는 개미들을 조사하기 위해 지금도 그곳에서 장기간 인내하며 연구를 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막의 개미만 아니라 그들을 연구하는 과학자까지 모두 신비의 대상으로 보일 것 같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을 다 알고 대답하는 챗봇에게 사막개미의 개미탑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추가로 입력해야 할 것이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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