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바깥쪽 행성을 도는 얼음 위성들 안쪽은 바다가 끓는 것과 비슷한 상태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석 가열(거대한 행성의 중력 때문에 위성이 늘어났다 줄어들며 생기는 열)로 인해 얼음 껍질이 아래에서 녹으면 내부 압력이 갑자기 낮아지고, 그 결과 위성 속에 숨겨진 바다가 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작은 위성인 엔셀라두스, 미마스, 미란다에서는 이런 현상이 독특한 지형을 만드는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조석 가열이 만드는 변화
지구에서는 지하 깊은 곳의 열과 움직이는 암석 때문에 산이 만들어지고 지진이 일어난다. 얼음 위성에서는 암석 대신 얼음과 물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 위성들은 자신이 도는 거대한 행성의 강한 중력 때문에 계속해서 미세하게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내부에 마찰이 생기고 열이 발생한다. 이것을 조석 가열이라고 한다.
열이 강해지면 얼음 껍질의 아래쪽이 녹으면서 껍질이 얇아진다. 반대로 열이 약해지면 녹아 있던 물이 다시 얼어 껍질이 두꺼워진다. 연구진은 얼음이 다시 얼어 두꺼워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조사했다. 물은 얼음이 되면 부피가 더 커지기 때문에 내부 압력이 증가하고, 이 압력이 표면에 큰 균열을 만들 수 있다. 엔셀라두스 표면에 보이는 ‘호랑이 줄무늬(tiger stripes)’라고 불리는 긴 균열도 이런 현상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얼음이 녹을 때, 왜 바다가 끓을까
연구팀은 그 반대 상황, 즉 얼음 껍질이 아래에서 녹아 점점 얇아질 때를 분석했다. 얼음이 물로 바뀌면 밀도가 낮아져 같은 공간을 차지하더라도 더 가벼워진다. 그 결과 얼음 위성 내부의 압력이 떨어진다. 연구진의 계산에 따르면 미마스, 엔셀라두스, 그리고 천왕성의 미란다처럼 비교적 작은 위성에서는 이 압력 감소가 상당히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압력이 충분히 낮아지면 ‘삼중점(Triple Point)’이라는 특별한 조건에 도달할 수 있다. 삼중점은 얼음, 액체 물, 수증기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 조건에 가까워지면 내부 바다가 마치 끓는 것처럼 물과 수증기가 함께 존재하는 복잡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얼음 위성의 크기는 이런 과정에 큰 영향을 준다. 지름이 약 400km 정도인 미마스는 거대한 충돌 분화구 때문에 ‘데스 스타’라는 별명으로도 불리지만, 겉보기에는 지질 활동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위성의 미세한 흔들림을 분석한 결과 내부에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작은 위성에서는 얼음 껍질이 얇아지더라도 쉽게 깨지지 않을 수 있어, 겉은 조용해 보여도 속에서는 바다가 유지될 수 있다. 반면 더 큰 위성인 천왕성의 티타니아에서는 압력이 충분히 낮아져 삼중점에 도달하기 전에 얼음 껍질이 먼저 갈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얼음 위성 내부의 활동을 살펴보는 일은 왜 오늘날 이런 표면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만약 얼음 아래에 실제로 액체 바다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열과 물이 계속 순환하고 있다면, 이 위성들은 단순한 얼음 덩어리가 아니라 지금도 내부에서 활발히 변화하는 세계일 가능성이 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Daily, “Hidden oceans on icy moons may be boiling beneath the sur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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