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는 전 세계 문화를 하나로 통일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는 오히려 오래된 문화 차이가 더 선명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로 가도 사라지지 않은 기존 사고방식
시카고대학교 연구팀은 중국 대학생 1천462명을 3년간 추적했다. 학생들이 농촌에서 대도시로, 가난한 지역에서 부유한 지역으로 이동하면 서구식 분석 사고가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기존 사고방식은 거의 사라지지 않았다.
차이를 만든 것은 현대화보다 지역의 농업 역사였다. 논농사 지역 출신은 관계와 맥락을 중시하는 전체론적 사고가 강했고, 밀농사 지역 출신은 사물을 분리해 보는 분석적 사고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논농사는 많은 노동과 공동 관개가 필요해 협력 문화를 키웠다. 반면 밀농사는 빗물 의존도가 높아 이웃과의 협력이 덜 필요했다. 이런 차이는 농사를 직접 짓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도 이어졌다.
현대화는 문화를 지우지 않고 키울 수 있다
중국 인구조사에서도 논농사 지역은 이혼과 1인 가구가 적고 대가족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흥미롭게도 논·밀 지역 간 차이는 1982년보다 2020년에 더 커졌다.
비슷한 흔적은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남부의 목축 문화는 오늘날까지 명예와 보복을 중시하는 성향에 영향을 미치고, 과거 강제 광산 노동을 겪은 페루와 볼리비아 일부 지역은 지금도 정부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낮다.
탈헬름 교수는 이를 ‘씨앗 모델’로 설명한다. 현대화가 문화를 없애는 증기기관차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가치와 믿음에 돈과 기술이라는 물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와 넷플릭스는 전 세계를 닮게 만들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은 여전히 역사와 전통에 따라 달라진다. 현대화는 문화 차이를 지우기보다 오히려 증폭할 수 있다.
성치훈 기자 /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e, “Does modernisation erase cultural difference – or amplify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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