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昆蟲)이라는 동물(곤충강)의 약 40%는 딱정벌레 또는 갑충(甲蟲 beetle)이라 불리는 종류이다. 분류학상 곤충강 딱정벌레목(Coleoptera)에 속하는 이들은 지금까지 400,000여 종 알려져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는 종을 합치면 1,000,000종 이상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500종의 딱정벌레가 알려져 있으며, 흔히 보는 종류는 하늘소, 풍뎅이, 사슴벌레, 물땡땡이, 반날개, 가뢰, 무당벌레 등이다.

우리말에서 딱지(甲)는 단단한 보호막을 의미하고, 딱정이는 상처 위에 생긴 단단한 껍질을 말한다. 딱정벌레는 단단한 1쌍의 딱지날개(elyptra)가 내부의 얇은 속날개를 보호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무장 덕분에 그들은 지구상의 온갖 환경에서 잘 살아간다.

딱정벌레 중에는 자기 체중의 40,000배 무게로 눌러도 부서지지 않고 견디는 철갑충(본사 블로그에서 ‘찰갑충’ 검색 참고)이 있다. 몸길이가 2.5cm 정도인 철갑충(diabolical ironclad beetle)은 외피가 너무나 단단하여 설치류의 날카로운 이빨이나 새의 부리에 쪼여도 부서지지 않는다.
물 없이 생존하는 쌀거저리
쌀거저리(red flour beetle, Tribolium castaneum)라 불리는 딱정벌레는 쌀, 밀, 옥수수 등의 곡식을 갉아 먹는 이름난 해충의 하나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는 쌀거저리를 대표 해충의 하나로 취급한다. 따라서 곤충학자들은 쌀거저리의 유전자 지도까지 완전히 파악하여 그들의 생태와 특징을 연구한다.
몸길이가 3-4mm인 쌀거저리는 바싹 마른 곡물 속에서 전혀 수분이 없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간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곤충학자 할베르크(Kenneth Halberg)는 쌀거저리가 어떻게 수분이 거의 없는 곡식 속에서 살 수 있는지 그 이유를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쌀거저리는 입으로 물을 먹지 않아도 꽁무니의 똥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을 재활용하는 기술이 있었다.

유명한 곡식 해충인 쌀거저리는 항문 주변의 장세포가 똥 속의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졌다. 할베르크의 조사에 의하면, 꽁무니 세포의 외부에 집중된 칼륨 이온이 삼투압 작용을 하여 수분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특히 쌀거저리의 똥은 대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여 보습(保濕)하는 성질이 있음도 밝혔다. 이러한 기능은 Nha1이라 불리는 쌀거저리 유전자의 작용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러나 더 자세한 생리적 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참고문헌>
Journal: M. Naseem et al. NHA1 is a cation/proton antiporter essential for the water-conserving functions of the rectal complex in Tribolium castaneum.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Vol. 120, March 21, 2023.
개구리의 소화기관을 무사히 탈출하는 폭탄먼지벌레
개구리는 자기 앞에서 움직이는 벌레들을 순간에 혀를 내밀어 잡아먹는 양서류로 유명하다. 개구리의 입으로 들어간 벌레는 위장과 장을 지나가는 동안 전부 소화되어 버린다. 일본 코베 대학의 환경학자 스기우라(Shinji Sugiura) 교수는 개구리를 유리 상자 속에서 사육하면서 그들의 생태를 조사하고 있었다.
개구리를 관찰하던 스기우라 교수는 2018년에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포식자를 만나면 꽁무니에서 독액을 분사하는 딱정벌레 종류인 폭탄먼지벌레(bombardier beetle, Resimbartia attenuata)를 개구리의 먹이로 넣어주고, 개구리와 폭탄번지벌레 사이에 일어나는 반응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개구리가 폭탄먼지벌레를 잡아먹으면 곧 뱉어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는 개구리의 항문에서 폭탄먼지벌레가 살아서 천천히 기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개구리의 입으로 들어간 곤충이 죽지 않고 소화기관을 통과한 현장이 과학자에게 발견된 첫 사건이었다.

몸길이가 20mm 정도인 폭탄먼지벌레 종류는 적을 만나면 꽁무니에서 독성이 있는 벤조퀴논(benzoquinone, C6H4O2)이라는 악취를 가진 액체를 분사한다. 벤조퀴논은 하이드로퀴논과 과산화수소가 결합하여 만들어진다. 벤조퀴논을 뒤집어쓴 포식자는 즉시 눈과 소화기관에서 고통을 느낀다. 폭탄먼지벌레는 이런 독액을 20여 회 연달아 분사할 수 있다. explosive gas: 독가스, explosion chamber: 폭발주머니, sphincter muscle: 괄약근(括約筋), hydroperoxide: 과산화수소, hydroquinon; 하이드로퀴논
이런 사실을 발견한 스기우라 교수는 실험으로 30마리의 폭탄먼지벌레를 개구리가 먹도록 하면서 추가 관찰을 했다. 그 결과 10마리 중에 9마리는 살아서 나오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개구리의 입으로 들어간 먹이는 6시간 정도 걸려 소화되어 배설된다. 그런데 폭탄먼지벌레는 개구리의 몸속을 단 6분 만에 통과하고 있었다.
스기우라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또 했다. 폭탄먼지벌레의 다리에 접착제를 발라 스스로 기어 다니지 못하도록 한 후 개구리가 먹도록 했다. 다리가 붙어버려 스스로 기어 다니지 못한 폭탄먼지벌레는 거의 하루 이상 걸려 항문으로 나왔다. 그런데도 그들은 살아 있었다!
스기우라 교수는 이 벌레가 어떻게 개구리의 소화기관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는지, 개구리의 소화기관 속에서 호흡은 어떻게 했는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또한 그는 폭탄먼지벌레가 개구리만 아니라 더 큰 두꺼비나 물고기가 먹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 것인지도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참고문헌>
Journal: S. Sugiura. Active escape of prey from predator vent via the digestive tract. Current Biology. Published online August 3, 2020.
자연사박물관이나 곤충박물관에는 딱정벌레 표본이 특별히 많이 전시되어 있다. 곤충강의 최대 목(目)을 차지하는 딱정벌레는 곤충 종류의 40%, 모든 동물 종류의 25%를 차지하는 ‘동물 무리의 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블로그에서는 겨우 3가지 딱정벌레를 소개했지만, 이들은 다수의 종류가 해충인 동시에 종류마다 독특한 모습과 생태를 가지고 있다. 이런 다양한 신비는 곤충학자들로 하여금 그들을 끝없이 연구하도록 하고 있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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