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毒蛇)에게 물리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프고, 혈액 응고와 혈관 파괴 현상이 나타나면서 온몸이 부어오르고 굳어진다. 신경은 마비되고 신장과 심장, 폐, 뇌하수체까지 상(傷)하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뱀에 물려 목숨을 잃거나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사하라 사막 주변국에서는 매년 약 270,000명이 독뱀에 물려, 그중 12,300명이 사망하고, 55,000명은 집중적인 외상(外傷) 치료를 받아야 했으며, 14,700명은 물린 손발이 썩어가기 때문에 절단하는 상황이다.
이 내용은 나이제리아의 열대병 전문의학자 일리야수(Garba Iliyasu)가 2019년 3월에 <Toxicon>(독물학 毒物學) 학술지에 기고한 내용이다. 일리야수는 10살 때,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독뱀에 물려 코와 입, 심지어 귀에서까지 피가 나는 것을 목격했다. 의사가 된 그는 독뱀에 물린 환자를 수백 명 보아왔다. 독뱀 피해자는 농사가 시작되는 봄과 수확철인 가을에 특히 많았다. 이런 계절이 오면 하루에 6,7명, 많을 때는 10명 이상 응급실로 실려 왔고, 그럴 때는 치료할 공간이 없어 복도에서 환자를 돌보아야 했다고 이야기한다.

카메룬에는 유난히 독뱀이 많다. 2020년 12월 8일자 <뉴스위크>에는 카메룬에서 80마리의 독뱀을 플라스틱 병에 숨겨 런던으로 공수(空輸)해온 일당 2명이 체포된 뉴스가 실렸다. 카메룬에는 치명적인 킹코브라를 비롯하여 많은 종류의 독뱀이 산다. 킹코브라는 길이가 거의 4m까지 자라는 최대 코브라 종류이며, 물리면 대부분 30분 안에 사망한다.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의하면, 아프리카와 인도를 비롯한 열대지역에서 1년 동안에 독뱀에 물리는 사건이 2,000,000회 이상 발생하고 있고, 그로 인해 80,000-138,000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3배 이상의 사람은 생존하더라도 심한 신체적 장애인이 된다고 한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독사에 희생되고 있지만, 선진국 사람들은 이런 사정을 별달리 의식하지 못한다. 독뱀 피해는 농업이나 목축으로 살아가는 열대지방의 가난한 나라에서 거의 발생한다. 그런 나라에서 가족 중에 피해자가 발생하면, 그 가정의 생계는 더욱 어려워지므로, 가난한 생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는 2017년에 영국 웰컴 트러스(Wellcome Trust) 재단이 내놓은 1억 달러의 기금을 적도지역에서 발생하는 독뱀 해독(解毒) 연구에 쓰도록 했다. ‘웰컴 트러스’는 영국 제약회사(Burroughs Wellcome & Company)의 설립자인 웰캄(Henry Wellcome 1853-1936)의 유언에 따라 설립된 ‘제약(製藥)기술 연구 후원재단’이다.
사독(蛇毒) 성분과 해독제
독사의 이빨을 통해 배출되는 독성분(사독)은 단백질의 일종이다. 그들에게 물리면 조직 속으로 독소가 침투하게 되고, 그러면 체내에서는 이 독성 물질을 제거하려는 면역반응이 시작된다. 그런데 면역 항체가 생겨나기도 전에 독소가 더 빨리 퍼져나가, 근육을 마비시키고 폐와 심장 활동이 멈추도록 한다. 또한 사독은 신경과 조직 세포까지 파괴하기 때문에 인체는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독뱀 중에 인도의 코브라(cobra)와 아프리카의 검은맘바(black mamba)의 독이 가장 치명적이다.

검은맘바는 사하라사막 주변에 살며, 킹코브라 다음으로 맹독을 가진 독사이다. 최대 길이가 4.3-4.5m인 검은맘바는 이동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 단거리의 경우 시속 16km로 간다. 이들은 새와 작은 포유류를 포식한다. 현재 이 뱀은 수가 감소하여 보호동물로 취급되고 있다.
영국 열대의학 연구소의 과학자 케이스웰(Nicholas Casewell)의 설명에 의하면, “독뱀에 물렸을 때, 해독제(항체)를 1-2시간 안에 처방하면 거의 모두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환자를 치료소까지 운반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사정들이 있다. 특히 저개발국의 오지(奧地)에는 의료시설도 잘 없고, 해독 항체를 보관할 냉동시설조차 귀하며,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주사를 놓아주며 부작용 발생을 살필 훈련된 인력이 없다.”고 말한다.

