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혈압을 잠깐 올릴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심장을 망가뜨리는 ‘숨은 악당’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대규모 연구에서는 하루 몇 잔 수준의 적당한 커피 섭취가 고혈압 위험을 뚜렷하게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커피 속 일부 성분은 혈관 기능에 도움을 줄 가능성도 제기됐다.
커피는 혈압을 올리는데, 왜 위험하지 않다고 할까
커피를 마시면 혈압이 잠시 오를 수 있다. 주된 이유는 카페인 때문이다. 카페인은 심장 박동을 자극하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늘려 혈관을 좁게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한다. 특히 평소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이나 이미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 이런 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혈압은 심장이 수축하며 혈액을 밀어낼 때의 압력(수축기 혈압)과 심장이 쉬는 동안의 압력(이완기 혈압)으로 측정된다. 일반적으로 120/80mmHg 미만이면 정상으로 본다. 반대로 140/90 이상이 지속되면 고혈압으로 분류된다.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어 ‘조용한 질환’으로 불리며, 오래 방치하면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다만 카페인의 영향은 오래가지 않는다. 혈중 카페인 농도는 커피를 마신 뒤 약 30분~2시간 사이 가장 높아지고, 이후 3~6시간 정도에 걸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나이, 유전적 차이, 평소 커피를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에 따라서도 카페인 분해 속도는 달라진다. 연구들을 종합하면 카페인은 섭취 후 수축기 혈압을 약간 높일 수 있지만, 그 변화가 장기적인 질병 위험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대규모 연구 “적당한 커피, 고혈압 위험 증가 증거 없어”
연구진은 커피가 실제로 장기적인 고혈압 위험을 높이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약 31만5천 명을 대상으로 한 13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고혈압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한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성별, 커피 섭취량, 카페인 유무,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결과는 대체로 비슷했다.
이유 중 하나는 커피가 단순히 카페인만 들어 있는 음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커피에는 수백 가지 식물성 화합물이 들어 있는데, 일부는 혈압 조절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멜라노이딘은 체액 균형과 혈압 조절 효소에 관여하고, 퀴닉산은 혈관이 압력 변화에 더 잘 대응하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일본에서 약 1만8천 명을 19년 가까이 추적한 연구에서는 매우 심한 고혈압 환자(수축기 혈압 160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100 이상)가 하루 두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실 경우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두 배 높아졌다. 반면 정상 혈압이거나 비교적 가벼운 고혈압 환자에게서는 이런 위험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사람에게 커피를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혈압 상태를 알고, 늦은 시간 카페인을 피하며, 하루 4잔 이하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 권장된다. 특히 혈압이 매우 높은 사람이라면 하루 1잔 정도로 제한하고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Daily, “Scientists reveal the surprising truth about coffee and blood pres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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