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악순환의 고리···신체 질환으로 번져 더 큰 우울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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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한 남성이 몇 달째 깊은 외로움에 시달렸다. 직장을 잃으면서 소득이 줄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끊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몸이 무겁고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결국 만성 통증과 당뇨 진단까지 받게 됐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번져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규모 국제 연구에서도 이런 악순환이 수치로 확인됐다.

최근 국제 연구진이 발표한 대규모 분석은 이런 악순환이 결코 드문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암스테르담 UMC가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주요우울장애(MDD)는 고립감·비만·흡연·만성 통증 같은 요인에 의해 촉발되면서 동시에 다른 질환과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중심 고리 역할을 한다. 우울증은 그 자체로 고통스러운 병이지만, 더 나아가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갑상선 질환, 만성 염증까지 불러오며 삶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우울증과 관련된 135개 요인의 인과적 영향 분석. 각 패널은 유전학 기반 ‘멘델 무작위화(MR)’ 기법으로 산출된 효과 크기(MR effect size)를 도구 강도(R², F), 검정력(Power), 도구 개수(N)와 비교해 나타낸 것이다. 사회적 요인(예: 고립·소득), 생활습관(흡연·운동), 의학적 요인(비만·만성 통증) 등이 우울증과 상호작용하는 양상이 드러난다. 특히 ‘고립(loneliness)’은 강력하고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 우울증과 맞물린 악순환을 잘 보여준다. [자료=Nature Mental Health (2025)]

우울감, 마음과 몸을 동시에 무너뜨린다

연구팀은 ‘멘델 무작위화(MR)’라는 유전학적 기법을 이용해 135개 요인과 우울증의 인과관계를 체계적으로 살폈다. 이 방법은 태어날 때 무작위로 주어진 유전적 변이를 활용해, 단순한 상관이 아닌 실제 원인을 구분할 수 있게 한다.

분석 결과, 고립감과 낮은 소득, 흡연 시작, 비만, 만성 통증, 신체 활동 부족은 우울증 발생을 높이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우울증을 앓는 이들은 심혈관질환, 당뇨병, 갑상선 기능저하증, 염증성 질환에 더 쉽게 노출됐다. 교육 수준이 낮아지고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며, 대인관계 갈등과 자살 위험까지 겹쳐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연결고리가 한쪽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울증이 깊어지면 고립감이 커지고, 커진 고립감은 다시 우울증을 악화시킨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며 증상은 점점 강화된다. 연구진은 “전체적으로는 우울증이 다른 건강 문제를 촉발하는 쪽에서 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은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갑상선 기능저하증, 만성 통증, 염증 같은 신체 질환의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교육 성취 저하, 소득 감소, 관계 악화, 자살 위험까지 겹쳐진다. 이런 영향은 일방향이 아니라 서로 맞물린 고리처럼 작동해, 우울증이 고립을 키우고 고립이 다시 우울증을 심화시키며 생활습관 문제와 질환 위험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사진=Midjourney 제작 이미지]

마음을 돌보는 것이 곧 몸을 지키는 일

이번 연구는 우울증을 단순히 정신적 고통으로만 취급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다. 예방 단계에서는 비만, 흡연, 사회적 고립 같은 위험 요인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고, 발병 이후에는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등 근거가 확립된 치료를 제때 적용해야 한다. 두 가지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우울증이 불러오는 악순환을 끊고, 동반 질환과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연구를 이끈 루 이 교수는 “우울증은 불리한 사회적·의학적 환경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다른 질환을 촉발하는 동인”이라며 “위험 요인을 줄이는 공중 보건 전략과 임상적 치료가 병행되어야만 연쇄적 악영향을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Joëlle A. Pasman et al, An encompassing Mendelian randomization study of the causes and consequences of major depressive disorder, Nature Mental Health (2025). DOI: 10.1038/s44220-025-00471-x

자료: Nature Mental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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