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론으로만 예상했던 ‘플로케 위상 상태’를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직접 확인했다. 빛을 아주 잠깐 비추자 평범한 반도체에 전기가 흐를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생긴 것이다.
플로케 위상 상태: ‘전자의 길’을 만들다
스위스 연구진은 ‘주석 텔루라이드’라는 반도체에 매우 짧은 레이저를 쐈다. 그러자 원래 없던 특별한 전자 상태가 나타났다.
쉽게 말하면 평소에는 전기가 잘 흐르지 않던 물질이 빛을 받는 순간 금속처럼 전기가 흐를 수 있는 상태로 변한 것이다.
이 상태를 이해하려면 ‘위상 절연체’를 알아야 한다. 이름은 어렵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물질의 안쪽에서는 전기가 잘 흐르지 않지만, 겉면에는 전자가 다닐 수 있는 특별한 길이 있는 물질이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빛을 이용해 평범한 물질에도 이런 길을 잠깐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를 ‘플로케 위상 상태’라고 부른다.
하지만 너무 짧은 순간에 나타났다 사라져 실제로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연구진은 주석 텔루라이드를 약 영하 243도까지 차갑게 만든 뒤 아주 짧은 레이저를 비췄다. 이어 또 다른 레이저를 이용해 전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순간순간 살펴봤다.
그 결과 빛이 닿은 순간 ‘디랙 원뿔’이라는 특별한 전자 구조가 나타났다. 이는 플로케 위상 위상 상태의 물질에서 볼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이다.
한 연구 참가자는 “빛과의 상호작용만으로 반도체를 금속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원자는 그대로인데 전자만 달라졌다
플로케 위상 상태의 더 놀라운 점은 물질의 원자가 움직이거나 다른 물질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난감 블록으로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블록의 종류와 위치는 그대로인데, 그 위를 움직이는 작은 공들의 길만 갑자기 달라진 것과 비슷하다.
이 변화는 아주 짧았다. 레이저가 지나간 뒤 약 100펨토초가 지나자 특별한 전자 상태는 사라지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1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다. 100펨토초도 약 10조분의 1초밖에 되지 않는다.
컴퓨터를 이용한 이론 계산에서도 실험과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빛이 실제로 새로운 전자 상태를 만들었다는 중요한 증거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이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고 다른 물질에서도 같은 현상을 만드는 것이 과제다.
연구가 발전하면 언젠가는 빛을 아주 빠른 스위치처럼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물질 자체를 바꾸지 않고 빛을 켰을 때만 전자가 다니는 길을 만들고, 빛을 끄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리는 것이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hys.org, “Physicists capture first direct evidence of a Floquet topological state”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