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약 5000보 수준의 걷기가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대규모 장기 연구가 발표됐다. 평균 성인의 보폭 기준으로 3.2~4km, 중간 속도로 약 35분이면 가능한 거리다. 비용이나 장비 없이 누구나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습관이 뇌 건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하루 걸음 수와 인지 기능 저하 속도의 관계가 명확히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밀로이드와 타우 축적을 늦추는 활동량
호주·캐나다·미국 공동 연구팀은 50~90세의 인지기능 정상 성인 약 300명을 최대 14년 동안 추적해, 하루 걸음 수와 뇌 속 단백질 변화, 인지기능의 장기적 변화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걸음 수 측정을 위해 보행 감지 장비를 착용했으며,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축적을 PET 영상으로 평가하고, 매년 인지검사를 병행했다. 활동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아밀로이드 관련 인지기능 저하가 뚜렷하게 느려졌으며, 독성 타우 단백질의 축적 속도 역시 감소했다.
타우 축적은 알츠하이머 진행을 예측할 핵심 지표로 사용되기 때문에, 활동량 증가가 기억력 저하 시점을 늦출 수 있는 실제적 효과를 의미한다. 특히 하루 5000~7500보에서 효과가 가장 뚜렷했고, 비활동 그룹 대비 3000보 이상만 걸어도 위험 감소가 확인됐다.
뇌혈류 개선과 염증 조절이 가져오는 변화
걷기는 뇌로 전달되는 혈류를 개선하고 산소 공급을 늘려 신경세포가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알츠하이머 초기에는 뇌 혈류 장애가 흔하게 관찰되는데, 규칙적 걷기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폐 기능 향상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걷기 등 지속적인 유산소 활동은 뇌 염증을 줄여 타우 병리가 진행되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약물이나 시술 없이, 일상적인 행동만으로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은 예방 전략으로서의 의미를 강화한다.
하루 5000보는 중간 강도의 보행으로 35분 내외의 시간이다. 출퇴근·점심시간 산책·계단 이용 등 생활 속 습관만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걷기는 심혈관질환 예방, 고혈압·당뇨 개선, 스트레스 감소, 관절염 통증 완화 등 다양한 건강 효과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여기에 알츠하이머 진행 지연 가능성을 추가로 제시한 것이다. 고령층뿐 아니라 중년층에서도 실천할 예방 전략으로 고려될 만하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Scim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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