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전쟁은 정말 있었을까. 고고학은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트로이 목마의 존재를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트로이가 실제로 존재했던 거대한 요새 도시였다는 사실은 밝혀냈다. 다만 그 도시가 호메로스가 묘사한 바로 그 전쟁의 무대였는지는 지금도 학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트로이는 상상이 아니라 실제 존재했던 도시였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약 2500년 동안 사람들에게 트로이 전쟁 이야기를 들려줬다. 하지만 가장 큰 의문은 여전히 하나다. 과연 이 전쟁은 실제 역사였을까.
현재 대부분의 학자들은 고대 트로이가 지금의 튀르키예 히사를를리크 유적이라고 본다. 이곳은 에게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다르다넬스 해협 근처에 있어, 오래전부터 무역과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소였다.
19세기 독일의 사업가이자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은 호메로스의 작품을 들고 이곳을 발굴했고, 세계에 트로이 유적을 알린 인물이 됐다.
하지만 그의 발굴 방식은 오늘날 많은 비판을 받는다. 보물을 찾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유적을 너무 깊게 파면서 여러 시대의 흔적을 한꺼번에 훼손했기 때문이다.
트로이는 한 번 세워진 도시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무너지고 다시 세워진 도시였다. 그래서 땅속에는 시대별 유적이 여러 겹으로 쌓여 있는데, 슐리만은 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그는 황금 장신구와 보물을 발견하고 이를 호메로스에 등장하는 프리아모스 왕과 헬레네의 보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중에 조사한 결과, 이 유물들은 트로이 전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보다 약 1000년이나 더 오래된 것으로 밝혀졌다.
전쟁의 흔적은 있지만 ‘트로이 전쟁’인지는 알 수 없다
현재 고고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곳은 트로이 VI와 트로이 VII 층이다. 이곳은 기원전 13~12세기에 번성했던 도시로, 호메로스가 묘사한 트로이 전쟁 시대와 가장 가까운 시기로 여겨진다.
이 유적에서는 거대한 석회암 성벽과 망루, 두꺼운 방어시설이 발견됐다. 도시 규모도 상당히 컸고, 실제로 강력한 요새 도시였음을 보여준다.
또 불에 탄 흔적과 지진으로 무너진 흔적이 함께 발견됐다. 한 차례 파괴된 뒤 다시 도시를 세웠고, 이후 또 다른 큰 피해를 입은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다시 지어진 도시에는 집들이 더 촘촘하게 들어섰고, 곡물과 기름, 포도주 등을 저장하는 큰 항아리가 바닥에 묻혀 있었다. 학자들은 사람들이 장기간의 위협이나 포위 공격에 대비해 식량을 비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유적에서는 화살촉과 검, 갑옷 조각 같은 무기도 발견됐다. 하지만 수가 많지 않아 호메로스가 묘사한 대규모 그리스 연합군이 실제로 공격했다는 증거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고고학이 밝혀낸 것은 트로이가 상상의 도시가 아니라 실제 존재했던 부유하고 강력한 도시였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 도시가 여러 차례 파괴와 재건을 겪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하지만 그 파괴 가운데 하나가 정말 아킬레우스와 헥토르가 싸웠다는 ‘트로이 전쟁’인지는 아직 누구도 증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역사학자와 고고학자들은 같은 유적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성치훈 기자 / hello@sciencewave.kr
출처: HistoryExtra, “Did the Trojan War really happen? Here’s why even Odyssey experts can’t ag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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