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죽어 가라앉으면 사체(死體)는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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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지구상에 살거나 살아온 동물 중에 최대인 것은 몸길이가 30m나 되는 청고래이다. 큰 고래들이 수명을 다하거나 사고로 죽어 그 사체가 해저에 가라앉으면, 그를 청소하는 동물은 어떤 것들일까?

캘리포니아주 해안 몬테레이 만에는 1972년에 설립된 국립해양생물보호소(U.S. National Marine Sanctuary)라는 ‘해양생물과 바다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대규모 연구기구가 있다. 지난 2019년, 이 기구의 연구원들은 ‘허큘리즈’라는 무인 로봇잠수정을 몬테레이 만 중앙부 3,000m 깊은 곳에 있는 해저화산 주변의 심해동물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해저를 탐사하던 허큐리즈의 카메라에 신기한 심해동물들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것은 바닥에 몸을 절반 정도 감추고 있는 동가시치(eelpout)라 불리는 어류의 무리였다. 그 다음으로 바다돼지(sea pig)라 불리는 풍선처럼 생긴 해삼 종류가 계속 발견되었다. 그들의 수는 수천 마리에 이르렀다.

연구원들은 결국 해저에 떨어져 있는 소형 고래의 사체 하나를 발견했다. 해저에서 죽은 고래를 발견하기란 지극히 드문 일이다. 카메라에 비친 사체에는 이미 수많은 장어, 문어, 오징어, 상어, 게, 바다지렁이 등이 몰려들어 파먹고 있었다.

동가시치과 물고기 종류는 300여종이 알려져 있다. 사진의 동가시치는 1,000m 이하의 수심에서도 발견된다. 이 동가시치는 길이가 1m 정도 되는 Bothrocara brunneum이다.

몬테레이 만 1,260m 깊이에서 2016년에 처음 발견된 바다돼지(Neolithodes diomedae). 신비스럽게 생긴 촉수(觸手)를 가진 이 심해동물은 해삼 무리에 속한다.

바다의 청소동물

육지에 사는 동물이 죽으면 시체를 즐겨 먹는 하이에나, 독수리, 까마귀 등이 찾아온다. 그들이 시체를 파먹는 동안 파리와 같은 곤충은 산란을 하고, 한편으로 미생물에 의해 마지막 살점까지 분해되어 뼈만 남게 되고, 이 뼈조차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된다. 육상과 마찬가지로 바다에도 수많은 종류의 청소동물이 살고 있다. 청소동물이 육지와 바다 어디에나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들이 있음으로 해서 잠간 사이에 대자연은 본래의 깨끗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해는 0℃에 가깝도록 춥고 완전히 캄캄한 세계이므로 동물들이 거의 살지 않을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고래의 사체가 가라앉으면, 그 순간부터 어디선가 굶주리고 있던 온갖 심해동물들이 사방에서 찾아와 대잔치를 벌이게 된다. 심해에 가라앉은 고래의 사체가 해양청소동물에 의해 완전히 사라지는 과정을 조사할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이곳의 해양학자들에게 찾아온 것이다.

심해의 열수공(熱水孔 hydrothermal vent) 주변에 다양한 동물이 산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본사 블로그에서 ‘열수공’을 입력하면 다수의 기사를 볼 수 있음). 그러나 열수공 근처가 아니면 심해에서는 어디서나 생명체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 영상에는 다수의 문어 종류와 무척추물들이 찾아와 모처럼 만난 먹이를 포식(飽食)을 하고 있다.

심해의 청소동물들(marine scavengers)이 고래의 살을 먹어치우자, 주둥이에서 꼬리 끝까지 5m 정도 되는 뼈만 드러났다. 그러나 고래의 수염은 단단한 케라틴(keratin) 성분이기 때문에 아직 남아 있었다. 수염고래 종류는 이빨이 없고, 튼튼한 수염을 그물망처럼 사용하여 크릴 같은 작은 먹이를 걸러먹는다.

지금까지 해양과학자들이 발견한 해양청소동물은 100여종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이 언제나 전부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들 중에 뭉툭코상어(bluntnose sixgill shark)와 랫테일피시(rattail fish)는 날카로운 이빨로 뼈에 붙은 살점만 아니라 뼈까지 갉아먹는다.

뭉툭코상어의 윗이빨과 아랫이빨 모습이다. 뭉툭코상어는 몸길이가 6.1m까지 자라는 대형 상어로서, 열대와 온대의 심해에서 발견된다.

바다에는 등각류(等脚類 isopod)라 불리는 단단한 등껍질을 가진 하등동물(갑각류)이 대량 살고 있다. 지구에 사는 갑각류는 약 10,000종이 알려져 있으며, 그중 바다에서는 4,500종이 알려져 있다. 해변 바위 위를 돌아다니면서 죽은 동물을 먹는 갯강구는 잘 알려진 등각류이다. 심해의 대형 등각류 중에는 고래의 뼈에 구멍을 내면서 포식하는 종류도 있다. 사진은 바다에 사는 대표적인 등각류들이다.

고래의 뼈를 갉아먹는 환형동물(環形動物, 지렁이류) 중에는 오세닥스(Osedax, 뼈벌레)라는 종이 있다. 오세닥스는 산성물질을 분비하여 뼈를 녹여 영양을 취하며, 뼈 틈새로 식물의 뿌리처럼 촉수를 밀어 넣어 영양을 취하기도 한다. 사진은 2002년에 수심이 2,893m나 되는 몬트레이 만에서 발견된 뼈벌레의 모습이다.

사진은 무인잠수정의 로봇팔이 오세닥스를 채집하고 있다. 오세닥스는 전 세계 바다에 살고 있으며, 몬트레이 만에서만 30여종이 발견되었다.

심해의 생존경쟁과 먹이사슬

고래 사체를 둘러싸고 온갖 동물들이 만찬을 즐기는 사이에, 어떤 갑각류는 더 하등한 오세닥스를 잡아먹으려 한다. 이럴 때 오세닥스는 뼈 틈새로 숨었다가 적이 사라지면 다시 나와 식사를 계속한다. 심해에서도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먹이사슬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루이지애나 대학의 여성 생물학자 딕슨(River Dixon)은 2019년에 멕시코 만 해저 수심 2,000m 깊이에 죽은 악어 3마리를 가라앉혀 놓고, 로봇잠수정을 내려 보내어 3달 이상 그 주변을 관찰했다. 그러자 거기에도 수많은 종류의 바다청소동물들이 와서 뜯어먹기 시작했다. 3개월이 지나자 악어 사체는 뼈만 남아 있었고, 남은 뼈에는 오세닥스들이 가득 증식하고 있었다. (심해동물에 대한 구체적인 영상은 유튜브에서 ‘Deep Sea Nautilus’를 입력하여 시청하기 바란다.)

태양이 비치는 지상에서의 먹이사슬은 광합성을 하는 식물체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빛이 없는 심해에서는 죽은 동물이 가라앉은 사체가 먹이사슬의 시작이다. 해양학자들은 심해에서 벌어지는 먹이사슬에 대해서 아직 자세히 모른다. 해양과학자들은 심해 청소부와 먹이사슬에 대한 연구를 통해 현재만 아니라, 거대한 동물들이 살던 공룡시대의 먹이사슬에 대해서도 짐작하게 될 것이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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