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욕조 자국’처럼 보이는 지형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것이 과거 화성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화성은 오랜 시간 물을 유지하며 생명에 유리한 환경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
화성 ‘욕조 자국’… 바다의 흔적일까
새 연구에 따르면, 화성 표면에서 넓고 평평한 띠 형태의 지형이 발견됐다. 마치 물이 빠진 욕조 가장자리에 남는 자국처럼 보이는 구조다. 이 지형은 과거 화성 북반구를 중심으로 행성의 약 3분의 1을 덮고 있었던 바다의 흔적일 수 있다.
화성은 지금은 건조한 행성이지만, 오래전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 물이 단순한 호수와 강이었는지, 아니면 오랜 시간 유지된 바다였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바다가 있었다면, 물이 훨씬 오래 유지됐다는 뜻이고, 이는 생명이 등장할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해안선 논쟁… 왜 증거가 부족했나
그동안 탐사선들은 해안선처럼 보이는 지형을 여러 개 발견했다. 하지만 이 지형들은 서로 다른 높이에 흩어져 있었다. 지구처럼 안정된 바다가 있었다면 해수면은 일정해야 하므로, 해안선도 같은 높이에 맞춰져야 한다.
이 점이 기존 가설의 가장 큰 문제였다. 해안선이 제각각 높이에 있다는 것은, 바다가 있었다는 증거로 보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바다의 흔적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지구 바다를 ‘말려보니’ 드러난 단서
화성의 욕조 자국을 분석 중인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지구의 바다를 ‘완전히 말린다’고 가정하고, 물이 사라진 뒤 어떤 지형이 남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뚜렷하게 남는 특징은 ‘해안 평원’과 ‘대륙붕’이었다. 이 지형들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경계를 따라 넓고 평평한 띠 형태로 이어지며, 마치 욕조 물이 빠진 뒤 남는 테두리처럼 보인다. 높이는 해수면보다 약 15m에서 410m 아래까지 분포한다.
지구에서는 해수면과 해안선 위치가 오랜 시간 동안 변해왔지만, 이 대륙붕 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연구진은 이 기준을 바탕으로 화성의 지형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화성 북반구에서 이와 유사한 넓고 평평한 영역이 발견됐다. 이 지역은 화성 기준 해수면보다 약 1,800m에서 3,800m 아래에 위치해 있었다.
이 정도 규모의 대륙붕은 짧은 시간에 만들어질 수 없다. 특히 호수에서는 이런 구조가 거의 형성되지 않는다. 즉, 이 지형은 오랜 시간 유지된 거대한 바다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 바다가 수백만 년 동안 안정적으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또한 연구진은 강이 바다로 흘러들며 만들어지는 삼각형 형태의 퇴적지, 즉 ‘삼각주’가 이 대륙붕과 일치하는 위치에 형성된 흔적도 확인했다. 지구에서도 삼각주는 대륙붕 주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화성에 대륙붕이 있었을 가능성은 바다 존재를 뒷받침하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다가 있었다면, 대규모의 물이 오랜 시간 유지됐다는 뜻이며, 이는 생명에 중요한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탐사 임무에서는 이 대륙붕 지역을 직접 분석할 수 있다. 만약 과거 화성에 생명이 존재했다면, 이곳의 퇴적층에 그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구에서도 해안 퇴적층에서 화석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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