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넘는 대규모 개조를 거친 미국의 전설적 전파망원경이 다시 우주 관측 최전선으로 돌아왔다. 한때 달 착륙과 금성 지도 제작을 도왔던 이 망원경은 이제 블랙홀, 소행성, 생명의 재료가 되는 분자까지 추적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10년 개조 끝에 돌아온 전설의 전파망원경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헤이스택 37m 망원경’이 긴 업그레이드 작업을 마치고 다시 과학 연구 최전선에 복귀했다. 이 망원경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웨스트퍼드에 있는 MIT 헤이스택 천문대에 설치된 지름 37m짜리 전파·밀리미터파 관측 장비다.
이 전파망원경은 1964년 처음 가동된 이후 전파천문학과 태양계 레이더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달 착륙을 지원했고, 금성 표면의 레이더 지도를 제작했으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검증에도 기여했다. 또 여러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하나처럼 사용하는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기술 발전과 퀘이사, 별 탄생 영역 연구에도 핵심 장비였다.
특히 2025년 12월 8일, 연구진은 이 망원경을 활용해 거대은하 M87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시스템을 관측했다. 연구진은 여러 대륙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매우 높은 해상도를 얻는 VLBI 기술을 이용했다.
이번 관측의 목표는 M87 중심 블랙홀 ‘M87*’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에너지 분출 구조, 즉 ‘제트(jet)’였다. 태양 질량의 약 65억 배에 달하는 이 블랙홀은 엄청난 에너지와 물질을 수천 광년 밖 우주까지 뿜어낸다.
기존에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인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이 블랙홀 바로 주변의 ‘그림자’를 촬영하는 데 집중했다면, 헤이스택 37m 망원경은 더 멀리 뻗어 있는 제트 구조를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블랙홀 주변에서 만들어진 에너지가 어떻게 은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려 하고 있다.
M87 연구 책임자인 폴 티드는 “헤이스택 37m 망원경의 뛰어난 감도 덕분에 먼 거리의 M87* 주변에서 나오는 희미한 신호까지 탐지할 수 있다”며 “다른 국제 망원경들과 함께 블랙홀 제트의 다중 주파수 영상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MIT 헤이스택 천문대]
블랙홀 넘어 소행성·생명 분자까지 탐사
업그레이드를 마친 헤이스택 37m 망원경은 블랙홀 연구 외에도 다양한 임무를 맡게 된다.
MIT 연구진은 이 장비를 활용해 지구에 충돌 위험이 있는 소행성의 크기와 모양을 측정할 계획이다. 이는 ‘행성 방어 프로젝트’의 일부로, 위험 천체를 미리 파악하고 태양계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화학 연구진은 우주 공간에서 복잡한 유기 분자를 찾는 연구를 진행한다. 이런 분자는 생명의 재료가 되는 화학 성분으로 여겨져, 생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줄 수 있다.
무엇보다 교육적 의미도 크다. 최근 헤이스택 천문대 학부생 인턴들은 망원경 제어 시스템과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개발에 직접 참여했다. 학생들이 실제 최첨단 연구 장비를 다루며 경험을 쌓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연구 현장 중심 교육 모델로서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이번 복귀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규모 개조를 거쳤고, 이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지원을 받아 데이터 분석 장비와 신호 처리 시스템을 현대화했다. 2019년 이후에는 차세대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프로젝트 지원까지 더해지며 수신 장비와 컴퓨팅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연구진은 2025년 말 관측 성공이 앞으로의 시작일 뿐이라고 본다. 리처드 티그 MIT 교수는 “이 강력한 시설 덕분에 이전에는 일정상 불가능했던 대규모 관측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헤이스택 37m 망원경의 새로운 발견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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