케냐에서 코브라 종류에 물린 희생자의 상처이다. 그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키우던 가축을 팔아야 했다. 오늘날 독뱀 해독제 값은 매우 비싸다. 아프리카에서는 1회 주사비용이 60-70달러라고 한다.
뱀에게 물린 뒤, 의료시설까지 가는데 몇 시간이 걸린다면 그 사람은 도중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의료진은 해독제를 그 자리에서 주사하지 못한다. 그가 어떤 뱀에게 물렸는지 정확히 알고 처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뱀 종류에 따라 독성분이 다르고, 그에 대한 항체 종류도 다르므로, 독사의 종류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 판단을 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자기가 어떤 뱀에게 물렸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의사는 환자의 몸에 나타나는 증상을 잘 살펴야 올바른 항체를 선택할 수 있다. 만일 다른 항체를 주사하게 된다면, 그 희생자는 부작용으로 더욱 위험한 상황이 되고 만다.
유전공학적인 해독제 개발
그 동안 ‘사독 해독제’(항체 백신)를 생산할 때는 대형동물인 말을 이용했다. 독뱀의 이빨로부터 채취한 독을 말의 몸에 주사하면, 말은 체격이 크기 때문에 쉽게 죽지 않고 항체를 형성한다. 말의 몸에 생성된 항체를 가공하여 인간에게 주사하는 것이 오늘날의 일반적인 독뱀 해독제이다. 독사의 종류는 수백 가지이다. 그러므로 뱀 종류마다 그에 맞는 항체를 생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희생자가 어떤 뱀에게 물렸는지 모르고 해독제를 잘못 처방했다가는 도리어 극심한 부작용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2020년 7월에 발행된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는 덴마크 공과대학의 생명공학자 라우스첸(Andreas Laustsen)이 유전자공학적으로 다른 뱀에게 물려도 효과가 있는, 지금까지의 항체보다 훨씬 인화적(人和的)인 항체 생산법을 발표했다.
그는 독사의 종류에 따라 그에 대응하는 ‘항체 형성 유전자’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수백만 개의 항체 생산 유전자에 대해 연구했다. 결국 그는 유전자들 중에 여러 종류의 사독(蛇毒)에 대해 항체를 생성하는 ‘특별한 항체 유전자’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즉, 라우스첸과 동료 과학자들은 ‘특수 항체 유전자’ 1개가 10여종 이상의 ‘사독물질’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 ‘특수 항체 유전자’를 바이러스(박테리아 세포에 기생하는)에 이식하여, 바이러스가 특수 항체를 대량 생산하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당뇨환자를 치료하는 오늘날의 인슐린은 인간의 유전자를 이식받은 박테리아가 생산하는 것이다.)
이처럼 유전공학적인 방법으로 생산한 ‘독뱀 백신’(사독 백신)은 말과 같은 동물을 희생시키지 않아도 되고, 독뱀 종류에 따라 다른 백신이 아니더라도 70% 이상의 독뱀에 대해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라우스첸은 이 연구를 계속하여 모든 종류의 사독을 해독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독뱀이 생산하는 독소들
독뱀들이 생산하는 독소는 수십 종 알려져 있다. 그들은 신경을 마비 또는 파괴하는 ‘신경독소’와 혈액을 응고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혈액독소’ 2가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독뱀이 이 두 가지 독소를 가졌다. 그런데 검은목코브라와 모하브방울뱀 종류는 심장활동을 멈추게 하는 ‘세포독소’까지 분비한다. 각 독소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매우 전문적이다.

독뱀, 독개구리, 독충 등 동물의 몸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을 ‘동물성 독소’(zootoxin)라 한다. 독뱀은 위턱 양쪽에 있는 커다란 독주머니에서 독이빨 속의 관을 따라 독액을 방출한다. 독액의 성분은 20여 가지인데, 대부분은 단백질 성분이다. 독액 속에 포함된 효소는 먹이를 소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파충류의 대표 동물인 뱀 무리는 현재까지 약 3,600종이 알려져 있다. 최소형 종류는 길이가 겨우 10.4cm 정도이고, 그물무늬비단뱀은 길이가 최대 6.95m이다. 가장 무거운 종류는 아나콘다인데 최대 무게는 97.5kg이었다. 우리나라의 뱀은 독사류 3종과 무독성 뱀 8종 모두 11종이 알려져 있다.
뱀 무리는 주라기에 나타났으며, 공룡이 사라진 이후에 크게 번성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뱀은 이빨에서 독을 분비하여 먹이를 포식한다. 뱀의 독소는 자연의 생명체가 진화시킨 가장 강력한 생화학무기이기도 하다.
사람이 독사에 물리는 경우는 모르고 밟거나 잡으려 할 때이다. 혹 사고를 당하면 상처 윗부분을 끈으로 묶는 동시에 119에 급히 알려야 한다. 시골 보건소에도 대부분 해독제가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유전자공학적인 방법으로 사독 항체가 개발되면, 세계 어디서나 많은 사람을 구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해독제를 즉시 공급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없으면 계속 생명을 잃거나 피해를 입을 것이지만, 어떤 뱀에게 물렸는지 확인하지 않고 주사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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